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우리 트럼프 하고 싶은 것 다 해

트럼프 취임식을 하루 앞둔 지난 1월 19일 워싱턴 DC의 다목적 경기장인 ‘캐피털 원 아레나’에서 대선 승리 기념 집회가 열렸다. 행사 시작은 오후 3시였고 출입구는 오후 1시에 열릴 예정이었다. 트럼프가 직접 참석하는 행사를 보기 위해 오전 10시쯤 집을 나섰다. 대단한 착각이었다.
줄은 끝이 보이질 않았다. 다음 날 트럼프 취임식이 40년 만에 처음으로 실내에서 열렸을 만큼 혹독한 한파가 몰아쳤다. 하지만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트럼프 지지자들은 꼭두새벽부터 주변에 진을 치고 있었다. 눈보라 속에 5시간을 서서 기다렸지만 2만명 정원의 경기장은 순식간에 가득 찼다. 결국 입장에 실패했다.
지난달 21일 애리조나 글랜데일의 미식축구 경기장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에서 열린 청년 보수 활동가 찰리 커크 추모식에는 굳게 마음을 먹고 갔다. 커크가 트럼프 최측근이었던 만큼 트럼프와 행정부 인사들의 총출동이 예고돼 있었다. 추모식은 오전 11시 시작이었지만 언제부터 줄을 서야 할지 감도 오지 않았다.
당일 오전 1시쯤 호텔을 나섰다. 그때쯤이면 아무도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7만명 정원의 거대한 경기장 주변은 맨 앞이 보이지 않는 긴 줄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있었다. 지지자들은 캠핑 의자와 침낭을 펴놓고 아이들을 재워가며 밤을 새웠다. 중국 공산당 지원을 받은 좌파 세력이 커크 암살 배후에 있다는 음모론부터 위대한 미국을 민주당이 어떻게 망쳤는지까지, 미 전역에서 모인 트럼프 지지자들은 동이 틀 때까지 나라를 걱정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6~7시간 꼬박 밤을 새워 줄을 선 끝에야 오전 8시쯤 경기장에 입장했다. 그제서야 화장실에 다녀온 지지자들은 콜라와 피자를 사온 뒤 오후 1시 넘어 무대에 등장한 트럼프의 연설에 울고 웃었다. 트럼프 취임 후 대규모 반(反)트럼프 시위 현장도 여러 번 갔지만 민주당 지지자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에너지와 열정, 광기(狂氣)가 ‘MAGA 지지자’들에겐 있었다.
지난 1일 뉴욕타임스는 최신 여론조사 결과를 전하며 “변하지 않는 43% 지지율의 인기 없는 대통령”이라고 트럼프를 정의했다. 이민, 경제, 무역, 전쟁 등 위법을 오가며 정적 처벌에만 몰두하는 트럼프 정책들은 대부분 인기가 없지만 트럼프가 무슨 짓을 하든 지지율은 안정적이며 그에 대한 평가는 이미 고정된 것처럼 보인다는 뜻이었다.
과거 친문(親文) 지지자들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맹목적으로 편들며 “우리 ‘이니’ 하고 싶은 것 다 해”라고 했다. 그 결과 온갖 실험적인 부동산 정책으로 문 정권은 건국 이래 자산 격차를 최대로 벌려 놓은 정권으로 기록됐다. 극성 팬덤을 등에 업고 왕관 쓴 합성 사진을 올리는 데 주저함이 없는 트럼프와 미국이 민주주의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 걱정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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