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시위 상징 된 ‘원피스 해적 깃발’

서보범 기자 2025. 10. 4.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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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으로 정부에 불신 드러내
‘자유·평등·연대’ 세손가락 경례도
시위대가 2025년 10월 2일 프랑스 렌에서 열린 시위에 앞서 전국적인 파업의 일환으로 투쟁의 상징인 ' 원피스' 해적 깃발을 들고 있다./AP 연합뉴스

세계 각지에서 Z세대가 주도하는 반정부 시위 현장에 일본 만화 ‘원피스(One Piece)’의 해적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주인공 루피가 권력에 맞서 자유를 찾아 나서는 서사가, 부패한 기성 권력에 저항하는 청년들의 새로운 상징으로 변모한 것이다. ‘원피스 깃발’은 “권력에 복종하지 않고 자유와 이상에 충성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깃발이 가장 먼저 대규모로 사용된 곳은 인도네시아다. 올해 8월 독립 80주년을 맞아 정부가 국기 게양을 촉구했지만, 수도를 비롯한 곳곳에는 국기 대신 밀짚모자를 쓴 해골이 그려진 해적 깃발이 내걸렸다. 지난 3월 군 권한을 대폭 확장하는 군대법 개정안 통과 이후 높아진 청년층의 정부 불신을 드러내는 시각적 상징이었다. 당국은 벽화와 깃발을 단속하며 법 위반 시 징역형까지 경고했으나 확산세는 꺾이지 않았다. 특히 의회가 국회의원들에게 5000만 루피아(약 420만원)의 고액 주택 수당을 지급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청년들은 거리로 나와 “국민은 고통받고, 의원은 즐긴다” 같은 직설적인 구호를 외치며 분노를 터뜨렸다.

아프리카 동쪽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서도 같은 장면이 반복됐다. 지난달 29일 단수와 정전에 항의하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수도 안타나나리보와 주요 도시 거리로 쏟아져 나와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검은 옷을 입고 해적 깃발을 내걸고 행진했다. 지난달 25~26일 대규모 시위에서도 이 깃발이 등장했으며, 경찰의 강경 진압에도 사흘 뒤 다시 시위 현장을 수놓았다. 이 외에도 네팔, 페루, 파라과이 등에서도 시위 현장에 해적 깃발이 나부꼈다.

시위 현장에서는 공통된 구호와 몸짓도 눈에 띈다. “We are the 99%”(우리는 99%다), “We are tired”(우린 지쳤다), “No King, No Master”(왕은 필요 없다) 같은 구호가 국경을 넘어 공유되고 있다. 여기에 소년 소녀들의 생존 게임을 다룬 할리우드 영화 ‘헝거 게임’의 세 손가락 경례가 결합됐다. 자유·평등·연대를 뜻하는 이 경례는 억압적 체제에 맞서는 청년 집단의 의지를 상징한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세계 청년 시위의 공통 코드’라고 분석한다. 과거 시위가 이념 중심의 구호를 내세웠다면, 오늘날 Z세대는 글로벌 콘텐츠 경험에서 공유한 만화·영화·밈(meme) 같은 문화 코드를 저항의 언어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성 정치 언어가 아닌 문화·서사 기반의 상징이 국경을 넘어 새로운 정치 참여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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