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장과 감옥 사이'…12·3 계엄군들의 엇갈린 운명
이외에 익명의 '헌법수호' 공로 포상자들 눈에띄어
"국민과 마찰 생길 수 있으니 국회 진입 말라"
반면 12.3 비상계엄 지시 따른 군인 30명 수사받아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국회 주변은 극도의 긴장에 휩싸였다. 계엄군 출동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A 소령은 부하들에게 “국민과 마찰이 생길 수 있으니 국회에 진입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위법·부당한 명령을 거부하고 국민과 부대원을 보호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상황 악화를 막은 이 판단은 결과적으로 헌법적 가치를 지켜낸 용기로 평가받았다. A 소령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국방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정부는 지난 달 23일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에 기여하고 병력의 국민 충돌을 막은 군인들에 훈장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헌법적 가치 수호를 위한 최초의 포상이었다. 이번 포상 대상자에는 해병 대원 순직 사건에 대한 외압을 폭로한 박정훈 해병대령도 포함됐다. 개인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불법·부당한 상관의 명령을 거부해 양심의 자유 등 헌법적 가치 수호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이들에 대한 실제 포상은 지난 1일 제77주년 국군의 날에 이뤄졌는데, 박정훈 대령이 대표로 단상에 올라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보국훈장 삼일장을 수훈했다.

“국민과 충돌 막아라” 현장에서의 결단
수방사 1경비단 B 대위는 국회로 향하던 버스 안에서 하차를 요구받았다. 그러나 무리한 하차는 곧 국민과의 물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고, 상급자 A 소령에게 이를 보고했다. A 소령은 즉각 ‘대기 지시’를 내렸고, 결과적으로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B 대위는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수방사 1방공여단 C 상사는 특전사 병력 수송 헬기의 비행 승인 요청을 받았지만, 규정에 따라 이를 거부했다. 국회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들어가 계엄 해제안을 의결할 시간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셈이다. 그는 보국포장을 받았다.
육군특전사 1공수여단 D 소령은 국회 진입 과정에서 국회 직원들과 정면 충돌했다. 신체적 가해를 당하기도 했지만 과잉 대응하지 않고 현장 1대대장 김형기 중령을 보좌하며 국회 직원과 부대원 간의 물리적 충돌 방지를 위해 애썼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같은 부대 E 중사는 격렬한 항의를 받는 상황에서 동료들을 다독이며 끝내 물리력 사용을 자제했다. 그는 국민과 부대원의 갈등을 완화한 공로로 역시 대통령 표창 대상이 됐다. 1공수여단 F 상사도 비슷한 상황에서 병력의 흥분을 막았다. 그는 “시민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라”, “밀지 말고 뒤로 물러나라”는 지시를 내리며 현장을 통제했고,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이에 동조한 H 원사 역시 국방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H 원사는 흥분한 부대원들을 진정시키며 현장 질서를 유지했다. 철수 과정에서는 촬영 중이던 시민에게 “죄송하다”며 직접 고개 숙여 사과하기도 했다. 그의 태도는 국민 불신을 완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계엄 가담 수사받는 현역 군인 30명
그러나 이들에게 지시를 내린 계엄군 주요 지휘관들은 모두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대장), 여인형 방첩사령관(중장),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중장),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중장), 문상호 정보사령관(소장) 등이 대표적이다.
감옥에 수감되지 않았더라도 중간 지휘관이었던 이상현 육군특수전사령부 제1공수특전여단장(육군준장), 김현태 육군특수전사령부 제707특수임무단장(육군대령), 김대우 국군방첩사령부 방첩수사단장(해군준장), 박헌수 국방부 조사본부장(육군소장), 고동희 국군정보사령부 계획처장(육군대령), 김봉규 정보사령부 중앙신문단장(육군대령), 정성욱 정보사령부 100여단 2사업단장(육군대령) 등도 재판에 넘겨졌다.
올해 초 기준 12·3 비상계엄 가담 혐의로 수사를 받는 현역 군인은 모두 30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장성급은 대장 1명과 중장 5명, 소장 3명, 준장 5명, 준장 진급예정자 3명 등 17명이었다. 영관급은 대령 11명, 중령 1명, 소령 1명 등 13명이다. 수사대상 중 위관급 장교와 부사관, 의무복무 병사는 없었다.
김관용 (kky144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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