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보유세 늘린다고 서울 집값 잡을수 있을까

김참 부동산부장 2025. 10. 4.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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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부동산 시장 불안이 가중되는 가운데,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 한 달 만인 지난달 29일 “개인적으로 보유세를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부동산 정책 주무부처 장관의 발언이었기에, 시장은 “문재인 정부 시즌 2가 아니냐”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렇다면 보유세는 집값을 안정시키는 핵심 정책이 될 수 있을까? 현재 한국의 주택 보유세는 재산세(과세표준: 공시가격의 60%, 세율: 0.1~0.4%)와 종합부동산세(1세대 1주택자 공시가격 9억 원 초과 시 0.5~1.0%, 다주택자 최대 5.0%)로 나뉜다.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은 전체 국민의 상위 1%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다른 OECD 국가들의 보유세 부담은 한국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주택 보유세(Property Tax)는 주마다 다르지만 전국 평균 실효세율이 0.9%에 달하며, 낮은 곳은 0.27%부터 뉴저지처럼 2.23%에 이르는 곳도 있다. 영국은 카운슬 택스(Council Tax)를 통해 주택 가치를 8개 등급(Band)으로 나누어 세금을 부과한다. 중간 등급(Band D)은 연간 약 400만 원, 최고 등급(Band H)의 고가 주택은 약 900만 원으로, 실효세율은 0.5~1.5% 수준이다. 일본은 고정자산세와 도시계획세를 합쳐 공시가격 기준으로 1.7%의 비례세를 부과한다.

한국의 보유세가 이처럼 낮은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보편적 비례세가 아닌 소수에게 부담이 집중되는 징벌적 누진세 구조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또 부동산을 주요 재산 증식 수단으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으로 보유세보다는 거래세 중심으로 세제가 발달한 측면도 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있음에도 과거 문재인 정부는 집값 안정을 명분으로 보유세 인상을 추진했었다. 2018년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0.5~2.7%로 올리고 2020년에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69%까지 상향했다. 하지만 다주택자와 고가 주택 소유자만 겨냥한 ‘핀셋 증세’는 시장에 미치는 효과가 미미했다.

사람들은 증여, 세대 분리, 심지어 혼인 보류와 같은 방법으로 세 부담을 회피했고, 이는 매물 잠김 현상과 전셋값 급등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3기 신도시 등 공급 확대 정책은 지연되고, 미비한 대출 규제는 투기 심리에 기름을 부었다. 거래세 인하와 같은 완충 장치 없이 보유세만 올린 정책은 ‘세수 확보 목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 5년간 집값은 안정되기는커녕 서울아파트값 기준으로 90% 가량 급등했다.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보유세 인상은 양면적 교훈을 준다. 보유세가 단기적으로는 집값을 하락시키지만, 부작용도 그 못지 않다는 것이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2018년 투기세(0.5~2%)를 도입해 보유세 부담을 강화, 밴쿠버 집값을 15% 낮췄고, 외국인 주택 매입을 30% 줄였다. 하지만 도입 초기 임대료가 7% 상승하고 중산층이 외곽으로 밀려나면서 지역 불균형이 심화되는 부작용도 겪었다.

호주 빅토리아주 역시 2016년 보유세의 일종인 토지세(0.2~2.65%) 강화로 멜버른 집값을 10%가량 안정시켰지만, 임대료가 5% 상승하고 일부 소유자가 법인으로 재산을 이전해 세금을 회피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던 이재명 대통령의 후보 시절 말을 뒤집으면서까지, 보유세 인상을 추진하려면, 이전 정부의 방식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와 같은 ‘징벌적’ 증세가 아닌, 보편적이고 비례적인 방식으로 접근해야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면 모든 주택에 보편적 세율을 적용하고, 이 과정에서 1주택자 중산층에는 세액 공제를 통해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세율 인상도 한번에 하기보다는 단계별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또 보유세 강화와 동시에 거래세를 인하해 부동산 시장의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 보유세 인상분이 세입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큰 임대시장도 이에 대한 대비책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

사실 보유세 인상은 집값 안정을 위한 여러 정책 중 한 축일 뿐이다. OECD 주택 보고서 역시 보유세 인상이 단기적으로 주택 가격을 5~10% 하락시킬 수 있지만, 공급 확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 효과는 지속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시장은 공급과 규제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과거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다만 좌파 정권은 ‘부동산 무능’이라는 낙인부터 지우는 것이 급선무다. 이미 9.7 공급대책은 9.7 무공급대책이란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시장의 평가가 박하다. 신뢰를 잃은 정부의 정책은 시장의 역풍을 맞기 마련이다. 우리는 문재인 정부에서 이미 숱한 사례를 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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