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만 떡국에 볶은 소고기 고명 올렸나…근데 그거 뭐지? [그거사전 추석편]

홍성윤 기자(sobnet@mk.co.kr) 2025. 10. 5.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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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있잖아, 그거." 일상에서 흔히 접하지만 이름을 몰라 '그거'라고 부르는 사물의 이름과 역사를 소개합니다.

표준어로는 고명으로 얹는 '고기'에 한정해서 꾸미라고 지칭하지만, 국립국어원의 2009년 민족생활어 조사에서는 꾸미를 '음식의 모양과 빛깔을 돋보이게 하고 음식의 맛을 더하기 위해 음식 위에 뿌리는 것을 통틀어서 이르는 말' 즉 고명(웃고명 혹은 웃기·영어로는 가니쉬 garnish)에 대응하는 경상북도 방언으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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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사전 추석편] 경상도식 떡국에 올리는 소고기·두부 ‘그거’

“그거 있잖아, 그거.” 일상에서 흔히 접하지만 이름을 몰라 ‘그거’라고 부르는 사물의 이름과 역사를 소개합니다. 가장 하찮은 물건도 꽤나 떠들썩한 등장과, 야심찬 발명과, 당대를 풍미한 문화적 코드와, 간절한 필요에 의해 태어납니다. [그거사전]은 그 흔적을 따라가는 대체로 즐겁고, 가끔은 지적이고, 때론 유머러스한 여정을 지향합니다.
다져서 볶은 소고기와 잘게 썬 두부. 먹음직스러운 이 떡국 고명이 바로 경상도식 떡국의 꾸미다. [사진 출처=dongmi__lee 인스타그램]
명사. 1. 꾸미【예문】“떡국에 꾸미, 혹시 우리 집만 넣나?” “야 너두? 야 나두!”

꾸미다. 고기꾸미라고도 한다. 간장으로 간하여 볶거나 조린 다진 고기를 뜻한다. 고기꾸미를 만드는 방법은 집마다 다양하다. 재료로는 깍둑썰기하거나 으깬 두부와 다진 소고기가 주로 쓰인다. 꿩고기나 닭고기를 쓰는 경우도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국이나 찌개에 넣는 고기붙이’라고 설명한다. 지역에 따라 꼬미(강원), 끼미(경남), 뀌미(전북), 꾀미(전북 무주), 추미(전북 남원), 뀌미개(전북 익산), 염장(전북 임실), 꾸무개(경북 예천)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미묘하게 닮았는데 점차 원형을 잃어가는 것이, 마치 헤드폰으로 귀를 막고 옆 사람이 말한 단어를 전달하는 레크리에이션 게임 ‘고요 속의 외침’ 같지만 넘어가자.

KBS 장수 예능 가족오락관의 간판 게임인 ‘고요 속의 외침’. 허참 선생님 보고 싶읍니다. 그나저나 비누라지는 좀 너무하지 않나. [사진 출처=KBS]
표준어로는 고명으로 얹는 ‘고기’에 한정해서 꾸미라고 지칭하지만, 국립국어원의 2009년 민족생활어 조사에서는 꾸미를 ‘음식의 모양과 빛깔을 돋보이게 하고 음식의 맛을 더하기 위해 음식 위에 뿌리는 것을 통틀어서 이르는 말’ 즉 고명(웃고명 혹은 웃기·영어로는 가니쉬 garnish)에 대응하는 경상북도 방언으로 소개한다. 애초에 꾸미라는 말 자체가 고명의 방언형¹이란 것.

고명의 동의어로 보자면, 꾸미의 수비 범위는 상당히 넓어진다. 한식 요리에 단골로 등장하는 곁들임 재료, 버섯·실고추·지단·김가루·대추·은행·잣가루·깨소금·미나리·당근·파 등이 모두 꾸미인 셈이다.

¹ 다른 요소를 더하거나 다듬어 보기 좋게 만들다’라는 뜻의 꾸미다 - 에서 유래했다는 주장도 있다. 국이나 찌개를 꾸미는 요소니까 꾸미. 발상과 결과물이 귀엽다.
‘엄마가 만들고 딸이 그린 한식 레시피’(윤옥희 글·채진주 그림, 한림출판사, 2021)에서 소개한 색색별 한식 고명.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공부해본 사람이라면 무한의 고명, 영겁의 지단과 마주하게 된다. [사진 출처=korean_mothers_easy_recipes 인스타그램]
600년 전 기록에서도 꾸미·고명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역사가 깊다². 1400년대 중반 편찬돼 우리나라에서 현존 가장 오래된 요리책으로 알려진 산가요록(山家要錄)³과 보물 제2134호 수운잡방(需雲雜方)에서는 채 썬 계란이나 잣가루 등으로 음식의 모양을 내는 행위, 고명을 묘사하고 있다. 정부인 장계향(1598~1680)이 남긴 영양 지역의 종가 음식 한글 조리서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1670)은 고명 대신 교태, 교토, 고물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조선시대 학자 이익(1681~1764)은 자신의 저서 성호사설(星湖僿說)에서 대추 떡 조고(棗糕)를 설명하며, 고명(糕銘)이란 단어를 언급한다. 이익은 떡 위에 얇게 썬 대추를 붙여 글자 모양을 내 고명(떡 고 + 새길 명)이란 이름이 붙은 것으로 추측한다. 그는 떡의 형태와 조리법은 변형된 이후에도 고명이란 명칭만은 남아서 쓰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² 박모라(경북대학교 영남문화연구원), 2019, ‘고조리서에 기록된 고명행위에 대한 소고’ 영남학 2019, vol., no.69, pp. 255-284 참조. ┃ ³ 산가요록은 조선 전기 세종·문종·세조 3조에 걸쳐 왕실 의관을 지낸 전순위가 집필했는데, 1450년대 편찬된 것으로 추정한다.
이 떡고가 아니다. 2PM 멤버 닉쿤이 떡 조공을 바치자 진심으로 기뻐하는 가수 겸 프로듀서 겸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 박진영. 떡을 즐겨 먹는 그의 별명은 한때 ‘떡 먹는 고릴라(떡고)’였다. [사진 출처=박진영 SNS]
19세기 말 간행된 요리서인 시의전서(是議全書)에서는 떡류뿐 아니라 면류·탕류·국류 등에서도 고명과 꾸미, 웃기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다. 특히 잣·밤·대추·고추 등 식재료뿐만 아니라 지단·완자·초대(전) 같은 조리한 음식도 고명으로 사용했다.

꾸미는 단순히 우리 집안에서만 먹는 떡국 고명이 아니다. 몇백 년 전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먹음직스러운 한상’을 향한 미식의 연장선인 셈이다.

추석 특집이라며 설에먹는 떡국 얘기만 한바닥이다. 영 민망하니 명절 특집이라고 치자.

매일경제 독자 여러분, 풍성한 한가위 연휴 되시길 바랍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철릭 아이디어를 제공해주신 지희원 KBS1라디오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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