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시계, 로봇개로 돌아왔나”…정부 행사무대도 장악

김건희 여사의 인척 집에서 등장한 '고가 시계' 상자.
이 시계 구매자, '드론돔' 대표 서성빈 씨였습니다. 시계값은 5천만 원 상당, 서 씨는 'VIP 할인'을 받아 김 여사에게 시계를 '대리 구매'해 줬다고 주장했죠.
공교롭게도 이 시계 전달 이후 서 씨 회사가 총판을 맡은 '로봇개'가 대통령실 앞마당에 등장했습니다. 국내외 유력 로봇 업체를 제치고, 대통령실 경호처와 납품 계약을 맺은 덕분입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로봇개, 대통령실 앞마당에만 등장한 게 아니었습니다.
시계 전달 전후, 정부 부처 행사에 최소 두 차례나 등장하며 홍보 효과를 누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동행과 상생의 로봇개"...한덕수 전 총리 '호위'
"이 로봇개는 고스트로보틱스의 '비전60' 이라는 이름을 가진 경비견이라고 합니다. 굉장히 신기하죠? … 동행과 상생의 의미를 그대로 보여주는 로봇개 '비전60'이었습니다"
2022년 8월 31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부의 ‘동행축제’ 개막식.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연단에 오르기 전, 사회자가 로봇개를 소개하며 한 말입니다.
사회자는 "이 비전60이 아주 멋지게 의전을 할 분이 무대로 올라오신다"며 "로봇개 비전60과 함께 한 총리를 무대로 모신다"라고도 말합니다.
이영 당시 중기부 장관 역시 축사 도중 "제 옆에 로봇이 있다. 웬 로봇인가 하실 텐데 고스트로보틱스는 미국회사"라며 재차 로봇개와 그 회사를 언급합니다.
한덕수 전 총리와 이영 전 장관 등 연사가 세 번 바뀌는 동안에도 로봇개 2대는 내내 무대를 지킵니다.

1시간가량 진행된 개막식 행사에서 이 로봇개는 제품명만 여러 차례 언급되며 약 20분동안 무대에 섰습니다. 행사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영상 축사를 하고, 권성동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가 참석해 축사하기도 했습니다.
권향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대통령기록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로봇개가 한국에 들어온 건 중기부 행사가 열리기 불과 4개월 전입니다.
그 4개월간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1) 2022년 4월, 공 모 씨는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 법인을 만들어 고스트로보틱스 미국 본사와 국내 독점 판매 계약을 맺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2) 2022년 5~6월 사이, 사업가 서성빈 씨는 김건희 여사로부터 '순방 때 찰 시계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서 씨는 시계 대금 5000여만 원의 일부인 5백만 원을 전달받았다고도 했습니다.
3) 2022년 7월 1일, 서 씨는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사와 총판 파트너 계약을 맺습니다.
4) 2022년 8월, 중기부 행사에 이 '로봇개'가 등장했습니다.
이후 9월 초, 서 씨는 김 여사에게 '약속'한 시계를 건넸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시계 전달 며칠 뒤, 서 씨와 공 씨는 대통령경호처에 '로봇개'를 납품합니다.
특검팀이 공 씨가 회사를 설립해 로봇개를 수입하고, 서 씨가 주도해 대통령실 경호처에 납품한 과정에 사업상 특혜가 있었는지 들여다보는 이유입니다. 서 씨는 "로봇개로 수익을 내지 못했다"며 특혜는 없었다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 미국서 열린 중기부 행사에서도 '우수사례'로 소개
2022년 9월 2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미 스타트업 서밋'.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 등이 공동 주최한 행사에서 고스트사의 로봇개는 또 한 번 주목을 받습니다.
미국 스타트업 우수사례로 꼽혔기 때문인데요. 당시 고스트로보틱스 사의 공동설립자는 연단에 올라 '한국에 지사를 설립해 대통령실 경비 로봇으로 공급했다'고 자랑스럽게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권향엽 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고스트로보틱스가 두 차례 정부 행사 무대에 서게 된 경위는 석연치 않습니다.
당초 동행축제 개막식에는 고스트사의 로봇개뿐만 아니라 보스턴다이내믹스 사의 로봇개도 무대에 함께 오르도록 섭외됐습니다. 하지만 행사 당일, 고스트사의 로봇개만 무대에 올랐습니다.
권향엽 의원실은 "한-미 스타트업 서밋 행사 당시 고스트사를 섭외한 실무자 측으로부터 '상부에서 고스트사를 섭외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설명을 확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두 행사 당시 중기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관계자 측은 "고스트사뿐만 아니라 로봇개와 드론 등 첨단 기술 제품을 소개하려 했던 것"이라며 "여러 업체를 동시에 섭외했지만, 고스트사가 제일 적합했을 뿐"이라고 특혜 의혹에 선을 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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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 기자 (sol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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