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주 구금 사태 한 달…급한 불 껐지만 근본적 해결 가능할까

지난달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한국인 317명이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체포, 구금되면서 큰 파장이 일었습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한미가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협의하는 등 비교적 빠르게 수습 국면에 들어가고 있지만,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이 사태의 배경을 깊이 이해하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한미 협의..."B-1 비자로 장비 설치 등 활동 가능"
한미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한미 비자 워킹그룹 1차 회의를 열고 대미 투자 기업 활동과 관련한 비자 제도 개선 방안 등을 논의했습니다. 정부는 우선 단기상용 비자인 B-1 비자로 할 수 있는 활동을 명확히 하는 데 집중했고, 이에 대해서는 미 측의 전향적인 입장을 이끌어낸 것으로 평가됩니다.

미국은 대미 투자 과정에서 수반되는 해외 구매 장비의 설치, 점검, 보수 활동을 위해 B-1 비자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고, ESTA(무비자 전자여행허가제도)로도 B-1 비자 소지자와 동일한 활동이 가능하다고 재확인했습니다. ICE(미 이민관세단속국) 단속으로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대부분이 B-1 비자 또는 ESTA를 통해 입국했다 고초를 겪었는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1차 목표는 우선 달성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 측이 이 같은 내용을 관련 대외창구를 통해 공지하기로 했고, 대미 투자 기업들의 비자 문제를 담당할 '전담데스크'를 이달 중 주한 미 대사관에 설치해 가동하기로 했습니다.
■"조지아 사태로 한미관계 악화?" 美 전문가들도 '촉각'
이 사건은 미국 내에서도 많은 논란과 우려를 낳았습니다. 지난달 9~19일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미국 동서센터가 진행한 한미언론교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미국 워싱턴DC 등에서 만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기업인, 언론인 등은 하나같이 이 사태가 한국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또 대미 투자 위축이나 한미관계 악화로 이어지지는 않을지 우려하며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습니다.
워싱턴DC의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의 패트릭 크로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는 "미국에 와서 투자해 달라고 요구해 놓고는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마치 몰래 들어와 일하는 범죄자 취급하는 것들이 대단히 반생산적이고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며 "장기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또다른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앤드루 여 선임연구원은 "한미정상회담이 끝난 지 얼마 안 됐고 현대가 추가로 투자하기로 한 상황에 이런 단속을 한 것 자체가 (미국 정부부처 간) 조율이 잘 안됐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며 "한국 외교부와 미 국무부가 어떻게든 잘 풀어보려고 노력하는 것을 보면, 잘못됐다는 것을 인지하고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려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 미국 언론인은 "조지아 사태로 한국 기업들이 오히려 중국과 가까워지는 게 더 나은 선택이라는 생각을 불러일으킬 만하지 않겠냐"고 걱정했고, 애틀랜타에서 만난 시민운동가는 "한국 기업들이 투자하는 시설인데 이런 식으로 대하면, 그럼 돈만 달라는 거냐?"며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습니다.
■"투자 유치와 반이민 정책의 충돌"...뿌리엔 MAGA?
이번 사태의 원인을 미국의 전문가들은 '투자 정책과 반이민 정책의 충돌'이라고 짚었습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과 미국상공회의소 아시아 담당 부회장을 지낸 타미 오버비 DGA그룹 컨설턴트는 "트럼프 정부의 중요한 정책이 외국 투자 유치와 반이민 정책인데, 이 두 정책의 우선순위가 충돌한 모습으로 생각된다"며 "특히 미국은 현재 '정상적인 시장(normal market)'이 아니다. 트럼프와 트럼프 주변의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한 발 더 들어가면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슬로건으로 대표 '미국우선주의'가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을 부르는 말로도 쓰이는 'MAGA'는 미국 제조업 부활을 외치며 해외 기업들이 미국에 더 많이 투자할 것을 요구하지만, 동시에 난민 등 외국인의 미국 이민을 제한하는 '반이민 정책'을 열성적으로 지지합니다. 사태 초기부터 이들을 향한 '정치적 메시지'라는 지적이 나온 이유이기도 합니다.
조지아주 디캘브카운티에서 만난 공화당 지역당원들에게서 이 같은 점을 더 명확히 읽을 수 있었습니다. 공화당원 앤 레인 씨는 "조지아주에 현대 공장을 유치할 때 정치인들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거라고 했는데,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미국 현지인들을 고용하지 않고 한국인들을 데려오는 모습을 보며 약속과 다르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사태에 대해서도 "한국인이 싫어서라기보다는 미국인과 미국 사회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주의회 하원의원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는 공화당원 래기 홀 씨는 "다른 나라로 일하러 오면 그 나라 법을 따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는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안타깝지만 추방되어야 하는 상황이 있다"며 "당연히 (그들이) 돌아와서 공장을 완성하고 운영할 수 있게 도움을 주면 좋겠지만 '합법적 방법'으로 들어오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비자의 적법성' 등에 대한 한국 기자단의 지적에 이들은 대화 말미 "그들이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불법 케이스는 아니라는 걸 인지하고 있다"고 한발 물러서긴 했지만, 현지의 공화당 지지층이 이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비자 제도 개선 등 근본적 해결 반드시 필요"
문제는 이 같은 인식이 일부 열혈 'MAGA' 지지층의 생각일 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입니다. 한 미국 언론인은 "8년 전(트럼프 집권 1기 당시)에는 'MAGA' 지지층이 공화당 내에서 주류는 아니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미국 전체에서 주류라고 할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공화당 내에서는 주류가 된 상황이다. 사실상 공화당과 'MAGA'가 동일 선상에 있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같은 인식이 쉽게 바뀌기 힘들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지층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비자 제도 개선 등의 근본적인 해결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오버비 컨설턴트는 "과거 FTA(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나라들에게 비자 쿼터를 주는 경우가 많았다. 호주, 멕시코, 칠레, 싱가포르 등은 쿼터를 받았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았다"며 "한국 전문가들에게 비자를 할당해 줘야 한다는 '한국동반자법' 등의 통과를 위해 한국 정부와 기업,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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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용 기자 (utilit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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