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0억 대가로 中에 반도체 기술 넘겼는데 보석으로 풀려…‘솜방망이’ 처벌에 무너지는 국가경쟁력

박지영 2025. 10. 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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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핵심기술 유출로 23조 이상 손해
법안 간 회색지대 탓에 처벌 약해지기도
전직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 임원 출신 최진석 씨가 중국 청두에 설립한 ‘청두가오전’ 공장 내부. [홈페이지 캡처]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1. 삼성전자에서 중국 CXMT(창신메모리)로 이직하며 국가핵심기술을 빼돌린 삼성전자 부장·연구원 등 3명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삼성전자보다 약 3~5배 정도 많은 15억~30억원 상당의 연봉을 받고 빼돌린 기술로 CXMT에서 D램을 개발, 결국 CXMT는 중국 최초이자 세계 네 번째로 18나노급 D램 양산에 성공했다.

#2. 중국 지방정부와 합작으로 만들어진 반도체 제조업체 ‘청두가오전’. 공장이 지어진지 1년 3개월만인 2022년 4월, 시범 웨이퍼(Working Die)까지 생산했다. 통상 D램 개발 경험이 있는 반도체 제조회사들도 새로운 세대의 D램 반도체 개발에 최소 4~5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6월에는 20나노 D램 개발까지 성공해 수율을 높여가는 단계였으나, 갑자기 공장 운영이 중단됐다.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 임원 출신 최진석(67) 씨가 중국으로 기술을 유출해 만든 회사였기 때문이다. 최씨는 범행 대가로 중국 반도체 회사 지분 860억원 상당을 받고, 보수 명목으로 18억원의 범죄수익을 취득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최씨는 1심 재판을 받다가 보석 석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우리나라 국가핵심기술의 해외 유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기술 유출은 중국 반도체 경쟁력 강화의 배경으로 지목되는 동시에 한국과의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형량이 지나치게 낮아 실효성이 부족하다”며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업종별 산업기술·국가핵심기술 해외 유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 6월까지 국가핵심기술 33건, 산업기술 105건이 해외로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기술유출로 인한 피해추산액’은 23조2700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업종별 산업기술 유출은 반도체(42건), 디스플레이(22건), 전기전자(9건), 자동차(9건) 순으로 많았다. 국가핵심기술 역시 반도체(10건), 디스플레이(6건), 조선(5건)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유출돼 특히 반도체 산업의 피해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5월에도 반도체 기술 유출범이 공항에서 잡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경찰청 안보수사국은 지난 5월 HBM(고대역폭메모리) 관련 반도체 패키징 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려던 업계 관계자인 40대 남성을 이륙 직전 비행기에서 붙잡아 구속 송치했다. 이 남성은 글로벌 반도체 대기업에 정밀 자재를 공급하는 업체의 전직 직원으로 밝혀졌다.

산업 스파이가 곳곳에 존재하지만 처벌은 약하다. 위 사례의 40대 남성은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가 아닌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핵심 인력 30여명을 스카우트한 후 중국 업체로 보내 삼성전자의 독자적인 20나노 D램 기술을 빼돌리는 데 일조한 삼성전자 엔지니어 출신 인력 알선 브로커 또한 산업기술보호법이 아닌 직업안정법 위반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 직업안정법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산업기술보호법보다 처벌히 현저히 낮다.

실정이 이러다보니 업계 관계자들은 기술 유출을 더 엄하게 다뤄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장을 겸하고 있는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디스플레이의 날’에서 취재진을 만나 “기술 한 건이 유출될 때마다 굉장히 큰 손실을 입기 때문에 기술 유출에 대해서는 정부가 확실하게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동아 의원은 “반도체 산업 등의 핵심 분야는 국가 경제와 안보에 직결된 사안인 만큼 우리 기술의 해외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국회 차원에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산업스파이를 간첩으로 보고 강하게 처벌할 수 있는 형법 제98조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현행 국내법에 규정된 간첩의 범위는 ‘적국(북한)’으로 한정돼 있어, 중국 등 외국을 대상으로 정보를 누설한다해도 간첩죄로 처벌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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