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딸·노조 위한 정책 쏟아내는 당정… 20대 상대적 박탈감 커져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20대 청년들의 지지도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들은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정책 대부분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3개월여 동안 여권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과 노조 등을 위한 정책이 쏟아지자 정책 사각지대에 있는 20대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갤럽이 세계일보 의뢰로 지난달 29~30일 전국 남녀 1010명의 여론을 조사(전화 면접)한 결과,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44%,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39%였다. 하지만 20대에선 각각 27%, 46%였다. 여야가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 양상을 벌이는 데에 20대 여론이 주요한 영향을 미친 것이다. 지난 대선 방송 3사 출구 조사 결과, 20대에서 이 대통령은 41.3%를 얻어 국민의힘 김문수(30.9%) 후보를 크게 앞섰지만 상황이 바뀐 것이다.
20대는 12·3 비상계엄 관련 사건을 따로 재판하겠다는 ‘내란 전담 재판부’에 53%가 반대했다. 전 연령대를 통틀어 과반이 내란 재판부에 반대하기는 20대가 유일했다.
또 민주당이 주장하거나 추진하는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52%), 검찰청 폐지(57%)에 대해서도 20대는 모두 부정적 평가가 절반을 넘었다. 검찰청 폐지는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최근 여권이 집중하는 의제에 대해 모조리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또 정부가 총력을 기울이는 한미 관세 협상에 대해서도 20대의 35%만이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고, 51%는 “잘못하고 있다”고 했다.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58%에 달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9일~10월 1일 전국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유엔 총회에서 밝힌 ‘체제 존중 및 흡수 통일 배제’라는 대북 정책 기조에 ‘공감한다’는 56%, ‘공감하지 않는다’는 33%였다. 하지만 20대 이하에선 ‘공감한다’가 33%, ‘공감하지 않는다’가 47%로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20대 이하는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주 4.5일제에 대해서도 찬성 37%, 반대 55%로 갈렸다.
민주당도 이런 20대 여론을 놓고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2018년 조국 사태 이후 과거 지지층이었던 2030의 지지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여기에 반중 정서까지 더해져 이제는 회복 불가능한 상황까지 이르렀다”고 했다. 실제 20대는 정부와 여당이 청년들 삶에 와 닿는 정책보다는 정쟁에 집중하는 모습이 실망스럽다고 말한다. 취업과 결혼, 집 마련 등이 생활과 직결되는 고민인데 이에 관한 정부 대책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갤럽 관계자는 “특히 부동산 값 폭등에 따른 2030 허탈감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실제 최근 경기도 김포에 전세로 신혼집을 차린 이소연(27)씨는 “요즘 정치 뉴스는 쳐다보기도 싫다”고 말했다. 이씨는 전세 보증금 4억원 중 3억5000만원을 대출받았는데, 월 이자만 120만원이 나간다고 한다. 그는 “정부가 금리 인상기엔 대책을 세워주겠다고 하더니 집값만 오르고 불안하다”고 했다. 그런데도 여당이 꺼내는 얘기는 ‘내란 심판’뿐이라는 것이다. 이씨는 “우리가 겪는 주거난은 뒷전이고 딴 세상 얘기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현 정부가 집권 초반엔 실용적인 기조를 추구한다는 느낌을 줬는데, 야당과 사법부 등을 공격하며 점점 정파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이에 실리적 가치관을 가진 20대의 마음이 떠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할 일을 안 하고 엉뚱한 것에 집중한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지자였던 청년들도 최근 집권 여당의 모습에 마음이 돌아섰다고 말한다. 서울대 대학원생 정모(27)씨는 “학부 때부터 받은 학자금·생활비 대출을 합치면 빚이 2000만원 가까이 된다. 조교 아르바이트로 겨우 생활비는 벌지만, 월세와 식비 내고 나면 원리금 상환은 손도 못 댄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 때는 민주당 재집권을 바랐지만, 막상 내 삶만 놓고 보면 그때보다 지금이 뭐가 나아진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민주당이 여당이 됐지만, 여전히 강성 지지층에 끌려다니는 듯한 모습에 반감이 든다는 청년도 있다. 공기업 취업 준비생 김모(29)씨는 “연휴 때 민주당과 야당이 친목 차원에서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할 예정이라는 걸 듣고 기대했다”며 “하지만 강성 지지자들 비난에 민주당 의원이 포기했다길래 ‘20대의 지지보다는 강성 지지자들 얘기만 듣는구나’ 싶었다”고 했다.
다만, 정부와 여당에서 돌아선 20대 청년들 마음이 국민의힘 등 야당으로 곧바로 향하는 모습은 아니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정당 지지도에서 여전히 민주당(32%)이 국민의힘(26%)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20대가 이념적으로 보수화됐다기보단, 지난 정권의 ‘불통’ 모습에 실망하며 이재명 정부에 기대를 걸었는데 이 역시 배신당했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민 정치 컨설팅 민 대표는 “정부가 주식 투자에 열성인 2030의 마음을 잡으려 ‘코스피 5000 달성’ 등 정책을 펴고 있는데, 이런 노력을 민주당의 일부 강경파 의원이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며 “강경 노선을 민주당 지도부가 순화하지 않으면 지지율 반등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한국갤럽 조사는 무선 전화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포인트다. NBS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이뤄졌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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