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 매수 적기는 상장 직후…일찍 사야 싸게 산다”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투자의 가장 큰 장점은 기업의 주식을 상장 전부터 일찍 보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식은 싸게 살수록 수익률이 높다. 주식을 가장 싸게 사는 방법은 가장 일찍 사는 거다. 스팩이라는 도구가 있기 때문에 일반인이 상장 예정인 비상장 기업에 일찍부터 투자할 수 있다.”
김학주 한동대 ICT창업학부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이탈리아 보젠-볼차노 자유대가 2012~2021년 미국에서 비상장 기업과 합병을 완료한 총 236개 스팩을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스팩은 합병 발표 시점을 전후로 ‘5일간 7.4%’라는 높은 단기 수익률을 기록했으나, 이후 장기적으로는 수익률이 부진했다. 합병 발표 이후 1년간 평균 수익률은 -14.1%, 2년간 평균 수익률은 -18.0%로 나타났다. ‘일찍 매수하라’는 조언이 권장되는 이유다.
김 교수는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우리자산운용 운용총괄 최고투자책임자(CIO), 한가람투자자문 CIO를 지낸 투자 전문가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국 증시에서 스팩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20~2021년 스팩 호황기 이후 유동성이 줄어들며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면서 미 증시에서 스팩이 한동안 침체했다. 최근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금리가 내려가면서 유동성이 풍부해진 모멘텀이다. 둘째, 유동성이 신기술로 가는 흐름이다. 신기술이 있는 유능한 기업이 미국에 많고, 이들은 전통적인 기업공개(IPO)보다 빠르게 상장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스팩을 택하고 있다. 마지막은 스팩이 스폰서 위주 시장에서 투자자 위주 시장으로 변한 영향이다. 스팩 호황기에는 인기가 너무 많다 보니 지나치게 공급자 우위 시장이 펼쳐졌다. 미국에선 스폰서가 스팩 설립 시 통상 2만5000달러(약 3485만원)만 납입하고 스팩 법인의 지분 20%를 취득한다. 또 합병 이후 해당 기업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워런트를 함께 가져간다. 스폰서에게 너무 유리한 조건이었는데, ‘스팩이 무조건 돈이 되는 게 아니다’는 인식이 퍼진 뒤에 스팩 시장이 투자자에게 우호적인 환경으로 바뀌었다.”
최근 국내에서도 메리츠증권이 15년 만에 신규 스팩을 상장하며 주목받았다.
“국내에선 스팩을 통해 우회 상장할 역량 있는 스타트업이 적다는 점이 한계다. 따박따박 영업이익을 내고 현금 흐름 좋은 기업은 전통적인 IPO를 해도 된다. 스팩은 당장 매출과 영업이익이 잘 나오지 않더라도 신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자 선택하는 것인데, 국내에선 역량 있는 스타트업이 적게 탄생한다. 한국은 기술을 약간 바꿔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엔지니어링 분야에 뛰어나지만, 신기술로 직결되는 기초과학에선 약하다. 또 좋은 기업을 발굴하는 선구안이 있는 투자자도 적다.”
스팩 우회 상장 성공 사례는.
“당장 영업이익을 내기 어렵지만 유력 투자자로부터 신뢰를 얻어 자금을 조달하고자 할 때 스팩 상장의 장점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전고체 배터리 개발 기업 퀀텀스케이프는 2020년 9월 스팩을 통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우회 상장했다. 또 뉴욕에 본사를 둔 재사용 로켓 개발사 아이로켓이 스팩을 통해 나스닥에 우회 상장한다고 지난 7월 발표했다. 주식시장은 결국 기대를 사고파는 곳이다. 인공지능(AI)이 학습 단계를 넘어 추론 단계로 가면서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고, 기존 액체 전해질 배터리는 안정성에 한계가 있어 결국 전고체 배터리로 전환해야 한다. 저궤도(LEO) 위성은 6세대(6G) 이동통신 기술과 큰 시너지를 낼 수 있고 국방 분야 수요가 많다. 세상을 바꿀 신기술이 있는 기업이 스팩 상장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

투자 측면에서 스팩의 장점은.
“스팩 투자의 가장 큰 장점은 기업의 주식을 상장 전부터 일찍 보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식은 싸게 살수록 수익률이 높다. 주식을 가장 싸게 사는 방법은 가장 일찍 사는 거다. 스팩이라는 도구가 있기 때문에 일반인이 상장 예정인 비상장 기업에 일찍부터 투자할 수 있다.
또 미국 스팩의 경우, 초기에 스팩을 사면 합병 이후 행사할 수 있는 워런트를 추가로 준다. 보통주 1주당 2분의 1주 혹은 보통주 1주당 3분의 1주의 워런트를 주는 구조가 흔하다. 예를 들어 보통주 1주당 2분의 1주의 워런트를 주는 스팩이라면, 10주를 샀어도 15주 산 거나 마찬가지다. 스팩은 비상장 기업과 합병에 실패하더라도 원금을 받고 나올 수 있는 환매 청구권이 있다.”
투자자가 스팩을 ‘옥석 가리기’ 하는 방법은.
“스팩을 운용하는 스폰서의 과거 실적을 우선해서 봐야 한다. 스팩의 성공 여부는 스폰서의 역량과 과거 실적에 달려 있다. 쉽게 얘기하면, ‘얼마나 빠르게 경쟁력 있는 기업을 물고 오는지’다.
좋은 기업을 찾는 능력뿐 아니라 ‘부족한 자금을 채워 넣을 수 있는 조달 능력’도 중요하다. 스팩 투자자는 합병이 성사되지 않으면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을 권리가 있는데, 시장 상황이 나쁘거나 합병 대상 기업이 매력적이지 않다고 판단하면 투자자가 상환 청구를 하게 된다. 상환 청구가 많아질수록 스팩이 애초에 조달한 공모 자금이 점점 줄어들고 합병을 추진할 때 기업 인수에 쓸 돈이 부족해진다. 따라서 상환으로 빠져나간자금을 메우기 위해, 스폰서는 사모펀드를 추가로 유치하는 구조를 종종 사용한다. 스폰서가 혁신 기업과 사모펀드 양쪽에서 좋은 네트워크를 갖고 있어야 한다.
스폰서의 네트워크나 운용 능력도 중요하지만, 태도와 철학도 중요하다. 일부 스폰서는 번드르르한 아이템을 내세워 투자자를 현혹하는 데 집중하거나, 스폰서가 가져가는 보상을 지나치게 많이 설정한다. 스폰서가 양심적인지, 투자자를 배려해 스팩 조건을 유리하게 설계했는지를 따져야 한다.”
스팩을 매수할 적기는.
“우선 스팩이 상장한 직후에 사는 걸 추천한다. 주가가 가장 저렴하고, 저가에 워런트 같은 추가 옵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합병을 발표한 뒤라면 합병하기로 한 기업 역량을 보고 추가 매수를 고려할 수 있다. 이때 상환으로 빠져나간 자금을 메우기 위해 진입한 사모펀드가 스팩 주식을 얼마에 사는지가 힌트가 된다. 사모펀드가 프리미엄(웃돈)을 얹어서 스팩 주식을 샀다면, 같이 따라서 추가 매수해도 된다는 좋은 신호다. 합병을 완료한 이후에 매수하는 건 일반 종목을 사는 것과 똑같기 때문에 스팩에 투자하는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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