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시대상 담긴 대통령 ‘명절 선물’···뭘 줬고 왜 줬나

대통령이 명절마다 각계에 보내는 선물은 매년 화제가 됩니다. 무엇을, 누구에게, 어떻게 보냈는지가 하나하나 관심의 대상입니다. 특히 첫 명절 선물에서는 새로 출범한 정부의 국정철학을 엿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첫 추석 선물은 대통령 시계와 8도 수산물, 우리 쌀로 구성됐습니다. 키워드는 ‘5200시간’과 ‘북극항로’입니다. 이 대통령이 그간 여러 차례 강조한 ‘공직자의 1시간은 온 국민의 5200만 시간과 같다’는 철학이 특별제작된 탁상시계 2개에 담겼습니다. 또 북극항로의 거점 항구로 꼽히는 부산·울산·경남 지역 등에서 나는 8도 수산물을 통해 핵심 공약인 북극항로 개척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지난 3월 초대형 산불이 발생한 경북 의성에서 재배된 쌀을 담아 재난·재해 피해자들에 대한 위로의 의미도 담았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2년 취임 첫 추석 선물로 매실청·홍삼양갱·맛밤 등 특산물을 준비했습니다. 코로나19가 3년째 이어지던 시점에서 가족들과 간단한 다과라도 즐기며 회포를 풀기를 바란다는 의미라고 당시 대통령실은 설명했습니다.
매실·오미자청은 전남 순천·전북 장수, 홍삼양갱은 경기 파주, 볶음 서리태는 강원 원주, 맛밤은 충남 공주, 대추칩은 경북 경산 등에서 공수해 각 지역의 화합을 바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합니다.
대통령의 선물을 받은 이들의 면면에서도 각 정부의 핵심 과제가 엿보였습니다.
이 대통령의 선물은 산업재해 희생자 유족들에게도 전달됐습니다. 대통령실이 명절 선물을 공개하며 산재 희생자들을 꼭 집어 언급한 것은 처음입니다. 대통령실은 “특히 올해는 우리 사회의 노동 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다 안타깝게 생을 마친 산업재해 희생자 유가족분들에게도 선물을 전달하며, 국민의 아픔을 함께 나누려는 정부의 의지를 담았다”고 밝혔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첫 추석 선물을 누리호 발사에 기여한 우주 산업 관계자들에게 보냈습니다. 우주항공청 설립 등 주요 대선 공약이던 우주항공산업 발전에 대한 약속의 의미로 해석됐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매해 명절 선물을 공개할 때마다 ‘호국영웅과 유가족’ ‘제복 영웅과 유가족’에 대한 언급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화합’을 상징하는 대통령 명절 선물이 누구에게, 어떻게 보내졌는가로 논란이 되기도 합니다. 윤 전 대통령은 첫 설 선물을 가로세로연구소 김세의 기자 등 보수 유튜버들에게도 전달했다는 소식이 알려져 정치권에선 갑론을박이 일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의 2024년 설 선물은 때아닌 ‘종교 편향’ 논란이 일었습니다. 선물 상자에 그려진 십자가·묵주·성당 등 그림이 문제였습니다. 국립소록도병원 한센인 환자들이 소록도의 풍경을 그린 그림이라는데, 이를 불교계에 그대로 전달하며 소동이 일었습니다. 선물 속 편지에 기도문까지 적혀 불교계 일각에선 “종교 편향”이란 지적이 나왔고, 대통령실은 결국 선물을 회수해 재발송했습니다.
비슷한 논란은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에도 있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추석 선물로 황태·멸치 세트를 불교계 큰스님들에 보내려다 “불가에 생물을 보내는 것은 결례”란 지적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에 막판에 다기 세트로 교체가 됐다고 하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6년 집중호우 피해자들에게 보낼 추석 선물을 차·다기 세트에서 쌀과 같은 생필품으로 교체했다고 합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선물 상자 그림으로 난처함을 겪은 바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명절마다 선물 상자에 다양한 디자인을 도입했는데, 2021년 설에는 십장생도가, 같은 해 추석에는 일월오봉도가 그려진 상자가 사용됐습니다. 2022년 설에는 독도의 일출 장면을 형상화한 그림을 상자에 담았는데, 이 그림을 문제 삼아 아이보시 고이치 당시 주한 일본대사가 선물을 반송했다고 하죠. 청와대는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 희망을 주기 위해 독도의 일출 장면을 형상화한 것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대통령의 명절 선물은 통상 1만3000~1만5000개 제작됩니다. 많은 사람에게 전달되는 만큼 선물을 받은 사람이 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도 뉴스가 됩니다.
이 대통령의 이번 추석 선물은 발송 일주일도 되지 않아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30만원 안팎에 거래가 되고 있다 합니다. 지난해 추석엔 주류가 포함된 윤 전 대통령의 선물세트가 20~30만원에 거래돼 논란이 됐습니다. 주류 제품은 중고거래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윤 전 대통령의 지난해 추석 선물은 야당 의원들이 대통령의 국회 개원식 불참에 항의하며 줄줄이 ‘거부 인증’을 해 수난을 겪기도 했습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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