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락하던 헌책방, MZ들 사이에서 재조명… 왜?

김도균 기자 2025. 10. 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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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부터 소셜미디어(SNS)에서 '서울대 중앙도서관 도서가 흘러들어갔다'며 소개된 한 헌책방 앞. /김도균 기자

지난 2일 오후 서울 관악구의 한 헌책방. 대학생 이모(25)씨가 책꽂이에서 두툼한 건축학 서적을 꺼내 들고는 계산대로 갔다. 그가 건넨 돈은 원가인 2만원에 한참 못 미치는 3000원에 불과했다. 다른 책도 대부분 1000~5000원대 가격이었다. 이씨는 “개인적으로 e북은 집중이 잘 안될뿐더러 종이책만의 감성이 있다”며 “주머니 형편상 새 책을 사긴 곤란해 헌책방을 찾았다”고 했다.

서적의 디지털화와 성인 독서량 감소 추세 등이 맞물리며 점차 사라지던 헌책방이 MZ세대 사이에서 재조명받고 있다. 독서를 세련된 취미로 보는 ‘텍스트힙’ 열풍과 함께 값싼 가격에 책을 구할 수 있는 공간으로 알려지면서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기존에 출간했던 책값의 인상을 예고한 사례는 10월 한 달간 1690종이다. 이를 포함해 올해 1월부터 누적된 인상 사례는 총 1만1544종으로, 이미 작년(9798종)을 넘어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업계 안팎에서는 최근 종이값과 인건비 상승 등이 책값 인상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헌책방을 자주 찾는다는 대학원생 정주영(29)씨는 “요즘 서점에선 웬만한 장편 도서 한 권 값이 2만원을 넘는 데 반해 헌책방은 ‘가성비’ 좋게 책을 살 수 있다”며 “간혹 절판된 유명 책을 발견할 때도 있어 ‘희귀 유물’을 찾는 재미도 있다”고 했다.

올해 초부터 소셜미디어(SNS)에서 '서울대 중앙도서관 도서가 흘러들어갔다'며 한 헌책방을 소개한 글. /X(옛 트위터)

올해 초부터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일부 헌책방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X(옛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에서 ‘서울대 중앙도서관 폐기 도서가 흘러 들어가 대학원생과 교수들이 보물 찾기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SNS에선 대학가 인근에 있는 헌책방 방문 후기 글이 쏟아졌다. 서울대 중앙도서관 측은 “폐기 자료는 업체에서 수거해간 뒤 파쇄하도록 돼 있어 시중에 유통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젊은층 관심이 업계 쇠퇴 흐름 자체를 되돌리긴 어렵다고 본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물가와 입소문 덕에 헌책방을 찾는 마니아층이 일시적으로 늘어날 수는 있다”면서도 “청계천, 동묘 등 주요 헌책방 거리가 썰렁해진 데서 보이듯 책 소비량 자체가 줄어들고 대형 서점이 업계를 독식하는 이상 ‘반짝 유행’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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