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장로 덮은 플래카드, 쇠퇴하는 도시 징조? [전국 인사이드]

이삼섭 2025. 10. 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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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6일 광주의 대표 상권인 충장로에 대형 공용주차장 건립을 요구하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이삼섭

“대형 공영주차장 건립, 충장로 3000운동.”

광주 대표 상권인 충장로에 충장로 1·2·3가 상인회 이름으로 이 같은 문구가 적힌 푸른색 플래카드들이 내걸렸다. 대형 공영주차장을 건립해달라는 요구는 오래전부터 해오던 터라 새로울 건 없다. 그러나 새롭게 등장한 ‘충장로 3000운동’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쇠퇴하는 도시의 징조 같아서 사뭇 섬뜩하기까지 하다.

상인회가 지역 언론 〈드림투데이〉에 밝힌 내용으로는 3000원 주차료로 충장로를 24시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다. 또 하나의 의미는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3000명’을 확보해 주차장 건립 압박 카드로 쓰겠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상인회장은 ‘시장님이 공영주차장을 하나도 만들어주지 않아서 망해가고 있다’고 플래카드에 적으려 했다고도 말했다. 사실상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기정 광주시장을 겨냥한 ‘무력시위’인 셈이다.

주차장을 언급하기에 앞서 충장로가 망해간다는 말도 사실과 다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충장로·금남로 1층 상가의 임대료는 평(3.3㎡)당 10만1000원이다. 광주 평균 7만1000원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충장로 내 부동산중개사무소에 문의한 결과 충장로 1~3가 주요 거리는 평당 20만원에 이른다. 서울 광화문·여의도·강남 오피스 임대료와 맞먹는다.

광주시와 동구가 자체 파악한 바로는 충장로 1~5가 내 공영·민영 주차장은 총 2000면에 이른다. 공영주차장 또한 충분하다. 충장로 1~3가에는 광주도시공사가 운영하는 황금주차장(301면)이 있다. 공영주차장으로 분류돼 있지는 않지만 공영주차장 요금을 적용한다. 충장로1가와 도로 하나를 두고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주차장 A(275면)도 있다. 요금은 시간당 1600원으로, 공영주차장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충장로 4~5가에는 호남동 공영주차장(193면)과 충장로상점가 공영주차장(30면) 등이 있다.

오히려 광주시와 동구는 충장로에 주차장이 이미 많은 상태라고 본다. 평일은 주차장 상당수가 비어 있고 그나마 주말에만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공영주차장 위주로 붐빈다는 설명이다. 광주도시공사 관계자는 “황금주차장은 월 정기권이 있는데도 평일에는 2~3개 층이 비어 있다. 주말은 어느 정도 차 있다”라면서 “충장로에 주차장이 많고 주차료가 저렴한데도 장사가 안 돼 힘들어하는 곳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충장로 1가에 300억원을 들여 상가를 매입한 뒤 주차장으로 만들었는데도 텅텅 비어 있다고도 귀띔했다.

‘금남로공원’ 허물고 주차타워 짓자고?

결국 충장로 상인회는 공영주차장을 넘어 ‘무료에 가까운(하루에 3000원)’ 주차장을 지어달라는, 그야말로 노골적인 ‘특혜’를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충장로가 있는 충장동은 시 주차장 조례에 따라 1급지로 분류돼 시간당 3000원, 하루 최대 1만2000원이 책정돼 있다. 더구나 상인회는 충장로·금남로 일대 유일한 도심 공원인 ‘금남로공원’을 허물고 주차타워를 지어달라고 주장한다.

광주 충장로 곳곳에 붙어 있는 ‘충장로 3000운동’ 플래카드. ⓒ이삼섭 제공

무리한 주장이 분명한데도 상인회의 ‘무력시위’에 관가와 정치권은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충장로 상점가는 2022년 기준 총 3335개 상가로 이뤄졌다. 광주 최대 규모의 상권인 만큼 지역 정치권에 끼치는 영향력 또한 크다. 지난 22대 총선에서 여야 후보를 막론하고 모두 충장로에 주차장을 건립하기로 약속할 정도다. 더구나 광주는 사실상 민주당 독점 지역이다.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작동하는 지역 정치 구조상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하리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익집단이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것은 민주주의의 한 축이기도 하다. 그러나 불합리한 집단행동이 당당하게 왜곡된 의사결정을 끌어내는 구조를 가진 도시에 과연 미래가 있을까? 충장로 주차장 사태가 빠르게 소멸하는 작금 광주의 단면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이삼섭 (<무등일보> 기자)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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