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제 "트럼프-김정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여건"
"미중 정상회담, 일정부분 타협안 나올 것"
"중국과 불필요한 감정 마찰과 대립 피해야"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경남대 극동문제 연구소 석좌 교수)이 오는 31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날 수 있는 여건은 조성됐다"고 밝혔습니다.
조 전 원장은 오늘(5일)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시사스페셜)에 출연해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현안에 대한 분석을 짚었습니다.
조 전 원장은 자민당 신임 총재에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당선된 데 대해 "야스쿠니 신사참배나 독도 문제 등 과거 발언이나 행적을 보면 우려되는 부분이 없지는 않다"며 "한일 관계가 안정 궤도를 벗어날 수 있으니 조심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 속에서 한국과 일본의 공조 필요성이 가드레일 역할을 할 것"이라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양국 관계의 기본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조 전 원장은 한미 관세협상 관련 긴급회의 소집 관련해 "트럼프 식 협상은 예측 불가능하다"며 "그리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미국이 한국에 요구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에 대해서는 "무리한 수준이지만, 트럼프가 이미 금액을 공언한 만큼 숫자를 바꾸는 것에 대해선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규모도 줄여야 하고 운영하는 조건도 좀 줄여야 되는 이중의 과제를 안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금은 조금만 투자하고 대출·보증 형식으로 부담을 줄이면서 한국의 제조업과 미국의 첨단 과학을 결합해 새로운 산업 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방향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조 전 원장은 한미 안보 분야 협상에 대해선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국가안보전략(NDS)이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그 안에 한국 방위를 한국화하는 과제가 공식화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에 따라 "전시작전 통제권 회복, 국방비 증액, 첨단 장비 도입 등이 논의될 것"이라며 "주한미군 문제는 2005, 2006년에 경험한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전승절 행사 당시 보여준 북중러 밀착에 대해선 "과도하게 해석할 필요가 없다"며 "3개국이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는 일은 없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3개국을 상대로 모두 다 외교가 작동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경주 APEC에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 대해 조 전 원장은 "아직 회담이 분명하게 정해지지 않은 것 같다"며 "회담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APEC 회의 전반의 분위기가 영향을 받을 수도 있고 이후 국제 정세에도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농가 지지층을 고려해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 확대를 주요 의제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의 아픈 부분을 제대로 찔렀다. 미국에서는 기술 통제나 반도체 수출 부분 규제를 늘리는 선에서 양측에서 합의를 하고 앞으로 만나 계속 협의를 해 나가자 하는 선에서 타협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대중 외교 방향에 대해 조 전 원장은 "중국을 포기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다만 우리가 중국과의 관계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되 우리로서도 분명히 입장을 밝히고 불필요한 대립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조 전 원장은 북미 관계 재개 가능성에 대해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는 원칙에 대해서는 별 이의가 없는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하노이와 판문점 회담이 모두 실질적 성과 없이 끝났던 전례가 있어, 또다시 빈손 회담이 될 가능성을 부담스러워할 것"이라며 "이번 회담은 물리적으로 가능하지만 성과물이 없다면 만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관측했습니다.
끝으로 조 전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UN 총회 기조연설에서 밝힌 한반도 평화구상 'END(교류·정상화·비핵화) 이니셔티브'에 대해선 "지난 몇 년 동안에 양측 사이 신뢰가 낮아졌기 때문에 한순간에 회복한다는 건 기대하기 어렵다"며 "시간을 두고 국내 여론을 수렴하고 우리 내실을 다져 나가는 데 주력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한은정 디지털뉴스 기자 han.eunjeong@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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