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전압과 콘센트는 왜 표준화가 되지 않았을까?[이유범의 에코&에너지]

이유범 2025. 10. 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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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류·교류 기술 경쟁 속 각국 입맛에 따라 전압 선택
콘센트 역시 기술표준 선점 경쟁
1·2차 세계대전이 국제협력 방해

추석 황금연휴를 앞둔 1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이 여행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추석 황금연휴 기간(2일~12일)에 인천공항을 오가는 여객은 245만 3000명으로 예상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올 추석연휴는 개천절(10월3일)과 추석연휴(8~9일)한글날(9일)이 겹쳐 10월10일 하루만 연차를 사용하면 최대 열흘간의 황금연휴가 완성돼 해외여행을 떠나는 여행객들로 인천공항이 붐빌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해외여행을 가보면 나라마다 표준 전압과 콘센트 모양이 달라 곤란을 겪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며, 멀티어댑터를 챙기는 일이 필수로 여겨진다. 100V부터 240V까지 제각각인 전압과 A형부터 O형까지 무려 15가지에 달하는 다양한 콘센트 모양 뒤에 숨겨진 역사적 배경, 기술 경쟁 등을 살펴봤다.
국가별 전압을 그린 생성형 이미지. 챗 GPT

효울성의 220V vs. 안전성의 110V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표준전압은 전 세계적으로 110~120V(볼트) 계열과 220~240V 계열을 사용하는 나라로 구별된다. 110V를 사용하는 대표적인 국가는 미국, 캐나다, 일본 등이 꼽힌다. 미국은 전기의 아버지로 불리는 토머스 에디슨이 직류(DC) 기반의 초기 배전 시스템을 구축할 때 110V를 표준으로 삼았다. 이는 당시 사용하던 백열전구에 적합한 전압이었고, 감전 위험이 220V보다 낮아 안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영향으로 미국의 기술을 도입한 캐나다, 일본이 100~110V를 사용 중이다.

이후 교류(AC) 시스템을 주창한 니콜라 테슬라가 더 높은 전압이 송전 손실이 적고 효율적이라는 점을 내세워 220V를 제시했다. 전압이 높을수록 같은 전력을 보낼 때 전류가 낮아져, 더 얇은 전선으로도 멀리까지 전기를 보낼 수 있다. 유럽은 전력망을 비교적 늦게 구축하면서 효율성이 높은 220V 교류를 도입했다. 당시만 해도 국가별 전력 시스템에 국제 협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미약했고, 각국은 자국 산업 상황에 맞는 선택을 했다. 이 역사적 갈림길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110V는 감전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 피부 저항을 고려할 때 110V는 치명적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아, 안전을 우선한 국가들이 선택했다. 하지만 낮은 전압은 동일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더 높은 전류가 필요하다는 뜻이 된다. 그만큼 전선이 두꺼워지고, 전력 손실도 커진다.

220V는 110V보다 송전 효율이 높고, 가전제품도 더 강력한 출력을 낼 수 있다. 대신 감전 시 위험성은 커진다. 유럽이나 아시아 국가들이 220V를 유지하는 이유는 전력 효율을 우선했기 때문이다.

각 국은 자국의 전력 사정과 안전 기준에 따라 장단점을 저울질해 전압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거대한 국가 시스템이 자리 잡은 후에는, 막대한 비용과 사회적 혼란을 감수하고 표준을 바꾸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선택의 역사’가 오늘날까지 이어진 셈이다.

우리나라는 전기를 도입한 초기에는 110V를 사용했으나,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에너지 효율 증대를 위해 220V로 바꾸는 대규모 승압 사업을 추진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승압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친 사례로 남게 됐다.

국가별 플러그 타입을 그린 생성형 이미지. 챗 GPT

세계대전이 막은 콘센트 표준화
전압과 함께 여행자들을 괴롭히는 것이 바로 콘센트(플러그 및 소켓)의 다양한 모양이다. 현재 공식적으로 A부터 O까지 약 15가지 유형이 존재한다. 미국과 일본은 평행한 두 개의 날이 있는 A형, 한국과 유럽은 두 개의 원형 핀이 있는 C형이나 E/F형, 영국은 안전 퓨즈를 내장한 세모꼴 G형을 쓴다.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역시 고유한 규격을 채택했다.

이처럼 콘센트 규격이 제각각인 이유는 전기 보급 초기에 국제 표준이 없었기 때문이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전기가 전 세계로 퍼져나갈 때, 각 나라와 심지어 지역별 전기 회사들은 독자적으로 자신들의 전력 시스템(전압, 주파수)과 플러그-소켓 방식을 개발했다. 이 시기에는 여러 발명가와 기업들이 자신의 기술을 표준으로 삼기 위해 경쟁했다. 일단 한 가지 방식이 특정 지역에 널리 퍼지면, 그 방식에 맞춰 전력망과 가전제품 시장이 형성되며, 막대한 비용 때문에 이후에 다른 표준으로 바꾸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플러그의 종류가 너무 많아지자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등을 통해 통일 규격을 만들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기술적 이견과 국가 간 이해 충돌로 인해 지지부진한 가운데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국제 협력을 방해했다. 전쟁이 끝난 후 범용 국제 규격이 발표됐지만, 그때는 이미 수십 년 동안 각국이 자국의 플러그와 소켓 인프라를 확고하게 구축한 뒤였다. 막대한 재원을 들여 전 국민의 콘센트를 교체할 명분도, 실익도 없었다.

멀티 어댑터·프리볼트 해법 찾아

국제 표준 통일이 어려운 현실 속에서, 시장과 소비자는 자체적인 해법을 찾아냈다. 여행자들은 국가별로 다른 콘센트를 연결할 수 있는 ‘멀티 어댑터’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다만 멀티 어댑터는 단순히 플러그 모양만 바꿔주는 장치이지, 전압을 변환해주는 변압기(Converter) 기능은 없다는 점에서 반드시 전압을 확인한 후 사용해야 한다.

전자기기 제조사들도 점차 ‘프리볼트(100~240V 전압 호환)’ 제품을 내놓으면서 소비자 불편을 줄이고 있다. 제품에 'Input: 100V - 240V' 이 표시되어 있다면 프리 볼트 기기이다. 이는 전 세계 대부분의 전압(100V대, 220V대)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므로, 별도의 변압기가 필요 없다. 대부분의 스마트폰 충전기, 노트북 어댑터, 카메라 충전기가 이에 해당한다.

반면 'Input: 220V'만 적혀 있다면 단일 볼트(Single Voltage) 기기이며, 반드시 여행지 전압에 맞는 변압기를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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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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