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와 제미나이, 그리고 성녀 테레사의 황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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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와 바로크는 서양 예술사에서 중요한 시간대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성녀 테레사의 황홀경'은 조각 작품과 회화가 융복합돼 있다.
각각의 미디어가 서로를 이용해 새로운 미디어로 거듭나는 것을 '재매개(일종의 하이퍼 매개)'라 했는데, 이 논리가 '성녀 테레사의 황홀경'에 그대로 나타난다.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의 교집합을 '성녀 테레사의 황홀경'이 보여주듯, 어쩌면 챗GPT와 제미나이가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공통분모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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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미디어 서로를 통해 재탄생
모든 게 이어진다는 재매개 이론
디지털 시대에서도 영향 그대로
AI도 서로에게 영향 주며 진화
알고리즘 어떤 변화 이끌어올까
![성녀 테레사의 황홀경.[사진 | 위키백과]](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04/thescoop1/20251004175420512zldt.jpg)
르네상스와 바로크는 서양 예술사에서 중요한 시간대라고 할 수 있다. 이 시대의 유산들이 세계의 번영을 가져온 기술이나 철학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가령, 고대 이집트 미술은 그리스에 영향을 미치고, 이렇게 만들어진 그리스 문화는 로마시대의 예술 양식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갑자기 출현하는 예술 양식은 없다. 조각, 회화 등 모든 작품은 전시대 예술이나 지식에 영향을 받고, 이는 또다시 후대에 전해진다. 많은 이들이 예술사史를 수천년간 이어진 흔적의 기록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는 어떤 걸 남겼을까. 그리고 디지털 미학인 '재매개이론'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일단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조각 작품인 '성녀 테레사의 황홀경(Santa Teresa in estasi)'을 보자.
잔 로렌초 베르니니가 제작한 이 작품은 융복합적이란 바로크 예술의 특징을 잘 드러내고 있다.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단일 재료로 작품을 만드는 일반적인 예술 사조와 크게 다른 점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이 작품의 중앙 대리석은 스페인 카르멜회 수녀 테레사가 종교적인 황홀경을 경험하고 기절한 모습을 보여준다. 왼쪽에 있는 창을 든 천사는 성녀가 환상속에서 목격한 장면이 무엇인지 '형태'로 알려준다. 테레사와 천사 조각상을 중심으로 양쪽엔 코르나로 가문에서 기증한 초상화 두세트를 배치했다.
중앙 조각상 위 예배당의 아치엔 천상의 빛과 구름을 상징하는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다. 양쪽에 배치된 사람들은 대리석으로 제작한 조각 작품이다. 경이적인 장면을 포착한 예배당의 구성원을 묘사했다.
이처럼 '성녀 테레사의 황홀경'은 조각 작품과 회화가 융복합돼 있다. 다소 과도하단 평가를 받는 성녀 테레사와 천사의 조각상, 양쪽에 배치된 초상화, 그보다 더 바깥에 만든 극장 박스는 '모든 게 이어지는' 하이퍼 매개의 속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최후의 만찬.[사진 | 위키백과]](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04/thescoop1/20251004175421793ekxt.jpg)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사진 | 위키백과]](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04/thescoop1/20251004175423098cdro.jpg)
이는 뉴미디어 학자 제이 볼터와 리처드 그루신이 주창한 '재매개이론'과 맞닿는다. 두 사람은 20세기말 미디어 테크놀로지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오래된 미디어와 새로운 미디어가 동시대에 공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각각의 미디어가 서로를 이용해 새로운 미디어로 거듭나는 것을 '재매개(일종의 하이퍼 매개)'라 했는데, 이 논리가 '성녀 테레사의 황홀경'에 그대로 나타난다.
그럼 지금은 어떨까. 결코 길다고 할 수 없는 '디지털 기술'의 역사에서도 하이퍼 매개가 나타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 2000년대 초반 IT, 2010년대 스마트폰과 사물인터넷(IoT), 2020년 중반의 인공지능(AI) 기술은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진화하고 있다.
오픈AI(openAI)의 챗GPT와 구글 제미나이(Gemini)의 경쟁 역시 '하이퍼 매개'의 단면을 보여준다. 요즘 정치와 경제, 사회 분야에서 큰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것이 어떤 알고리즘을 발판으로 어떤 미래를 향해 나가는지는 아직은 알 수 없다. 다만, 과거의 변화를 품은 지금의 변화가 미래의 변화로 이끌 것이란 사실은 분명하다.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의 교집합을 '성녀 테레사의 황홀경'이 보여주듯, 어쩌면 챗GPT와 제미나이가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공통분모가 될지도 모르겠다. 과연 융복합은 우리에게 어떤 선물을 건넬까.
김선곤 문화전문기자
sungon-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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