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으로 일어선 남유럽, ‘관광의 함정’서 허우적…물·주택난에 저임금 일자리만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5. 10. 4.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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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아테네 아크로폴리스를 오르는 길은 전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도 없었다.

전문가들은 관광 특수로 찾아온 경기 반등을 촉매로 삼아 경제 전체의 체질을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남유럽 국가들의 부활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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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가산업 못키운 남유럽
아테네 아크로폴리스를 이른 아침에 오르는 관광객들. 김슬기
지난여름 아테네 아크로폴리스를 오르는 길은 전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도 없었다. 아침 8시에도 1시간은 줄을 서야 입장 게이트를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저렴한 맛집이 즐비한 플라카 거리 카페에서는 앉을 자리를 찾기가 힘들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보복 관광’은 그리스를 유럽의 열등생에서 빠져나오게 만드는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21세기 들어 유럽의 ‘문제아’로 불렸던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 남유럽 4개국(PIGS)이 반전 드라마를 쓰고 있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4개국의 국내총생산(GDP) 실질성장률은 평균 1.7%다. 유로지역 전체 평균(0.9%)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사회적 갈등과 재정 적자 등으로 뒷걸음질을 치고 있는 서유럽과 다른 모습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관광산업 의존도가 절대적인 경제 구조는 언제든 ‘관광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낳고 있다.

일단 스페인은 노동시장의 긍정적인 신호가 눈에 띈다. 2024년 11.4%였던 실업률은 2026년에는 10% 아래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속적인 이민 유입에 힘입은 결과다. 그럼에도 스페인은 안팎에서 관료주의와 복잡한 규제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다각화를 저해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포르투갈과 그리스는 적극적인 재정건전화로 부채 비율을 낮추고 있으며 실업률도 개선되는 흐름이다. 하지만 노동시장은 여전히 기간제 근무가 중심이다. 관광 성수기에 의존하는 계절적 요인 때문이다.

관광 산업은 코로나19가 보여준 것처럼 갑작스러운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 관광은 주로 저임금과 외국인 소비에 의존하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관광이 장기적으로 부를 창출하는 전략이 될 수 없다고 경고한다.

바르셀로나, 카나리아 제도, 발레아레스 제도 등에서는 대규모 관광객 유입으로 인한 ‘과잉 관광(Overtourism)’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그리스 산토리니·미코노스 같은 인기 있는 섬들은 인구의 4배에 가까운 관광객을 수용하면서 여름철에 물, 주택, 에너지 공급에 심각한 부담을 겪고 있다.

마르코 유키치 비스마르크 애널리시스 수석분석가는 “관광이 단기적인 번영을 가져올지 몰라도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을 제한한다”며 “생산성이 낮고 자동화 여지가 적은 관광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을 지연시키고 경제를 저숙련·저임금 노동력에 의존하게 만든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이들 3국은 모두 청년 실업률이 20%를 웃돌고, 실업률이 개선되고 있는 스페인조차 청년 실업률은 지난해 27.1%에 달했다.

결국 정보기술(IT)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 투자 유치를 통해 관광 의존도를 낮추고 청년 고용을 늘리는 구조개혁이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관광 특수로 찾아온 경기 반등을 촉매로 삼아 경제 전체의 체질을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남유럽 국가들의 부활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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