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보다] ‘개미 홀리기’ - 작전세력이 된 기자들
■ 주식 사고, 기사 쓰고, 주식 팔고...
일부 기자들이 특정 종목에 대한 기사를 쓰기 전 미리 그 주식을 사두고, 호재성 기사를 쓴 뒤 주가가 오르면 팔아 차익을 남긴 혐의에 대해 금융당국이 수사하고 있습니다.
혐의가 사실이라면, '죄'입니다. 자본시장법 178조는 누구든지 금융 투자상품을 매매할 때 '부정한 수단이나 계획, 기교'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1년 이상 징역형 등에 처하는 자본시장 3대 범죄 중 하나로, 기자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금융당국의 수사선상에 오른 기자들과 그들의 배우자, 지인 등은 20명이 넘습니다.
언론계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쉬쉬해오던 일이 결국 터졌기 때문입니다.
심석태/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
“어떤 주식에 대한 보도가 나오고 그 다음에 시장에 영향이 이렇게 실제로 벌어지고 이런 식의 얘기를 제가 주변에서 많이 들었기 때문에 ‘아. 이게 결국은 터질 게 터졌구나’ 싶었습니다.”

■ 또 다른 사건…"인장을 판 기자들 포착"
그런데 또 다른 사건이 드러났습니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은 일부 기자들이 호재성 기사를 써주고 한 건에 수백만 원씩 받은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연루된 기자들은 평소 알고 지낸 A 씨가 미리 써 둔 보도자료를 거의 그대로 기사로 옮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쉽게 말해, 바이라인(byline)을 판 겁니다. 바이라인이란 기사 작성자나 정보 제공자의 이름을 명시하는 부분입니다. 방송으로 나가는 KBS 기사는 말미에 "KBS 뉴스 000입니다"라고 마무리되는데, 바이라인입니다. 지면 기사나 온라인 기사의 경우 '000기자(000@sinmoon.co.kr)'라고 표시되는 영역입니다.
바이라인은 독자에게 기사에 대한 책임이 기자 본인에게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려줘서, 기사의 신뢰도를 높입니다. 한 마디로 '이 기자가 보장하는 기사이니, 믿고 보세요'라는 의미로, 그 기자의 인장과 같습니다.
이 같은 인감도장과 같은 바이라인을 판 대가는 기사 한 건당 수백만 원 수준이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 선행매매 기자도, 인장 판 기자도...목표는 소형주
이렇게 기자가 돈을 받고 맞춤형 기사를 쓰는 건 직무 관련성 여부와 상관없이, 회당 백만 원 이상 연간 3백만 원 이상 받았다면 '김영란법' 즉 부정청탁금지법 위반으로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또 자본시장법 178조가 금지하는 '부정한 계획 또는 기교'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자본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문제의 기자들이 이렇게 돈을 받고 쓴 기사 대부분은 주로 코스닥에 상장된 소형주들에 대한 호재성 기사들. 그 자체로 호재로 작용해 주가 부양의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소형주는 주로 시가총액 3천억 원 미만으로, 주식 거래량이 적어서 기사 몇 건으로도 주가가 쉽게 영향을 받습니다. 이른바 '작전'의 목표물로 소형주가 활용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 SNS 타고 다닌 특징주 기사들
현재까지 혐의가 포착된 전·현직 기자는 3명 이상입니다. 수사 대상 중 일부는 기자 선행매매 사건에도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주근 / 기업분석업체 대표
"언론사의 기사는 SNS를 통해서 파생할 수가 있지 않습니까? 그 구조를 알고 있는 분들이 이렇게까지 했다는 거는 작전을 짜고 들어왔고, 자본시장의 근간을 흔드는 거죠. 페어플레이를 못 하게 하는 거죠. 이 시장을 믿고 어느 개인이 들어오겠습니까?"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몇 개의 매체에 중복적으로, 거의 토씨 하나 안 틀리게 비슷하게 나오는 경우들도 있단 말이죠. 보도자료 같은 걸 받고 그대로 기사로 모양만 바꿔 끼우는 그런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는 거죠."라면서 이미 '그런 시스템'이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런 시스템'이란 뭘까요?
취재진은 최근 10년 동안 10여 건의 소형주 인수 합병에 관여한 김 모 씨로부터 자세한 얘길 들을 수 있었습니다. 김 씨는 대가를 받고 상장사가 원하는 대로 기사를 써주는 기자들이 있다고 말합니다.
김00/소형주 M&A 컨설턴트 (음성변조)
“소형주 갖고 있는 경영자들이 씁니다. 기사를 써서 줍니다. 제가 10년 동안 ‘취재하겠습니다’ 하는 기자는 10명 중 한두 명 외에는 본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호재성 기사를 써주는 대가로 소형주에 대한 투자 기회를 얻는 기자들도 있다고 털어놓습니다. 김 씨는 "'1억 원어치 줄 테니까 한 번 사봐’ 그 기자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면, 자극적인 표현을 쓸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꼬시는 거예요.”라고 말했습니다.
이른바 '작전 세력'의 이런 제안을 기자가 받아들인다면, 기자도 작전 세력의 일원이 되는 셈입니다. 김 씨 역시 주가조작 세력과 기자들이 같이 움직이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고 말했는데요. 특히 호재성 기사를 써주는 대가로 작전주 투자 기회를 얻는 기자들을 ‘쫀칭조 기자’라고 부른다고 말합니다.
‘쫀칭’이란 작전 세력에 동참하는 개인 투자자를 일컫는 주식시장의 은어입니다. 기자가 '쫀칭조'가 됐단 것은, 기자들이 작전 세력과 함께 주식을 사고팔면서 작전 세력 쪽 우호 지분이 돼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는 한편, 이 과정에서 이익을 낸다는 걸 말합니다.
김00/소형주 M&A 컨설턴트 (음성변조)
“‘쫀칭’이라는 표현을 쓰는 게 왜냐하면 야금야금 여러 계좌를 통해서 삽니다. 기사가 나간 다음에 개미들이 홀려서 주식을 사 들어갈 때 그동안 사 모은 주식을 갖다 때리는(파는) 거죠.”
■ 페어플레이 못 하게 하는 기자들, 누구일까
취재진은 소형주 작전 세력이 원하는 대로 기사를 써주고, 그 대가로 돈이나 미공개 투자 기회를 얻는 기자들이 흔적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1.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이 기소한 사건을 특정한 뒤
2. 사건 관계자 등이 기자 등과 접촉한 정황을 찾고
3. 해당 종목에 대한 기사가 실제로 나왔는지
확인했습니다.
시세조종 등의 혐의로 지난해 기소돼 재판 중인 이 모 씨 일당의 내부 문건을 입수했습니다. '우호적인 IR 기관과 미팅'이 나옵니다.


IR은 '기업홍보'를 말합니다. 특정 기업에 대한 우호적인 기사를 언론에 배포하고, 쓰도록 합니다.
일반적인 기업홍보와 같지 않으냐 반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소형주라면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앞서 밝혔듯, 관련 정보가 많지 않아 호재성 기사 자체가 주가 상승의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 쪽 입장만 대변하는, 사실 확인이 전혀 되지 않은 사실상의 광고라면 주가 부양의 기능만 하도록 의도된 자본시장법이 금지하는 부정행위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해당 기업홍보회사 홈페이지는 ‘모 상장사 주가를 1100% 넘게 올렸다’, ‘단순한 기사 배포는 안 한다’라며, 마치 마음먹은 대로 기사를 낼 수 있는 양 홍보하고 있습니다.
취재진은 일당이 주가조작에 관여한 소형주의 홍보를 맡은 회사를 찾아가 봤습니다.

홍보회사 관계자는 문제의 종목을 홍보한 건 맞지만, 기사 작성을 대가로 특정 기자에게 금품을 준 적은 없다고 특정 기자들과의 연관성을 부인했습니다. 여러 명의 기자가 비슷한 제목으로 기사를 썼다면 '우연의 일치'라고 일축했습니다.
특정 소형주에 대한 기사를 써주는 대가로 소형주 투자 기회를 얻거나, 인센티브를 받은 기자도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이 씨 일당 관계자의 말은 달랐습니다.
특징주 기사가 중요하다면서, 특징주 기사를 쓴 기자에게 수천만 원의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있다고 폭로했습니다.
이00/주가조작 등 혐의로 기소(음성변조)
"(주가가) 5% 정도 올라가잖아요? 그러면 특징주로 쓸 수가 있대요. 특징주 (기사) 쓰면 HTS(주식매매전용프로그램)로 주식 하는 사람들은 다 볼 수 있죠. 눈에 확 띄잖아요. 그럼, 주가가 쑥쑥 올라가요."
“000 기자한테 한 번 제가 (기사를 부탁)할 때마다 천만 원씩 준 적이 있었죠. 두 번인가. 특징주 기사 쓴다고 하기에 수고했다고. □□□□ 호텔에서 만나서 돈 주고, 거기서 뷔페 식사 사주고 그랬는데.”
이 관계자는 또 홍보회사가 접촉한 개별 기자들의 이름을 취재진에게 공개했습니다. 이 씨 일당이 주가조작에 관여한 것으로 검찰이 보고 있는 문제의 종목에 대한 호재성 기사를 쓴 기자들의 이름과 일치했습니다.
소형주와 작전세력의 공생 관계를 끊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알면서도 쉬쉬해 온 관행...이 관행을 끊어내기 위해 칼을 빼든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의 수사 결과에 관심이 모입니다.
☞기사 다시 보기
[단독] 주식 사고, 기사 쓰고, 주식 팔고…기자 20여 명 수사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96018
[단독] 기자 선행매매 수사, ‘특징주’ 100여 개 뒤진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97743
[단독] ‘선행매매 혐의’ 전현직 기자 2명 자택 등 압수수색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32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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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강우용, 조선기, 설태훈, 신경훈
촬영기자:김성현, 이정태
편집:최민경
그래픽:장수현
리서처:김아연
조연출:심은별 이민철 엄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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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진 기자 (reporters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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