오타니가 '번트'를? 9회 2사 주자도 없는데?…"사사키 위해서, 시간 벌어주려 했다"

[스포티비뉴스=최원영 기자] 팀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LA 다저스는 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5전3선승제) 1차전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원정경기에서 5-3으로 승리했다.
중심엔 투타 겸업 에이스 오타니 쇼헤이가 있었다. 오타니는 이날 빅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경기에 투수로 등판했다. 가을야구 투수 데뷔전이었다. 오타니는 2회 3실점하며 주춤하는 듯했지만 6이닝 3피안타 2사사구 9탈삼진 3실점, 투구 수 89개(스트라이크 60개)로 호투를 펼쳤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작성했고, 선발승까지 챙겼다.
더불어 타선에서도 1번 타자 겸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4타수 무안타 1볼넷 4삼진을 기록했다.
MLB.com은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단일 포스트시즌에서 투수로 최소 한 경기, 비투수로 최소 한 경기에 선발 출전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또한 삼진 9개를 잡아냈는데 다저스 소속 선수가 포스트시즌 첫 등판에서 기록한 탈삼진으론 3번째로 많다. 돈 뉴컴(1949년 월드시리즈 1차전 11개), 팀 벨처(1988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2차전 10개)에 이어 3번째다"고 전했다.

경기 후 오타니는 "등판 전 데이터를 정리하고 마운드에 서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니 조금 긴장됐다. 하지만 실제로 마운드에 올라 투구를 시작하자 그런 긴장감은 사라졌다. 온전히 투구에 집중할 수 있었다"며 "경기 전부터 계속해서 집중력을 유지했다. 불펜에서 몸 풀 때도 이전보다 훨씬 좋았다. 긍정적인 느낌으로 경기에 임하며 전반적으로 즐길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2회 실점과 5회 카일 슈와버를 삼진으로 요리한 것도 돌아봤다. 오타니는 2회말 알렉 봄의 볼넷, 브랜든 마시의 중전 안타로 무사 1, 2루에 처했다. 이어 J.T. 리얼무토가 2타점 중전 적시 3루타를 쳐 0-2가 됐다. 우익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가 타구를 빨리 끊어내지 못한 게 아쉬웠다. 이후 1사 3루서 해리슨 베이더에게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내줘 0-3으로 끌려갔다.
여전히 0-3이던 5회 오타니는 2사 1, 2루에 처한 채 슈와버와 맞붙었다. 슈와버는 올해 오타니와 NL 홈런왕을 다툰 강타자다. 슈와버가 56홈런으로 NL 1위, 오타니가 55홈런으로 2위에 자리했다. 오타니는 6구째로 커브를 활용해 슈와버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오타니는 "(슈와버의 삼진이) 경기의 승패를 가르는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상대 팀이 선취점을 올렸지만 우리 팀원들이 반격할 때까지 버티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믿었다"며 "그래서 풀카운트가 됐을 때 커브를 던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포수 윌 스미스가 처음부터 커브 사인을 냈기 때문에 자신감을 갖고 던졌다"고 전했다.

9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서 타자로 마지막 타석을 맞이했다. 오타니는 투수 조안 듀란과 맞붙었는데, 타석에서 번트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누상에 주자가 없었고 더욱이 한 방을 갖춘 오타니이기에 더욱 눈에 띄는 장면이었다. 결국 5구 승부 끝 볼넷으로 출루했다.
번트 동작에 관해 오타니는 "투수 사사키 로키가 (9회말 등판을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님께서 시간을 벌어달라고 주문하셨다"며 "그런 의미에서 볼넷을 잘 골라낸 것 같다. 잘 된 듯하다"고 설명했다.
올해 처음으로 빅리그 무대를 밟은 사사키는 이날 다저스의 마무리투수로 출격했다. 오타니가 시간을 벌어준 덕에 충분히 팔을 풀고 나왔고, 1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수확했다.
투타 겸업이라는 어려운 길을 계속 걷는 이유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오타니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게 나의 색깔이고 강점이라 본다"며 "(투타 중) 어느 쪽이든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이 나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라 생각한다. 이젠 그게 내 일인 듯하다"고 답했다.
2-3으로 뒤처진 7회 테오스카가 역전 결승 3점 홈런을 터트리며 팀에 5-3을 안겼다. 오타니는 "정말 멋진 순간이었다. 포스트시즌의 진정한 스릴을 맛볼 수 있는 그런 장면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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