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영화④ 서울의 봄-가장 어둡고 긴 밤의 기록 [평론가시선]

KBS 2025. 10. 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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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을 담은 '단 하나의 영화'

1979년 10월 26일 궁정동 안가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이후 집권한 신군부가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을 선포하기까지의 시기를 ‘서울의 봄’이라고 한다.

1968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일어났던 민주화 운동을 ‘프라하의 봄’이라 불렀던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영화 '서울의 봄'(김성수·2023)은 소위 ‘12·12’를 다루고 있다.
서두에 ‘10·26’ 총격 사건에 대한 언급과 박 대통령 장례식 장면이 잠깐 등장하지만, 영화 전반은 1979년 12월 12일 낮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벌어진 사건을 긴박하게 추적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12·12를 전면적으로 다룬 영화는 없었다.
영화 '그때 그 사람들'(임상수·2005), '남산의 부장들'(우민호·2020), '행복의 나라로'(추창민·2024)는 각기 다른 주인공의 시점으로 10·26 총격 사건을 재현하고 해석했다.
5·18을 직·간접적으로 다룬 영화들도 다수 있다.
영화 '꽃잎'(장선우·1996), '화려한 휴가'(김지훈·2007), '택시운전사'(장훈·2017)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비하면 12·12를 구체적으로 다룬 예는 MBC 드라마 '제5공화국'(2005~2009)이 유일하다.
12·12가 영화화되기 어려웠던 까닭은 당시 보안사 사령관과 합동수사본부장을 겸했던 전두환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를 제작하는 데 부담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만 하루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벌어진 사건을 다양한 각도에서 그려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영화 ‘서울의 봄’(사진 제공 : 플러스엠)


■ 이름 바뀐 그날의 사람들…'전두광 vs 이태신'

영화 '서울의 봄'은 신군부의 수장 전두광(황정민 분)과 신군부의 집권을 막으려는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정우성 분)을 대립 구도로 설정하고, 무수히 많은 등장인물의 동선을 따라간다.

이태신은 장태완 장군을 모델로 했다.

극 중 정상화 육군참모총장은 정승화, 전두광의 육사 동기 노태광은 노태우가 실제 모델이다.

'서울의 봄'은 12·12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내포하고 있지만, 이데올로기를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았다.
이태신은 융통성 없는 강직하고 정의로운 캐릭터로 시종일관 그려 지는데 반해 전두광은 음흉하면서도 화끈하고 추진력 있는 인물로 묘사된다.

이태신을 통해 12·12를 군사 반란이라는 역사적 의미로 고정하되, 전두광이 펼치는 권모술수와 과감한 베팅은 대중적인 재미를 주고 있다.
역시 황정민이 주인공을 맡았던 김성수 감독의 전작 영화 '아수라'(2016)의 악덕 시장 박성배가 악한 캐릭터로서 강렬함이 있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성수 감독은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감독이다.

정우성 배우와의 인연도 눈에 띈다.

'김성수·정우성'이라는 이름을 알린 영화 '비트'(1997)부터 '태양은 없다'(1999), '무사'(2001), '아수라'(2016), '서울의 봄'(2023)까지 총 5편의 작품을 함께 했다.

영화 ‘서울의 봄’(사진 제공 : 플러스엠)


■ 2023년으로 소환한 '그날의 질감'

'서울의 봄'은 명암의 대비가 선명하고 화면 질감이 깊고 무겁다.

영화 '감기'(2013), '아수라'(2016)에 이어 이모개 촬영감독과 세 번째 작업한 작품으로, 한국 현대사에서 어느 때보다 어둡고 길었던 밤과 어울리는 화면이었다.

전두광이 화장실에 볼일을 보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텅 빈 화장실 가장 끝 변기 앞에서 볼일을 본 전두광은 손을 닦은 수건을 바닥에 깐 다음 군화 바닥을 문지른다.

그리고 노태광에게 “인간이라는 동물은 강력한 누군가가 자기를 리드해 주기를 바란다.”라는 말은 한다.

극의 흐름상 꼭 필요한 것 같지 않은 장면이지만, 전두광 캐릭터의 내밀한 성격을 잘 보여주고 있다.
● 영화 '서울의 봄' 이야기


하나,
극 중 정해인이 연기한 특전사령관 비서실장 김오랑 중령은 사망 46년 만인 2025년 국가배상 판결을 받았다.

둘,
이태신 장군의 실제 모델 장태완 장군은 12·12 이후 여러 고초를 겪다 1994년 재향군인회 회장,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을 거쳐 2010년 별세했다.

글 : 영화평론가 이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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