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에서 조용필까지…박찬욱 ‘어쩔수가없다’ 어떤 곡 쓰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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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열흘 만에 157만명 관객을 모은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흥행 궤도에 안착하면서, 영화 삽입곡들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장면마다 흘러나오는 음악이 영상 이상의 여운을 남기며 관객들 사이에서는 "이 곡이 뭐였을까"라는 궁금증이 쏟아지고 있는 것.
두 곡 모두 영화의 숨 고르기 같은 여백을 만들며, 인물의 감정이 폭발과 고요 사이를 오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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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열흘 만에 157만명 관객을 모은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흥행 궤도에 안착하면서, 영화 삽입곡들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장면마다 흘러나오는 음악이 영상 이상의 여운을 남기며 관객들 사이에서는 “이 곡이 뭐였을까”라는 궁금증이 쏟아지고 있는 것.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으로 시작해 조용필의 ‘고추잠자리’로 폭발하고, 샘 앤 데이브의 솔(Soul)과 마랭 마레의 비올 선율로 마무리되는 구성은 그 자체로 영화의 또 다른 내러티브다.
오프닝을 장식한 곡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제23번 에이(A)장조 K.488’ 2악장 아다지오다. 1786년 빈에서 완성된 이 곡은 고전주의의 정제된 균형미를 지녔지만, 에프샤프(F♯)단조를 사용해 은근한 불안을 품는다. 잔잔한 현악의 서스펜스와 느린 피아노 호흡은 인물의 평온한 일상 뒤편에 숨어 있는 파국을 예고한다.
반대로 영화 중반부를 뒤흔드는 것은 조용필의 ‘고추잠자리’다. 1981년 발표된 이 곡은 동요 같은 명랑한 리듬과 반복되는 후렴으로 유명하지만, 박찬욱의 화면 속에서는 완전히 다른 결을 띤다. 환하게 웃는 멜로디와 폭력적인 장면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웃음과 불쾌가 동시에 솟구친다. 일상의 희화와 폭력의 리얼리티가 한데 뒤섞인 박찬욱 특유의 ‘음악적 아이러니’가 가장 명징하게 드러나는 순간이다.

이어지는 비 내리는 장면에는 김창완의 ‘그래 걷자’(1983년)가 흐른다. 포크 특유의 단출한 기타 리듬과 김창완의 담백한 목소리가 “그래 걷자, 그냥 걷자”는 체념을 덤덤히 읊조린다. 그 뒤를 잇는 배따라기의 ‘불 좀 켜주세요’(1984년)는 회상 장면에서 과거의 잔상을 불러낸다. 약간의 노이즈가 섞인 아날로그 음색이 공간의 색온도를 바꾸며, 화면 위에 노란빛의 기억을 드리운다. 두 곡 모두 영화의 숨 고르기 같은 여백을 만들며, 인물의 감정이 폭발과 고요 사이를 오가게 한다.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미국의 알앤비(R&B) 듀오 샘 앤 데이브(Sam & Dave)의 ‘홀드 온 아임 커밍’(1966년)도 주목받고 있다. 브라스와 리듬 섹션이 터지듯 시작되는 이 곡은 영화에서 배우 이성민이 연기한 구범모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 삽입됐다. 흑인 솔 특유의 그루브가 인물의 과장된 제스처와 겹치며, 웃음과 긴장이 동시에 솟구친다. 박 감독은 최근 문화방송(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출연해 직접 이 곡을 소개하기도 했다.

영화의 마지막을 감싸는 음악은 프랑스 바로크 작곡가 마랭 마레(1656~1728)의 ‘르 바디나주(Le Badinage)’다. 마랭 마레는 루이 14세 시대 궁정에서 활약한 비올(viola da gamba) 연주자이자 작곡가였다. 비올은 현대 첼로의 전신으로, 다리 사이에 두고 연주하는 바로크 시대 현악기다. ‘장난’ 혹은 ‘희롱’을 뜻하는 제목처럼 부드럽고 명랑하게 시작하지만, 주제의 반복이 이어질수록 여백이 늘어나며, 차가운 쓸쓸함이 남는다. 첼리스트 장기엔 케라스의 연주로 영화가 닫히는 순간, 관객은 웃음과 허무가 뒤섞인 박찬욱의 세계를 다시 마주한다.
‘어쩔수가없다’에 쓰인 다양한 음악은 한 영화 속에서 교차하며, 인간의 모순과 감정의 층위를 드러낸다. 음악은 더 이상 배경이 아니라 또 하나의 서사가 된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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