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골프 코스는 내게 주어진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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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약속을 잡으려다 보면 골프 코스를 가리는 사람을 가끔 보게 된다.
골프를 제대로 즐기려면 모든 코스를 그 자체가 하나의 시나리오라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골프를 '스코어 경쟁'이 아니라 동반자 자연과 어울리는 과정으로 본다면 골프 코스를 가리는 게 어리석다.
골프 코스가 숨긴 개성을 찾아내고 자신이 얼마나 그 코스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가가 골퍼에게 주어진 임무이자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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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한국] 골프 약속을 잡으려다 보면 골프 코스를 가리는 사람을 가끔 보게 된다. 동반자나 시간대, 골프장이 너무 멀다는 등의 이유로 참여를 주저하는 경우는 더러 있지만 특정 골프장에 대한 호불호가 심한 사람도 없지 않다.
코스 길이가 너무 길거나 짧아서, 페어웨이 상태가 안 좋아서, 해저드가 너무 많아서, 좋았던 기억이 거의 없어서. 업다운이 너무 심해서 등등 이유도 많다. 이런 사람에겐 라운드 제안이 줄어들어 라운드 기회 자체가 끊어지기 쉽다.
골프는 단순히 운동이 아니라 삶의 일부이자 자연과의 교감에서 즐거움을 찾는 스포츠다. 골프를 제대로 즐기려면 모든 코스를 그 자체가 하나의 시나리오라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많은 골퍼가 코스를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지만 사실은 대화의 상대다. 벙커, 러프, 워터 해저드는 장애물이 아니라 자연이 준 다양한 시나리오로 받아들이면 재미가 배가된다. 연극배우가 맡은 역을 제대로 해내려면 주어진 시나리오를 완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해야 한다. 골퍼에게 코스는 소화해 내야 할 시나리오다.
골프 코스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졌지만, 바람 햇살 비 새소리 같은 요소들은 모두 자연이다. 샷을 날리기 전 숨을 고르며 하늘 잔디 바람을 감각적으로 느끼는 습관을 들이면 라운드 자체가 명상의 시간으로 변한다.
특정 코스에 대한 호불호의 기억은 스코어에 매달렸다는 증거다. 스코어에 매달리면 실수 때마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나쁜 스코어는 코스 자체에 대한 거부감으로 변한다. '좋은 스윙 한 번 했다' '이 퍼트에서 집중을 끝까지 유지했다' 같은 순간의 성취를 즐기는 태도가 필요한 이유다.
골프는 실력이 올라가도 언제든 겸손을 요구한다. 코스가 어렵게 느껴질 때도 '이런 도전을 할 수 있어 오히려 행운'이라는 자세를 가지면 의미 있는 라운드가 된다.
골프는 혼자 하는 운동 같지만 자연 속을 동반자와 함께 걷고 이야기를 나누는 스포츠다. 스코어보다 동반자와의 유쾌한 시간을 가질 때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골프를 '스코어 경쟁'이 아니라 동반자 자연과 어울리는 과정으로 본다면 골프 코스를 가리는 게 어리석다.
골프 코스가 숨긴 개성을 찾아내고 자신이 얼마나 그 코스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가가 골퍼에게 주어진 임무이자 즐거움이다. 이런 자세를 가진 골퍼라면 모든 골프 코스가 오케이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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