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도 육아 조언 '척척' 그런데 믿어도 될까[40육휴]

최우영 기자 2025. 10. 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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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아빠의 육아휴직기] < 32주차 > AI의 육아 조력
[편집자주] 건강은 꺾이고 커리어는 절정에 이른다는 40대, 갓난아이를 위해 1년간 일손을 놓기로 한 아저씨의 이야기. 육아휴직에 들어가길 주저하는 또래 아빠들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아기가 아프면 부모는 잠 다 잤다고 봐야 한다. 둘이 번갈아 야간 당번을 해도 이렇게 쉽지 않은데 한부모 가정은 도대체 얼마나 힘들까. 며칠씩 이어지는 야간 고열에 부모까지 정신이 혼미해진다. /사진=최우영 기자
며칠 전 저녁까지 미열 수준이던 딸의 체온이 자정에 이르자 39℃를 넘겼다. 급하게 저녁밥 직후 먹인 것과 다른 계열의 해열제를 먹이고 달래기 시작했다. 열 경련이나 다른 증상은 없어 아이 상태를 살피며 열을 내릴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에어컨을 켜고 실내 온도를 낮춰야 한다고 들은 게 생각나 실행하려다 아내와 다퉜다. 아내는 에어컨을 켜면 아이가 더 힘들어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애 키우다 보면 부부끼리 참 많이도 싸운다. 자정이 넘은 시각, 전화해 물어볼 소아과(소아청소년과) 의사 친구도 없었다. 대신 요즘에 가장 많은 사람이 의지하는 다른 친구에게 묻기로 했다.
AI의 대답 "에어컨을 켜되 직접 바람은 피하도록"
(위)챗GPT (아래)제미나이의 '아기 열날 때 에어컨 가동 여부'에 대한 답변. 큰 차이가 없다. /사진=챗GPT, 제미나이 캡처
그전에도 생성형 AI(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은 적이 몇 번 있었다. 다만 최소한 두 가지 이상의 AI에게 물어보고 교차검증하고는 했다. 이번엔 챗GPT와 제미나이에게 물어보니 "실내 온도를 24~26℃로 하되 직접 바람을 맞게 하진 말라"는 공통된 답이 나왔다.

내친김에 집에 갖고 있는 해열제의 교차복용 방법과 시간 등에 대해서도 추가로 물어봤다. 부루펜, 타이레놀, 종류별 챔프의 구분과 교차복용 간격 등에 대해서도 두 엔진 모두 유사한 답을 내놨다. 소아과에서 평상시 듣던 내용과 같았다.

이 밖에도 미온수 마사지, 통풍이 잘되는 얇은 옷 입히기, 습도 조절, 탈수 방지 등 고열 증상의 아이를 위해 필요한 조치들까지 추천받았다. 무료 버전을 쓰다 보니 질문 개수에 제한이 걸려 브라우저를 바꿔가며 여러 계정을 사용해 궁금증을 대부분 풀 수 있었다.
무턱대고 믿기는 어려워…다른 출처들과 비교 필요
종종 찾아보는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의료정보 페이지. 소아청소년과 교수들이 자기 실명 내걸고 올리는 글인만큼 매우 믿음이 간다. /사진=서울아산병원 홈페이지 캡처
아직까지 AI는 가끔 헛소리(할루시네이션)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도 '그럴싸하게' 한다. 논문에서 인용했다며 엉터리 건강 정보를 알려준 뒤 출처를 재차 물어보면 "사실 제가 지어냈습니다"라고 하는 식이다.

그래서 AI가 뭔가를 설명하면 출처나 근거 논문을 물어보고 직접 찾아봐야 한다. 가끔은 논문 링크를 근거로 제시하는데 직접 들어가 보면 내용이 딴판인 경우도 있다. 그래서 하나하나 꼼꼼하게 읽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AI가 말해준 내용의 키워드를 뽑아서 다른 출처의 정보와 비교할 때도 많다. 그나마 신뢰가 가는 것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나 블로그, 홈페이지 등이다. 대학병원 홈페이지에 나온 내용들도 훌륭하다. AI는 이러한 '믿을만한 정보 출처'로 찾아가는 데 필요한 길잡이 정도로 활용하는 게 좋다.
최고의 도우미 '동네 소아과' 연휴 기간에 어쩌나
65년만에 처음 생겼다는 전남 곡성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상주하는 동네 소아과가 여럿 있다는 건 생각보다 감사한 일이다. /사진=뉴스1
사실 AI나 유튜브 같은 온라인 도우미보다는 동네 병원의 소아과 전문의 1명을 직접 만나 물어보는 게 가장 빠르고 좋은 방법이긴 하다. 다만 그들도 사람이다 보니 24시간 일할 수는 없다. 만나서 얘기할 수 있는 시간도 제한된다. 가끔 오전 9시에 소아과 '오픈런'을 하거나 어린이집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소아과에 가보면 기나긴 대기열에 질릴 때가 많다. 저출산 사회라더니 이 많은 아기가 다 어디서 온 것일까 싶다.

다른 때보다 더 긴 이번 연휴를 앞두고 소아과에선 "토요일에 오면 5일 치 약을 처방해주겠다"고 했다. 처방약을 쟁여두는 건 다행이지만 혹여 돌발상황에 찾을 병원이 없을까 두렵기도 하다. 대학병원 응급실 문턱은 너무 높다. 한번 발을 들였다가 다른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며 응급실 웬만하면 가지 말라는 소아과 의사들의 조언도 있었다.

일부 블로그나 맘카페에는 벌써 '연휴기간 영업 소아과' 리스트가 돌고 있다. 위치와 전문의 보유 여부, 영업시간 등이 한가득이다. AI는 알려주지 않는 정보들이다. 제미나이는 일반 소아과 명단을 주면서 "전화해서 연휴 영업 여부 물어보라"고 하고, 챗GPT는 "119 등에 문의해보라"는 식이다.

AI가 주는 의료 정보나 블로거가 알려주는 병원 정보 모두 고맙고 귀중하지만 쓸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아이 병간호하는 데 쓰이는 에너지는 놀아주는 데 쓰는 에너지의 몇십배쯤 되는 듯하다. 마음 졸이는 것도 크다. 아무쪼록 아이 키우는 집들 모두 급하게 소아과 찾을 일 없이 평온한 추석 연휴를 보내면 좋겠다.


최우영 기자 yo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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