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지는 ‘의료정치학’의 중요성

한겨레 2025. 10. 4.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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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은 자신의 건강을 숨기기도 하고 내세우기도 한다.

이처럼 정치인의 건강은 개인 차원을 넘어 정치적 의미를 지니며, 때로는 전략적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정치의 건강 리스크는 개인에 그치지 않는다.

결국 정치적 상황은 국민 집단의 건강을 심각하게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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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현장에 답이 있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지난 9월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정치인은 자신의 건강을 숨기기도 하고 내세우기도 한다. 그러나 그 모습은 곧 권력의 덧없음과 정치의 속성을 드러낸다. 우리는 지도자들의 건강 문제를 단순한 개인적 사정으로만 볼 수 없다. 그것은 국가 운영과 국민의 삶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학자 통일교 총재는 특검 출석 과정에서 휠체어를 타고 나와 건강 문제를 이유로 불출석 사유를 설명했다. 김건희 여사 역시 혈압 저하와 우울증, 불면증 등을 호소하며 재판 출석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과거 국제무대에서 화려한 외모로 주목받던 모습과 달리, 체중 감소와 흰머리가 늘어난 모습은 권력의 무상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비슷하다. 그는 구치소 수감생활이 어렵다며 당뇨와 고지혈증, 간 기능 이상 등을 호소했으나, 재판정에서 드러난 모습은 오히려 금주와 규칙적인 생활이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음을 보여줬다. 이처럼 정치인의 건강은 개인 차원을 넘어 정치적 의미를 지니며, 때로는 전략적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정치의 건강 리스크는 개인에 그치지 않는다. 비상계엄과 의대 정원 증원 논란은 국민에게 집단적 스트레스를 안겼고, 의료 시스템 혼란으로 환자들의 치료 시기가 늦춰지며 생명 위협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외국의 연구도 같은 맥락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 등 계엄 국가에서 학생들은 불안 수준이 높아지고 심혈관계 부작용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발병률이 증가했다. 두통, 수면 장애, 우울감, 피로감이 동반되며 신체 기능이 저하되는 현상이 보고됐다. 결국 정치적 상황은 국민 집단의 건강을 심각하게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과학 연구에서는 정치 이념 성향이 건강에 서로 다른 영향을 준다고 분석한다. 진보 성향은 신체 건강에, 보수 성향은 정신 건강에 더 민감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철학자 미셸 푸코는 이미 18세기에 인구의 생물학적 현상, 즉 건강, 출생률, 기대수명이 국가의 관리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생명정치’ 개념을 제시했다. 강력한 국가는 건강한 국민을 통해 완성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나치는 우생학을 바탕으로 강제불임과 안락사를 ‘의학적 정책’으로 포장하며 의료를 폭력적으로 악용했다. 이처럼 의료는 정치에서 선용될 수도, 악용될 수도 있다.

대한민국은 초고령 사회를 맞이하며 의료정치학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비대면 진료, 성분명 처방, 지역의사제, 의대 신설 등은 모두 민감한 현안이지만, 직역 이익이 아닌 국민 건강권과 행복추구권의 관점에서 논의돼야 한다.

김대중 정부의 의료보험 통합을 비롯해 코로나19 시기의 3T(검사·추적·치료) 대응 사례는 정치가 국민 생명을 어떻게 지켜낼 수 있는지 보여준 대표적 경험이다. 정치가 국민의 건강을 해치는 도구가 아니라 지켜내는 힘이 될 때 우리는 비로소 건강한 국가, 강력한 국가를 완성할 수 있다.<끝>

신현영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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