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고 싶어도 없어서 못 판다”… 이제는 금 대신 ‘은(銀)’

국제 은 시세가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국내에서도 ‘은 투자 열풍’이 확산되고 있다.
4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안전자산으로 불리는 은 투자 열기가 확산되며 실버바와 은통장 판매가 급증하고, 일부 공급 부족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만 금보다 변동성이 크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수원 소재 한 금거래소 관계자는 경기일보와 통화에서 “얼마 전부터 시중에 은 재고가 씨가 말라 발주 자체가 불가능하다. 팔고 싶어도 없어서 못 판다”며 “지금 주문해도 두 달 이상 걸리는데, 선금을 주고 기다리다 사고라도 나면 큰일이어서 발주를 포기했다. 금은 은만큼 ‘핫’하지 않다”고 말했다.
귀금속의 메카로 불리는 종로의 한 금은방 관계자도 “실버바는 현재 주문 제작 중으로, 생산 지연 탓에 출고가 원활하지 않다”고 안내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NH농협은행)의 올해 실버바 판매액은 지난 8월 사상 처음 월 10억 원을 돌파했다. 특히 신한은행 ‘실버리슈’ 은통장 잔액은 지난 11일 기준 810억 원을 넘어서며 사상 처음 800억 원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445억 원) 대비 82% 증가한 수치다. 수요에 발맞춰 시중은행은 기존 1kg 단위 실버바 외에도 100g 단위 상품을 출시했다.
■ 투자자 몰리는 이유…“은, 저평가된 안전자산”
지난 달 공개된 하나금융연구소의 ‘금보다 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국제 은 가격은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월 대비 33% 상승해 같은 기간 금(29%)이나 비트코인(22%)보다 높은 오름세를 보였다. UBS, Citi등 글로벌 주요 금융기관은 은 가격이 더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연구소는 현재 은 가격은 금의 약 90분의 1 수준으로, 역사상 가장 저평가돼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안전 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금 가격의 급등으로 대안인 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은 가격, 왜 오를까…“산업 수요 급부상”
은은 투자와 보석 수요가 대부분인 금과 달리, 전체 수요의 60% 이상이 산업용으로 쓰인다.
특히 전기·전자 분야 비중이 70%에 달하며, 전기차·태양광·인공지능(AI) 등 신성장 산업 확장과 함께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항균 특성이 의료기기 등에 활용되면서 의료 분야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생산량의 70% 이상이 금·구리 등 비철금속 생산의 부산물로 나와 탄력적인 공급 조절이 어렵다. 환경 규제 강화도 신규 광산 개발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보고서에서 황선경 연구위원은 “은은 이미 수급 불균형 상태에 진입했으며, 2030년까지 연간 평균 2억 온스 이상의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히 인공지능(AI) 등 산업 구조의 변화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세계 GDP를 웃돌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은 투자 어떻게? “금보다 큰 변동성…장기·분산 투자 권장”
은은 금보다 가격이 저렴해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버바 등 실물부터 ETF, 은 통장 같은 금융상품까지 방법도 다양하다.
금·은투자 전문가 조규원 스태커스 대표는 경기일보에 “ETF는 거래가 간편하고 수수료가 저렴하지만, 매도 시 과세 부담이 크다. 반면 가장 많이 투자하는 형태인 실버바는 팔 때 내는 세금이 없고 실물 프리미엄이 붙을 수 있다”며 “다만 첫 구매 시 부가세(10%)가 붙고, 보관 부담이 있다는 점은 단점”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변동성’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 대표는 “은은 금보다 시가총액이 10분의 1 수준이어서 가격 변동이 1.5~2배 이상 크다”며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단기간에 50% 넘게 급락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금이 너무 비싸 선뜻 투자하기 어려운 개인들에게 은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안”이라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고, 너무 큰 비중을 은에 투자하는 것은 지양하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황 연구위원은 “금의 안정성과 은의 성장 잠재력을 모두 활용하기 위해 두 금속을 함께 보유하고, 장기 전망에 맞춰 자산 배분을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소현 기자 sovivid@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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