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골프 경험 살려 장점만 결합…亞게임 메달리스트서 골프 코치로 변신한 권기택 [임정우의 스리 퍼트]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2025. 10. 4.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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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시절 국내 평정했던 실력자
고등학교 졸업 후 日로 골프 유학
명문 도호쿠 후쿠시 대학교 졸업
4학년 떈 주장으로서 팀 이끌어
한국과 다른 지도법에 깜짝 놀라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하고
선수 스스로가 연구하고 고민해
“나는 스윙 코치 아닌 골프 코치
더 나아지도록 돕는 역할 하고파“
한국과 일본 골프 지도법의 장점만을 결합해 여러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는 권기택 골프 코치. 윤현준 골프전문사진기자
한국과 일본 골프 지도법의 장점만을 결합해 자신의 이름을 알려가고 있는 골프코치가 있다. 부산 아시안게임 남자 골프 단체전 은메달리스트로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오랜 기간 활약하다가 지도자로 전향한 권기택 골프코치다.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유현조와 고지우 등을 가르쳐 우승 제조기로 불리는 권 코치는 “은퇴 이후 지도자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대학을 일본에서 나왔기 때문에 골프와 관련된 사업을 하려고 알아보던 중 2020년 겨울 삼천리골프단 코치로 합류하게 됐다. 이만득 삼천리그룹 회장님이 없었다면 지도자로서 시작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 한국 골프계에서 권기택의 이름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었다. 송암배 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 등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국가대표로 활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 코치는 한국이 아닌 일본 대학교 진학을 선택했다.

일본 골프 명문 도호쿠 후쿠시 대학교에 입학한 권 코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 일본어를 전혀 하지 못했던 그는 사전을 두 개 들고 다니며 매일 공부를 했다. 권 코치는 “당시에는 지금처럼 일본어를 공부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사전을 들고 다니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어떻게든 표현했다. 또 하나의 사전은 상대에게 건네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표시해달라고 했다. 이 과정이 1년에서 1년 6개월 정도 지나니 어느정도 소통할 수 있게 됐다”고 미소를 지었다.

일본으로 골프 유학을 떠난 이유는 무엇일까. 잠시 고민한 권 코치는 당시 미국 다음으로 평가받았던 일본 골프를 경험하기 위해서였다고 답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에는 JGTO의 총상금 규모가 상상 이상으로 컸다. 대회 수 역시 30개가 넘었다”며 “시스템과 지도법 등도 수준이 높았던 만큼 고민을 거듭하다가 일본으로 넘어가게 됐다. 몇 차례 힘든 순간도 있지만 도호쿠 후쿠시 대학교에 진학한 건 정말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학년 때부터 골프부로 활약한 권 코치는 창단 이후 첫 외국인 주장으로도 발탁됐다. 권 코치가 졸업한 도호쿠 후쿠시 대학교는 일본에서 최고의 활약을 아마추어 선수들만 진학할 수 있는 골프 명문이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마스터스 토너먼트 정상에 오른 마쓰야마 히데키와 올해 신한동해오픈 우승을 차지한 히가 카즈키 등이 대표적인 졸업생이다.

권 코치는 “아베 야수히코 감독님에게 주장직을 제안받고 깜짝 놀랐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감독님이 믿고 맡겨주신 만큼 오랜 고민 끝에 수락했다”며 “주장으로서 팀을 이끌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 중에서도 규율과 책임감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전보다도 선수들이 신경쓴 건 단체전이다. 팀원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모든 선수들이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정신을 무장하기 위해 함께 삭발을 하기도 했다. 단체전을 치르면서 서로를 배려하고 믿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KB금융 스타챔피언십 정상에 오른 유현조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한 권기택 골프 코치. KLPGA
일본에서의 생활은 권 코치의 지도법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는 “일본에서 가장 놀란 것 중 하나가 팀에 스윙코치가 없는 것이었다. 지도법 역시 무엇인가를 하라고 명령하는 것이 아닌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이야기를 나누며 정답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있어 한국과는 완전히 달랐다. 이 경험을 통해 생각이 달라졌고 현재 지도자로서 선수들과 소통하면서 스윙, 퍼트 등을 개선해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권 코치가 또 하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수평적인 관계다. 그는 “지도자가 선수 위에 있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선수와 지도자는 함께 고민하고 연구해면서 눈앞에 놓여있는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를 믿고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 누군가가 주도하게 되면 지도자와 선수 사이는 멀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스윙코치가 아닌 골프코치로 불리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권 코치는 “내 역할을 스윙을 고치는 게 아닌 골프를 지금보다 더 잘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지도자의 감에 의존하는 선수는 오랜 기간 잘 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스스로가 확신을 갖고 경기에 나서는 게 중요한 만큼 앞으로도 이 점을 중점적으로 지도하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최근 일본 선수들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DP월드투어 등에서 맹활약을 펼치는 원동력으로는 어렸을 때부터 체계적인 관리를 받으며 성장하는 시스템과 코스 변별력을 꼽았다.

그는 “2015년 호주 출신의 가레스 존슨이 일본 골프 국가대표팀 총감독으로 합류한 뒤 일본 골프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일본골프협회(JGA)가 마련한 체계적인 시스템에 선수 스스로가 정답을 찾아가는 일본 골프의 지도법이 결합된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여기에 아마추어 때부터 다양한 경험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일본 골프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골프가 지금보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리랭킹 제도 등이 도입돼야 한다는 자신의 생각도 전했다. 리랭킹은 특정 기간 성적에 따라 시드 순위를 조정해 남은 시즌 출전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권 코치는 “KLPGA 투어의 수준이 더욱 높아지기 위해서는 리랭킹을 도입해야 한다. 리랭킹이 생기면 매 대회 경기력이 가장 좋은 선수들로 출전 명단이 채워지게 된다. 더욱 치열하고 박진감 넘치는 승부가 펼쳐지는 만큼 KLPGA 투어는 지금보다 더 많은 인기를 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과 일본 골프 지도법의 장점만을 결합해 여러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는 권기택 골프 코치. 윤현준 골프전문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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