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무코드 930909’ 부여된 점술업, 아직도 납세 사각지대인 3가지 이유
연남동 사주·타로 매장 19곳 중 사업자 등록증은 1곳만

지난 8월 드라마 ‘왕초’ ‘허준’ ‘광개토대왕’ 등에 출연한 배우 출신 무속인 정호근씨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신당 수입을 신고하지 않았다가 국세청에 적발돼 세금을 추징당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정씨는 “무속 활동을 면세 사업으로 착각했다”고 해명했다. 점을 봐주고 받은 ‘복비’를 종교 시설 기부금에 해당한다고 봤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현행법상 무속·사주·타로카드 등의 점술업도 표준사업분류코드(96992)와 세무 업종 코드(930909)가 부여돼 있다. 어떤 형태로든지 다른 사람의 운세를 점쳐주고 복비를 받으려면 사업자 등록을 내고 납세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조선비즈 확인 결과, 이런 곳은 매우 드물었다. ‘납세 사각지대’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사업자 등록을 낸 점술업자는 늘어나는 추세인데, 세무 당국이 정씨 사례처럼 단속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신고된 점술업자 순이익, 4년 새 38.2% 늘어… 1인 평균은 1000만원 수준
4일 국세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사업자 등록을 마치고 영업 중인 점술업 개인사업자는 2015년 2830명에서 작년 8000명으로 3배 수준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신규 개업한 점술업자는 668명에서 2713명으로 늘었다. 폐업은 460명에서 1298명으로 늘었는데, 개업한 점술업자가 매년 더 많다.
국세청은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점술업자를 매년 몇 명이나 단속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매년 신규 등록하는 점술업자가 증가하는 것을 보면 정씨 사례처럼 단속이 강화된 결과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점술업은 성장하고 있는 사업으로 보인다. 종합소득세 신고 통계를 보면, 주업종이 점술·유사 서비스업인 신고 인원은 2020년 1286명에서 2023년 1844명으로 4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사업 소득 총수입금액(매출액)은 4528억원에서 7604억원으로 67.9%, 소득금액(임대료 등을 제외한 순이익)은 1214억원에서 1678억원으로 38.2% 늘었다.
다만 점술업자들이 그렇게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소득금액 1억원 초과 신고자는 ▲2020년 9명 ▲2021년 14명 ▲2022년 13명 ▲2023년 10명으로 나타났다. 평균 소득금액은 연간 900만~1000만원 수준이었다.

◇실제 점술업 규모는 국세청 집계보다 클 것으로 추정
다만 실제 점술업자 규모는 국세청이 집계한 것보다 훨씬 크고, 소득도 더 많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처럼 ‘성장 산업’인 점술업이 납세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가 꼽힌다.
①무속인·점술가, 지자체에 영업 신고 안 해도 돼
먼저 사업자 등록을 낸 점술업자가 거의 없다는 게 주된 원인이다. 조선비즈가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일대에서 사주를 봐주는 점집과 타로카페 19곳을 확인한 결과, 1곳만 사업자 등록증이 매장 내에 비치돼 있었다. 17곳(89.4%)은 “직원이라 잘 모른다”는 등 답변을 회피했고, 1곳은 “등록돼 있다”고 했지만 사업자 등록증은 현장에 없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무속인은 지자체에 영업신고를 필요로 하는 업종이 아니라서 미등록 상태로 영업하는 무속인을 파악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그래서 무속인·점술업 관련 통계도 별도로 구분해 관리하지 않고 있다. 세액 추산도 어렵다”고 했다.
②복비 대부분은 현금으로… 국세청 “현금영수증 의무 발행하자” 건의
점을 본 뒤 복비를 계좌 이체하거나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사례가 드물다는 점도 문제다. 이정훈 칠도세무그룹 대표세무사는 “점술 서비스업은 매출의 80~90%가 현금·계좌이체로 이뤄진다”면서 “금액도 그렇게 많지 않아, 손님이 현금영수증을 요구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렇게 복비를 현금으로 받고 신고하지 않으면 그만큼 소득이 누락되어 세금도 내지 않는다. 연 매출액이 1억원을 초과하는 점술업자도 10명 남짓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세무 당국이 적극적인 조사에 나설 유인이 크지도 않다.
③본업은 ‘점’이지만 외형은 카페인 곳도
사주카페·타로카페처럼 영업장에서 다과와 음료를 함께 제공하는 곳은 점술업이 아닌 휴게음식점으로 사업자 등록을 내는 경우도 있다. 최근 타로카페를 이용한 서모(28)씨는 “남자친구와의 궁합사주에 6만원, 빵과 커피에 1만5000원을 냈다”고 말했다. 보통 카페에서는 카드를 사용하지만, 복비는 현금만 받아 빵·커피도 현금으로 샀다. 제과점업은 점술업과 달리 ‘청년 창업 중소기업’ 세액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점술 상담이 이뤄지는 사례도 늘어났다. 안모(34)씨는 “지난해 10월 한 플랫폼에서 용해 보이는 점술가에게 사주 상담을 받았다”면서 “이분이 사업자 등록을 냈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국세청도 이런 문제는 인지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점술업을 현금영수증 의무 발행 업종으로 지정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에 법령 개정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정훈 세무사는 “사주·타로 카페에선 점술 관련 매출을 분리해서 신고해야 하고, 온라인 플랫폼은 제휴 점술업자들의 매출액과 정산 내역을 세무 당국에 통보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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