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점검 나갔다 숨진 갑판장… 법원 “‘직무상 사고’ 인정”

박혜연 기자 2025. 10. 5.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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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가정법원. /뉴스1 DB

강풍이 불던 날 선박 점검을 나갔다가 다른 선박의 크레인에 깔려 숨진 것은 ‘직무상 사고’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최수진)는 최근 한 어선 갑판장 A씨의 유족이 수협중앙회를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충남 보령의 한 어선에서 갑판장으로 일했던 A씨는 2019년 11월 선주의 전화를 받고 선박을 둘러보고 나왔다가 사고를 당했다. 당시 인근에 정박 중이던 다른 선박의 선원이 카고 크레인 트럭으로 제한 하중을 초과하는 그물을 들어 올리던 중, 크레인이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넘어지면서 A씨가 깔려 숨진 것이다.

A씨 유족은 어선원재해보험법에 따라 수협중앙회에 유족급여와 장례비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수협은 “직무상 사고임을 입증할 자료가 부족하다”며 거부했다. 수협은 A씨가 선주의 지시로 선박에 간 것이 아니라, 평소 도박을 즐기던 A씨가 선착장 인근에 도박을 하러 갔다가 사고를 당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가 직무상 사고로 사망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인정되는 사실을 종합하면 A씨는 선주의 지시를 받고 선박의 운항 및 안전 관련 업무를 위해 출근했다가 사고를 당해 사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특히 사고 당일에는 풍랑예비특보가 발효된 상태였는데, A씨가 선주와 통화한 직후 곧바로 선박으로 향한 점 등을 근거로 “선주가 풍랑에 대비해 선박 안전 점검을 지시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했다.

또한 재판부는 “선주가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A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통화를 시도한 점도, 평소 지시를 내린 선원에게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동으로 볼 수 있다”며 “이는 A씨가 실제로 선주의 지시를 받고 출근한 정황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선주는 사고 당일 A씨에게 업무나 출근 지시를 한 적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으나, 재판부는 “사용자 입장에서 보상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어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고 봤다. 아울러 A씨가 도박을 위해 선박 근처를 찾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수협 측 주장에 대해서는 “근거 없는 추정에 불과하며 신빙성 있는 진술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한편 사고를 낸 인근 선박의 선원은 과부하 방지장치가 작동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한 하중을 초과한 그물을 인양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선원과 선주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돼 각각 징역형 또는 금고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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