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주한 스타트업 대표, 어디부터 거짓이었을까… 경찰, 센시 수사 확대
대전중부서서 대전경찰청 이관
재무 신뢰성·투자처 관리 도마

이 기사는 2025년 10월 02일 13시 27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시각장애인용 점자 콘텐츠 제작 사회적 기업으로 알려졌던 센시의 창업자 대표가 횡령한 사건과 관련, 경찰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연쇄 창업가 출신으로 투자금 유치 과정에서 “착하게 사업하고 싶었다”고까지 했던 서인식 센시 대표가 이미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파악돼서다.
벤처캐피털(VC) 업계와 경찰 등에 따르면 센시 창업자 대표 투자금 횡령 의혹 수사가 최근 대전경찰청으로 이관됐다. 최초 접수는 대전중부경찰서였으나, 사건의 중대성과 전담 수사 필요 등으로 광역청으로 넘겨졌다. 배당 부서와 강제수사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
대전경찰청은 센시 창업자 대표인 서인식 대표의 소재 추적, 참고인 조사 확대 등 절차를 밟을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투자 설명회 자료, 회계장부 원본, 해외 법인 거래 내역 등을 확보해 매출채권 실재성과 자금 이동 경위 등을 살필 방침인 것으로 파악됐다.
서 대표는 투자금을 횡령해 도피한 혐의를 받는다. 서 대표는 구체적으로 지난해 시리즈B 라운드 투자유치에서 ATP인베스트먼트와 한국투자증권 등으로부터 받은 약 300억원 중 약 230억원을 미국 법인인 TRT 계좌로 이체했다. 이후 그는 미국으로 떠나 잠적했다.
경찰 조사는 지난달 초 회사와 기관 투자자 등 주주들의 신고로 최초 진행됐다. 시리즈B 투자유치에 참여한 ATP인베스트먼트와 한국투자증권 외에도 큐더스벤처스, 메가캐스트, 하나증권 등이 일찌감치 투자자로 참여, 주요 주주에 이름을 올린 상태였다.
센시는 벤처투자 시장에서 나름 ‘유망 기업’으로 꼽혔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콘텐츠 제작 사회적 기업으로 2015년 출발했지만, 정부 지원 등 보조금에 의존하는 대신 점자 콘텐츠 프로그램·점자 서적 판매 등으로 돈 버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센시는 텍스트를 점자로 변환하는 프로그램 ‘센시(SENSEE)’를 주요 기술로 내세웠다. 사람이 점자 콘텐츠를 직접 변환·출판하는 구조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센시 프로그램을 활용해 시간과 비용을 단축했다는 게 핵심이었다.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에 공장도 구축했다.
VC들은 서 대표의 투자 설명에 혹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창업과 엑시트를 반복한 연쇄 창업가로 의미있는 일을 해볼까 하는 생각에 사회적 기업 센시를 창업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 대표는 또 시각장애가 있는 가족을 위한 착한 창업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센시 지분 6.2%를 보유한 주요 주주인 큐더스벤처스는 지난 2020년 서 대표를 만난 당일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센시는 큐더스벤처스 자금을 받아 파주 공장에 점자 프린터를 구축했다. 이후 큐더스벤처스 측으로 점자 달력 등을 선물하기도 했다.

서 대표의 투자금 횡령과 해외 도피는 지난 5월 외부감사 ‘의견 거절’이 도화선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4년 본격적인 해외 판매를 시작, 전년 대비 두 배로 늘어난 309억원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는데 현대회계법인은 감사증거를 입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시장에선 센시의 실적이 근거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국내 제약사, 식품사와 점자 라벨 공급 계약을 맺었고,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교육국과 점자 교과서도 만들기로 했다는 서 대표의 발표가 이어졌지만, 실상품은 시장에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사이 실적은 매년 배로 뛰었다. 2022년 99억원이었던 매출은 2023년 144억원으로 발표됐다. 지난해 매출은 309억원이었다. 센시는 영업이익도 내고 있다고 했다. 2022년 영업이익은 37억원, 2023년은 36억원으로 전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90억원으로 뛰었다.
회사는 그동안 매출 증가의 근거를 해외 매출이라고 했다. 한국의 시각장애인은 약 25만 명인데, 그중 6급 장애인은 운전도 가능해 실제로 점자를 필요로 하는 인구는 2만~3만 명인 탓에 미국 등에서 전체 매출의 80%를 올린다고 설명했고, 투자자는 믿었다.
하지만 이는 거짓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매출이 없었거니와, 기술력도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일각에선 투자자들이 최소한의 투자처 사후 관리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센시 매출의 절반 이상이 미국의 TRT 매출채권으로 구성된 상황에서 매출채권이 현금 유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만 봐도 충분히 의심을 할 만한데도 이를 살피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센시 외부 감사인 현대회계법인이 감사 의견 거절을 낸 이유도 회사가 매출채권 실체를 입증하지 못한 게 원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센시가 미국에서 체결한 거래 실체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거짓 계약이 드러날 우려에 해외 도피를 택한 것으로 경찰 또한 보고 있다.
한편 센시는 서 대표 개인의 횡령 의혹 규명에 협력하는 동시에 사업 운영도 지속한다는 방침이지만, 운영 차질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센시가 점자책 생산 기지로 활용했던 파주 공장은 문은 닫았고, 직원 수 역시 올해 초 48명에서 지난 8월 21명으로 급감했다.
센시 측은 “경찰 수사에 협조하는 동시에 회사를 살리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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