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김씨 후손, 산불 극복 후 첫 추전 봉행…세대·지역 아우른 화합
문화재 보수·재난성금 기탁 이어 전통 지키는 의지…“30만 후손의 본향”

의성김씨 후손들이 세대와 지역을 넘어 한자리에 모였다.
149시간 이어진 산불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것은 잿더미가 아니라 전통을 지키겠다는 의지였다.
가을비가 내리던 지난 3일, 경북 의성군 사곡면 오토재 강당에서는 100여 명의 종친이 태자첨사공 김용비(金龍庇) 선조의 음덕을 기리는 추전(秋奠)을 봉행했다고 4일 밝혔다.
의성김씨 오토산관리위원회(회장 김호상)는 이날 추전을 열고 헌관과 축관이 묘소에 올라 고유제를 올린 뒤 오토재로 내려와 제향을 이어가는 절차를 밟았다.
수십 년 만에 이뤄진 이례적인 의식이었다.
초헌관은 김덕일(평장사공파), 아헌관은 김시복(귀봉공파)·김종승(지촌공파), 종헌관은 김환동(괴정공파)·김상원(이계공파), 축관은 김윤식(도곡공파), 집례는 김종두(목사공파)가 맡았다.
서울과 부산, 포항, 경주 등지에서 버스를 대절해 모인 종친들은 조상 제향과 더불어, 올봄 경북 산불 피해 복구에 함께한 뜻을 되새겼다.
김진기 대종회장과 김병갑 고문 등 주요 인사도 자리를 함께했다.
김호상 회장은 "의성 산불로 26명이 숨지고 35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은 경북이 겪은 가장 큰 시련 중 하나였다"며 "올해 3월 의성을 비롯해 안동·청송·영덕 등 경북 북부 지역이 149시간 동안 불길에 휩싸이며 소중한 문화재까지 소실되는 참혹한 재난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로 인해 지난 4월 6일 예정됐던 진민사 춘향을 부득이하게 취소하고 임원진만 고유제를 올렸으며, 우리 위원회와 대구종친회(회장 김선갑), 김종대 전 회장, 대종회 등이 각각 1000만 원씩을 보태 총 7000여만 원의 재난성금을 의성군과 경북도에 기탁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새로운 역사를 세우는 것보다 지켜내는 일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절감했다"며 "산불 당시 오토산을 지키기 위해 힘을 모은 종친들의 단합이 문중의 정신을 증명했다"고 회고했다.
위원회는 지난 5월 진민사·오토재·사경당의 노후 기와 교체와 구조 보수 작업을 완료했다.
이번 보수에는 약 5억 원의 문중 재산과 임원진 출연금이 투입됐으며, 향후 문화재로 지정될 경우 국·도비 지원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진민사 소장 고문서 133점은 2017년 경상북도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현재 의성 조문국박물관에서 위탁 관리되고 있다.
문화유산 지정 기준은 해방 이전 건축물과 문서의 가치를 평가하여 선정하고 있으며, 해당 고문서들은 의성김씨의 가계·향례·토지 운영 등 조선 후기 지역사 연구의 귀중한 사료로 평가된다.
행사는 김진기 대종회장과 김병갑 고문의 인사로 마무리됐다.
참석자들은 "오토산은 30만 의성김씨의 정신적 본향이자 후손 교육의 장"이라며 "문화유산을 지키고 조상을 섬기는 일로 세대 간 화합을 이어가겠다"고 뜻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