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지연도 보장, 미니보험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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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주치의
보험이라고 하면 보통 미래의 큰 위험과 장기간의 보험료 납입 기간을 떠올린다. 몇십 년을 내다보는 종신보험, 노후에 고액의 치료비라 필요할 때를 대비한 건강보험, 노후 대비용 연금보험 등 매달 수십만원을 내야 하는 상품이다. 약관은 수십 페이지에 달하고, 가입 과정도 복잡해 선뜻 다가가기 어렵다. 하지만 최근 이런 전통적인 보험의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바로 ‘미니보험’이다.

특히 젊은 세대가 열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미니보험은 보험사 앱이나 카카오페이, 토스 같은 플랫폼에서 몇 번의 클릭으로 가입이 끝난다. 공동인증서 등 불편한 절차 없이 간편인증을 통해 무진단·무심사로 곧바로 가입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프티콘처럼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보험 모바일 상품권’을 이용해 가입하거나 가족과 지인에게 선물까지 가능하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이색적인 상품이다.
롯데손해보험의 ‘덕밍아웃 보험’은 아이돌 공연을 보러 가거나 굿즈를 사는 팬덤 문화를 겨냥한 상품이다. 콘서트 현장에서 다치면 상해를 보장하고, 중고 거래 과정에서 피해가 발생했을 때도 일부 보장한다. 티켓·굿즈 거래에서 사기를 당해도 최대 50만원까지 보상한다. 가입 기간은 1일·3개월·1년 중 선택할 수 있고, 1일 보험료는 1000원 수준이다. 보험이라기보다 팬심을 응원하는 이벤트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소액이라도 실질적인 보장을 제공한다. 롯데손해보험의 ‘불효자 보험’은 부모님이 보이스피싱, 스미싱 같은 금융사기에 당했을 때 일정 금액을 보장한다. 이름은 가볍지만, 실제로는 고령층 보호라는 무거운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자녀가 부모님을 위해 선물하기 좋은 형태로 설계됐다. 보험료는 월 1만원대다.
삼성화재의 ‘수도권 지하철 지연 보험’은 직장인들의 출근길 스트레스를 겨냥했다. 지하철이 30분 이상 지연되면 택시비나 버스비를 보상해준다. 30분 이상 지연된 지하철에서 내려 두 시간 이내에 택시 등을 이용한 뒤 영수증을 앱에 올리면 보험금을 즉시 지급한다. 연 1000원 남짓한 보험료로 최대 3만원을 보장하니, 가성비를 따지는 직장인에게 꽤 매력적인 상품이다. 교보생명의 ‘교보e독서안심보험(독서보험)’은 독서라는 생활습관을 보험과 연결한 사례다. 장시간 책을 읽다 생길 수 있는 시력 저하나 목·허리·관절 질환, VDT 증후군 등에 대한 치료비를 보장한다. 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재미와 실용을 동시에 주는 상품이다. 한화손해보험의 ‘백돌이 홀인원보험’은 골프장에서 홀인원을 기록하면 축하 만찬이나 라운드 비용 등 소요 비용을 최대 100만원까지 보장하는 상품이다. 특히 스크린 골프장(실내 골프)에서의 홀인원도 보장 대상에 포함하는 특약이 추가됐다. 스크린 홀인원 축하 비용담보의 경우, 최대 20만원까지 지급된다. 입문자(백돌이)부터 다양한 골퍼 니즈에 맞춰 월 3300원대의 보험료로 가입할 수 있으며, 2~10년 만기 등 다양한 기간이 제공되는 온라인 전용 상품이다. NH농협생명 ‘검진쏘옥NHe용종진단보험’은 위·십이지장·대장 등 3대 장기에서 용종이 발견되면 진단 보험금 10만원을 지급하는 단기성 상품이다. 1년 만기(한 번의 보험료 납입으로 1년 보장)로 19~70세까지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30세 기준 남성 1500원, 여성 1200원의 저렴한 보험료가 특징이다. NH농협생명 ‘환경쏘옥NHe독감케어보험’은 독감 진단 시 항바이러스제 처방을 받으면 보험금 20만원을 지급하며, 아토피·비염·기관지염 등 환경성 질환으로 입원할 때도 1일당 2만원의 입원비를 지원한다. 보험료는 연 1회 일시납으로 40세 남성 기준 5400원, 여성은 7200원이며 19~64세까지 가입할 수 있다. 이외에도 반려동물·배달사고·여행보험 등 특정 취미나 생활패턴에 맞춘 미니보험이 지속해서 출시되고 있다.
가볍게 가입할 수 있다고 해서 주의할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보장 범위와 금액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첫째, 보장 한도가 낮다. 불효자 보험의 경우 보상 한도가 100만원 정도에 그치며, 지하철 지연 보험도 월 1회 한도로 제한된다. 큰 위험을 대비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 둘째, 지급 요건이 까다로울 수 있다. 청구 과정은 간단하나, 증빙이 필요하다. 적합한 증빙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면 보장이 거절될 수 있다. 셋째, 중복 보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기존에 가입한 보험과 보장 내용이 겹치면 중복 지급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넷째, 자동 갱신 조건도 확인해야 한다. 일부 상품은 만기 후 자동으로 재가입 처리될 수 있으므로, 불필요한 보험료 지출을 막으려면 갱신 여부를 체크해야 한다. 저렴하고 쉬우니까 그냥 가입하는 것보다는 약관을 반드시 읽어보고, 본인 생활에 실효성 있는지 점검하는 게 바람직하다. 미니보험은 큰 위험을 대비하는 수단이 아니라 작은 불편을 덜어주는 도구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럼에도 미니보험이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무엇보다 보험을 ‘어렵고 무거운 것’에서 ‘가볍고 친근한 것’으로 바꾸어 주고 있다. 보험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20·30대에게는 입문서 같은 역할을 하고,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다. 더 나아가 사회적 메시지를 담기도 한다. 불효자 보험은 고령층 금융사기 문제를 환기하고, 독서보험은 책 읽기와 건강 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가족을 위한 작은 안심을 선물해 보는 건 어떨까. 일상의 틈새 위험을 보장하는 미니보험 한 건이, 마음까지 든든하게 지켜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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