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민당 총재에 다카이치 사나에…사상 첫 女 총리 유력

이재희 기자 2025. 10. 4. 23:1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전 일본 경제안보담당상, 日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 승리...사실상 차기 총리 확정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극우성향 지녀 ‘여자 아베’로도 불려...한일관계 우려
일본 정계 ‘유리천장’ 뚫어온 여성정치인...첫 여성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자민당 총재.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다카이치 사나에 전 일본 경제안보담당상이 사실상 차기 총리를 뽑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을 차지했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자민당 첫 여성 총재로 선출됐고, 사상 최초의 여성 일본 총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4일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치러진 제29대 총재 선거 결선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재는 185표를 얻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지만 156표를 기록하는 데 그친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을 29표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다카이치 신임 총재는 일본 집권 자민당 내에서도 강경 보수이자 ‘극우’ 성향으로 알려진만큼 협력 분위기가 무르익던 한일관계에 상당한 파장이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다카이치 총재는 그동안 역사와 영토 문제에서 타협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기시다 후미오 내각의 경제안보상이던 그는2023년에 봄과 가을 예대제(例大祭·제사)와 패전일 무렵에 모두 참배했다. 또 지난해 9월 총재 선거 당시 “국책(國策·국가 정책)에 따라 숨진 이들에게 계속 경의를 표하고 싶다”며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야스쿠니신사는 메이지유신 전후 일본에서 벌어진 내전과 일제가 일으킨 수많은 전쟁에서 숨진 246만6천여 명의 영령을 추모하고 있다. 그중에는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도 합사돼 있다. 다카이치 총재가 총리 재임 중에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강행한다면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013년 참배한 이후 최초가 된다. 각료와 총리의 참배는 무게감이 다르기 때문에 실제로 참배할 경우 한국과 중국 등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는 자신을 ‘온건 보수’라고 주장하면서 강경 보수 색채를 희석하는 데 힘써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관련해서 “적절히 판단할 것”이라며 다소 유보하는 태도를 나타내기도 했지만, 시마네현의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날’ 행사에 참여하는 정부 대표를 차관급에서 장관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우익 성향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오는 15일 국회 총리 지명선거를 거쳐 다카이치 내각이 출범하게 되면,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한 강경한 입장이 그간 협력 기조를 이어왔던 한일관계의 최대 변수이자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다카이치 총재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더라도 역사·영토 문제에서 기존 내각보다 더 강경한 입장을 나타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다카이치 총재가 이번 선거 과정에서 동북아시아 안보 정세 등을 감안해 “한국과 협력하며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한 만큼 한일관계에 악영향을 줄 언행을 자제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탄탄한 경력을 쌓으면서 일본 정계 ‘유리천장’을 뚫어온 것으로 알려진 여성 정치인이다. 일본 중의원(하원)은 여성 의원 비율이 15%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다카이치 신임 총재는 1990년대 초반 처음 중의원에 입성해 총 10회 당선됐고, 자민당 유력 인사 중 드문 ‘비세습 정치인’이다.

평범한 맞벌이 가정 출신인 그는 1961년 3월 혼슈 서부 오사카 인근 나라현에서 태어나, 국립대인 고베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정치인 양성기관인 ‘마쓰시타 정경숙’에 들어갔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 노다 요시히코 대표, 자민당 오노데라 이쓰노리 정무조사회장 등이 마쓰시타 정경숙 출신이다. 이후 다카이치 총재는 TV 프로그램 진행자를 거쳐 1993년 중의원 선거에서 당선되며 처음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아베 전 총리와는 ‘국회 입성’ 동기다. 1996년 자민당에 입당한 뒤에는 중의원 선거에서 한 차례 낙선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나라현 지역구에서 당선돼, 이번 선거 소견 발표 연설회에서는 자신을 ‘나라의 여자’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아베 전 총리가 처음으로 집권했던 2006년에는 내각부 특명담당대신으로 처음 입각했고, 2012년 당시 야당이던 자민당 총재 선거에 아베 전 총리가 출마하자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다카이치 총재는 그해 12월 아베 전 총리가 재집권하자 당 요직인 정무조사회장에 기용됐다. 이후 아베 내각에서는 두 차례 총무상을 지냈다. 이어 2021년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후임을 뽑는 총재 선거에 출마했지만 기시다 전 총리, 고노 다로 전 디지털상에 이어 3위로 낙선했다.

기시다 내각에서는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에 이어 경제안보상을 맡았고, 아베·기시다 정권에서 각료로 재임하면서도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정기적으로 참배하는 등 극우 행보를 보였다. 이 때문에 과거 총리 시절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바 있는 우익 성향 아베 전 총리에 빗대어 ‘여자 아베’로 평가받기도 했다.

작년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는 1위를 차지했지만, 결선 투표에서 반(反) 다카이치 세력 결집 등의 영향으로 이시바 총리에게 석패하면서 이시바 내각 당시에는 강연활동을 하는 등 재야에 머물렀다.

존경하는 인물은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와 파나소닉 창업자이자 마쓰시타 정경숙을 세운 마쓰시타 고노스케라, 애독서는 ‘대처 회고록’이라고 밝힌 바 있는 다카이치 총재는 의원 숙소에서 많은 자료를 읽는 등 ‘열심히 공부하는 정치인’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가족은 남편뿐이고 아이는 없다. 일본의 주간지 ‘주간분슌’ 등에 따르면 전 자민당 중의원 의원인 남편 야마모토 다쿠와는 한 차례 이혼했다가 재결합했다. 좋아하는 음식은 딸기 쇼트케이크와 닭고기구이이고, 간사이 지역의 인기 프로야구팀인 한신 타이거스 팬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재희 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