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저으며 두 다리로 달리는 단순한 동작이 저를 평화롭게 하죠”[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2000년 독일 전 외무 장관 요슈카 피셔가 쓴 ‘나는 달린다’를 읽고 ‘나도 한번 달려볼까’라는 생각을 했죠. 피셔 장관이 살을 빼기 위해 달려 112kg에서 75kg으로 감량한 것도 감명 깊었지만, 두 다리의 운동을 통해서 자신감을 걷고 인생을 긍정적으로 살아간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나는 달린다를 읽고 체코의 마라톤 영웅 에밀 자토펙이 남긴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인간은 달린다’는 명언의 의미를 직접 체험하고 싶었죠. 그런데 달리는 것과 안 달리는 것은 천지 차이였습니다. 솔직히 중고교 시절부터 운동을 많이 했다고 자부했는데 달리는 것은 달랐어요. 5km를 목표로 달렸는데 3km만 뛰고 택시 타고 돌아왔습니다. 자존심이 상했죠. 그리고 동호회를 찾았죠.”
분당 탄천 일대에서 활동하는 ‘분당검푸마라톤’에 가입해 함께 달렸다. 서로 의지하고 응원하며 달리니 더 쉽게 뛸 수 있었다. 바로 마라톤에 적응했다. 그해 2월 북한 금강산에서 열린 ‘제1회 금강산 마라톤대회’에 출전해 27km를 완주했다. 그는 “아버지가 북한에서 내려오셔서 참가가 더 뜻깊었다. 그리고 난생 첫 마라톤에 도전해 함박눈 내리는 가운데 야외 온천장으로 골인할 때의 기쁨은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2개월 뒤 42.195km 풀코스에 처음 도전해 4시간 30분에 완주했다.

이 변호사는 일찌감치 운동의 긍정적인 효과를 경험했다. “중고 시절부터 축구와 농구 등 운동을 좋아했어요. 전 운동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사법고시 보면서 알았어요. 고려대 법대 다닐 때 농구 팬이었고, 사법고시 공부할 때 미국의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 인기에 농구를 많이 하던 시절이었죠. 공부하다 막히면 공 들고 밖에 나가 친구들과 농구하고 돌아오면 공부가 잘됐어요. 공부하면서 오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도 극복했죠. 주변에 함께 농구한 친구들의 사법고시 합격률이 그렇지 않은 친구들보다 높았어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운동하면 머리가 더 활성화돼 공부가 잘된다는 연구 결과가 많더라고요.”

2015년 풀코스를 완주한 뒤 한동안 등산에 집중했다. 이 변호사는 “풀코스를 40회 넘게 달리니 권태감이 찾아왔다. 그래서 주말마다 지리산 설악산 등 백두대간 위주로 산을 올랐다”고 했다. 하지만 건강검진에서 고혈압, 고지혈증 등 성인병 증상이 나타나면서 다시 달렸다. 그는 “등산은 주말에만 할 수 있다. 그래서 운동량이 부족했다. 달리기는 시간 날 때마다 할 수 있으니 좋았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마라톤 풀코스를 50회 가까이 완주한 ‘철각’이지만 최근엔 대회 출전보다는 혼자 사색하며 달리는 재미에 빠져 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일이 안 풀릴 때 달리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힘이 생긴다”고 했다. 학창 시절 축구와 농구를 즐기는 등 운동을 좋아했던 그는 “무작정 달리기보다는 명상하며 달리면 더 좋다”고 강조했다.
“달리면 온전히 저에게만 집중할 수 있고, 마음이 평안해집니다. 난제도 잘 풀리죠. 이젠 생활 속 달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주 3~4회 10~15km 가볍게 달리고 있습니다. 언제든 쉽게 할 수 있는 달리기는 ’신이 내린 축복‘이라고 합니다. 심신 건강에 정말 좋습니다.”

“1990년대 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때는 실직한 중장년층들이 마라톤하며 삶의 의지를 다졌던 시기였다고 합니다. 마라톤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었죠. 최근 젊은이들이 마라톤과 트레일러닝 등 달리기에 빠진 이유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갈 곳이 없어 산과 도로를 달린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배경이 뭐든 보기 좋습니다. 달리면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건강도 얻을 수 있죠. 풀코스 완주하면 성취감도 느끼죠. 그래서 많이 달리는 것 같습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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