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관중시대…10개 야구단 주장들이 꼽은 최고의 응원가는?

야구장에 가면 흥얼거리면서 저절로 따라 부르게 되는 그것, 바로 응원가다. 그래서 각 팀 주장(주장 부재 시 부주장 혹은 야수 주장)에게 물었다. 우리 팀에서 가장 좋은 응원가, 그리고 다른 팀에서 가장 인상 깊은 응원가를. 응답한 선수 중에는 자기 응원가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이도, 친한 선수의 응원가를 꼽은 이도 있었다. 물론 “야구에 집중하다 보면 어떤 노래도 안 들린다”라고 말한 이도 있었다.
기아(KIA) 타이거즈 주장 나성범은 팀 동료
윤도현의 응원가를 으뜸으로 꼽았다. “안타 최강 기아 윤도현~” 등으로 시작한다. 나성범은 “팬들이 다 같이 불러줄 때 힘이 난다”고 한다. 다른 팀 응원가 중에서는 엘지(LG) 트윈스 외국인 타자 오스틴 딘의 노래가 귀에서 떠나지 않는다고 했다. “무적 엘지의 오스틴 딘~, 날려버려라, 오스틴 딘”이 반복된다. 케이티(KT) 위즈 장성우는 팀 내에서는 자기 응원가를 최고로 꼽았고, 타 구단에서는 한화 이글스 최인호의 곡을 뽑았다. “안타 최인호, 안타 최인호, 워어어어~ 이글스의 ‘호’”가 계속 이어진다.
에스에스지(SSG) 랜더스 야수 주장 한유섬은 자신의 응원가에 특별한 애정을 보였다. 엔씨(NC) 다이노스 이호준 감독이 선수 시절 쓰던 곡을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야야야야 한유섬 날려버려라”라는 구절이 이어지는데 “팬들이 크게 불러줄 때 힘이 솟는다”고 했다. 상대 팀 응원가 중에서는 롯데 자이언츠 전준우의 곡을 선택했다. “부산의 지역색과 잘 어울리고, 관중의 데시벨이 확 올라갈 때 짜릿하다”고 말했다. 전준우의 응원가는 “안타 안타, 쌔리라 쌔리라 롯데 전준우”이다. 두산 부주장 강승호 또한 전준우의 응원곡을 타 팀 최고 응원가로 꼽았는데 “중독적”이고 “경기장에서 들었을 때 가장 임팩트가 크다”고 한다. 두산 팀 내에서는 김인태 응원곡을 으뜸으로 뽑았다. 이유에 대해서는 “팬분들이 따라부르기 쉽다. 우리 팀 응원가 중 가장 응원가다운 응원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준우의 경우는 롯데에서 후배 윤동희의 응원가가 가장 분위기를 잘 바꾼다고 했다. 윤동희의 응원가는 “롯데의 윤동희~, 쌔리라 안타 쌔리라”가 포인트다. 전준우나 윤동희나 ‘쌔리라’는 표현이 등장하는데, ‘쌔리라’는 부산 등 경상도 지역에서 사용되는 사투리로, ‘때려라’라는 뜻의 강한 어감을 가진 응원 구호다. 다른 팀에서는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의 응원가를 높게 평가했다. 키움 히어로즈 송성문 또한 타 팀에서는 구자욱의 응원가를 으뜸으로 평했다. 팀 내에서는 박주홍의 응원가를 좋아한다고.
삼성 주장 구자욱은 강민호와 자신, 그리고 엘지 홍창기 응원가를 좋게 평가했다. 홍창기 응원가의 경우 노래방의 음원으로도 나올 정도로 인기가 많다. “홍창기 안타 안타 날려 홍창기, 홍창기 안타 날려버려라”로 이어지는데 율동까지 함께하면 더 신이 난다. 엘지 야구팬인 가수 홍경민이 직접 작곡해서 홍창기에게 줬다고 한다.
엔씨 서호철은 팀 내에서는 박건우의 응원가를, 타 팀에서는 한화 이진영의 곡을 언급하며 “귀에 쏙 들어오고 중독성이 있다”고 했다. 이진영 응원가의 경우 “이 순간 너의 모든 것을 보여줘, 넌! 이진영이다”라는 가사가 들어있는데 귀에 콕 박힌다. 한화 주장 채은성은 팀 내 야수 막내인 문현빈의 응원가를 가장 좋아했다. “우리 딸이 좋아하고 신나는 곡”이라서다. 문현빈의 응원가는 애니메이션 ‘개구리 중사 케로로’의 노래인 ‘사랑을 주세요’에서 따왔다. 다른 팀에서는 엘지 문정빈의 곡을 꼽았다. 과거 자신이 직접 썼던 응원가라 애착이 남아 있다고 한다.
엘지 박해민은 문보경의 새 응원가가 “익숙하고 신나서 좋다”고 했다. 문보경의 새 응원가는 80년대 유행가인 도시아이들의 ‘달빛창가에서’를 원곡으로 한다. 원래는 은퇴한 이병규(‘적토마’가 아닌 동명이인)의 응원가였으나 문보경이 물려받게 됐다. “오 오 오 문보경~”이 키 포인트다. 박해민은 타 팀에서는 친한 선수인 채은성의 곡을 꼽았다.
선수들의 응원가는 대부분 각 팀의 응원단장이 선수 특성 등을 고려해 만든다. 홍창화 한화 응원단장은 “선수의 개성과 플레이 스타일을 충분히 고려하고, 팬분들이 경기장에서 쉽게 따라 부르며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단순하면서도 힘 있고 중독성 있는 멜로디를 찾으려 한다”면서 “선수와의 어울림, 팬분들의 참여, 그리고 경기장의 에너지 이 세 가지가 응원가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했다. 스피드형 선수라면 경쾌하고 빠른 리듬, 장타자라면 힘 있고 묵직한 멜로디를 고민하는 식이다. 다만 저작인격권때문에 모든 곡을 쓰지 못하는 것은 아쉽다고 한다.
선수든, 팬이든 좋아하는 응원가는 제각각이다. 하지만 응원가 한 곡이 야구장의 열기를 단숨에 바꾼다는 사실만큼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미국 메이저리그와 달리 한국 프로야구가 독특한 응원 문화를 갖게 된 데는 이 응원가가 한몫한다. 야구장이 1~2만명이 떼창을 하는 거대한 노래방이 되는 이유다. 홍창화 응원단장은 “응원가는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선수와 팬, 그리고 구단을 하나로 이어주는 매개체”라고 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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