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폭탄에 법인세 인상까지… “한국 먹여살리는 기업들만 타격”

김지섭 기자 2025. 10. 4.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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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정부, 세율 1%p 올릴 계획
그래픽=양인성

우리나라의 법인세는 절반이 넘는 기업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좁은 세원(稅源)’ 기반에서 돈을 많이 버는 일부 기업에 더 높은 세율을 매겨 막대한 세금을 물리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예기치 못한 반도체 불황 등으로 대기업이 타격을 받으면 막대한 ‘세수 펑크’가 나타나는 부작용이 벌어지고 있다. 이미 2023년(56조4000억원)과 작년(30조8000억원)의 대규모 세수 펑크에 이어 올해도 12조5000억원에 달하는 세수 펑크가 예고돼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구조를 개선하기보다는 법인세율을 더 올려 늘어난 재정 지출을 메우려고 하고 있다. ‘해외에서 돈을 잘 벌어오는 기업의 발목을 잡는 셈’이란 말이 나온다.

그래픽=송윤혜

법인세는 돈을 많이 버는 기업에 세금을 많이 물리면 투자와 고용 위축이라는 부작용만 키울 수 있기 때문에 법인세율을 높이기만 해서는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해외에서 힘들게 돈 벌어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요 기업에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것은 기업에서 밖에 나가 싸울 무기만 빼앗는 꼴일 뿐 세수 증대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인세 늘리면 투자 위축

삼성·SK·현대차·LG·롯데 등 주요 대기업이 법인세를 지금보다 더 내야 할 경우, 국내 산업 공동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 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법인세를 낮추는 미국, 유럽 등 주요국과 법인세 격차가 더 벌어지면 국내에 공장을 늘리거나 새로 지을 유인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는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까지 있어서 법인세율을 높이면 국내 기업 입장에선 차라리 미국에 공장을 짓는 게 비용 면에서 훨씬 유리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2018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자 설비투자 증가율이 2018~2019년 두 해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2.2%, -6.3%). 2017~2019년 한국의 해외 직접 투자액도 44.5%(455억1000만→657억4000만달러)나 급증했다. 국내 세금이 늘자 기업들이 국내 투자는 줄이고, 해외 투자는 늘렸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면 미국은 2018년 우리나라와 반대로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크게 낮췄다. 그랬더니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율이 2017년 4.5%에서 2018년 12.9%로 8%포인트 넘게 올랐다. 법인세율을 과감하게 내리자 미국으로 돌아오는 기업 수도 2017년 624개에서 2019년 1100개로 2년 새 76.3%나 늘었다.

“글로벌 경쟁 속 기업 발목 잡는 증세”

하지만 이재명 정부는 법인세율을 현재 9~24%에서 10~25%로 1%포인트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3년 연속 ‘세수 펑크’가 날 정도로 세입 기반이 약화됐는데, 오히려 기업에 더 많은 세금을 물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발 관세 폭탄과 중국의 기술 굴기 등으로 벼랑 끝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주요 기업들이 세금까지 더 내야 할 경우, 한국 경제에 충격이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법인세율을 높여봤자 세금이 더 많이 걷히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우리나라는 수출 비율이 높은 만큼 글로벌 경기에 따라 주요 기업들의 수익 편차가 큰 편이기 때문이다. 실제 윤영석 의원실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법인세는 전 세계 반도체 매출에 따라 크게 출렁이는 흐름을 보였다. 우리나라 수출액의 5분의 1 이상이 반도체 부문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글로벌 반도체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가 겹치면서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이 12.1% 줄어들자 2020년 법인세가 20.3%(-13조6410억원) 줄었고, 2021년 반도체 수퍼 사이클(초호황기)엔 반도체 매출이 26.2%나 증가하자 2022년 법인세도 45.7%(27조5577억원) 급증했다. 지난해 법인세가 28.7%나 감소(-23조4333억원)한 것도 2023년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이 8.2% 줄어든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윤영석 의원은 “정부가 법인세가 줄었다고 법인세율을 높이려고 하는 것은 세수 변동의 근본 원인을 배제한 단순한 접근”이라며 “무리해서 법인세를 높이면 기업 투자 위축과 경기 악화라는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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