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눈] 혐오 시위가 학교 담장까지…다문화 학생들 멍든다

서진석 기자 2025. 10. 3. 19:0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EBS 뉴스]

국경의 장벽이 낮아지면서, 교실 안 다문화 학생도 20만 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이 아이들 대부분은 부모의 출신과 관계없이 한국인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데요. 


그런데 최근 대규모 혐중 시위가 학교 인근에서 이어지며, 아이들의 일상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교육감에 이어 대통령까지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는데요. 


먼저 영상으로 보시겠습니다. 


[VCR]


대림역 인근 '중국인 OUT' 혐중 시위 확산

인근 학교만 9곳…"학생들 상처"


교육감까지 나서 '차별 out' 캠페인

대통령도 "국익 훼손 자해 행위"


다문화 학생 비율 4%…역대 '최고'

장기 거주에 이미 '한국인 정체성' 


'혐중 시위'에 멍드는 학생들…대책은?




------




송성환 앵커

노골적인 혐오의 언어는 무엇보다 어린 학생들에게 큰 상처를 남깁니다. 


현장은 어떤지 교사의 시선으로 살펴보죠.  


서울 동구로초등학교 허성무 교사 스튜디오에 자리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을 맡고 계십니다. 


요즘 전반적으로 다문화 학생 비중이 높은데, 담당하는 학급에도 다른 문화권 출신 학생들이 많습니까?


허성무 교사  / 서울 동구로초등학교 

제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는 다문화 학생의 비중이 약 80%에 가깝습니다. 


학교 전체적으로 보자면 여러 국가가 있지만 대부분은 중국권을 배경으로 하는 학생들이고, 제가 지도하는 학급도 21명 중 18명이 이주 배경 학생입니다.


송성환 앵커

그런데 최근 중국 출신 학생을 사회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이른바 '혐중시위'가 논란입니다. 


선생님께서 근무하시는 학교 근처에서도 열리고 있는데요. 


시위에도 직접 가보셨다고요? 


허성무 교사  / 서울 동구로초등학교 

학교 인근에서 열린 시위에 모두 가본 것은 아니지만 제가 생각한 것보다 많은 분들이 다양한 의견을 주장하고 계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여러 기사들에서 혐중시위, 맞불시위와 같은 용어로 표현되는 단체들이 서로 마주보며 대치하고 있었고 많은 분들이 참여하고 계셨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자유롭게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모습 자체는 긍정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시위 중 일부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는 것을 넘어서 다른 사람을 폄훼하거나 증오하는 모습들도 볼 수 있었는데 이런 부분은 사실 교사 입장에서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송성환 앵커

아무래도 학교에 밀접한 공간에서 시위가 진행되는 만큼, 학생들이 학교를 오가면서 자주 볼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학생들이 자칫 상처를 받진 않을까 걱정이 되는데, 어떤 반응입니까?  


허성무 교사  / 서울 동구로초등학교 

시위가 이루어지는 장소 근처에 거주지가 있는 학생들도 있고, 하교 길이나 학원가는 길에 시위 장소를 지나다니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이러한 시위의 배경 등 복잡한 상황을 모두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위가 지속되다 보니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 들은 상황들을 바탕으로 비자문제나 혐중과 관련된 문제로 시위가 일어났다고 어렴풋이 이해하고 이야기하는 친구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궁금해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일부 근처에 사는 학생들은 시위로 인한 소음이나 안전 문제에 대해 불편함과 걱정을 호소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번 시위가 우리에게 의미가 큰 건 아직 어린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기 때문입니다. 


우리 학생들은 케이팝데몬헌터스의 골든과 소다팝을 부르며 K-POP에 열광하고 애국가를 부르며 독도교육을 받고 독도가 우리 땅임을 외치며 미래에도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기를 꿈꾸는 대한민국의 미래 구성원입니다. 


아이들에게 혐오의 프레임보다는 함께 더불어 잘 살아갈 수 있는 공존의 모습을 보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송성환 앵커

지난주부턴 맞불집회도 열렸는데, 현장엔 학부모님들도 오셨다고요. 학부모들 반응은 어땠습니까?


허성무 교사  / 서울 동구로초등학교 

모든 학부모님의 반응을 들어본 건 아니지만 사실 학부모님의 반응도 다양하였습니다. 


살기 바쁘다며 아예 관심도 없는 분들도 계시고 곧 잠잠해지겠지라며 지켜보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한편으로는 학교에서 어떤 지도나 대책을 계획하고 실행하는지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과 불안함을 표현하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그 중 일부는 학교에 구체적인 행동을 원하시는 분들도 계셨는데 학교나 행정기관에 도움을 받고자 요청하는 분들이었습니다. 


송성환 앵커 

중국 문화권이라고 해도 국내에서 오래 거주한 아이들이 많고요. 


상당수는 국적도 이미 한국인입니다. 


단지 부모의 출신 배경이 다르다는 이유로 혐오 시위를 하는 분들에게 어떤 말씀을 해주고 싶으신지요?


허성무 교사  / 서울 동구로초등학교 

학교 교육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학생들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졌을 때 그것을 단순히 충돌로만 바라보지 않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배우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범위를 넘어서는 극단적인 주장과 행동은 민주주의 사회가 지켜야 할 기본적인 가치와 원리와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일부 나라에서는 혐오 표현이나 혐오 시위를 법적으로 제한하는 사례가 있다는 점에서도, 우리 사회 역시 이러한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느낍니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치열한 경쟁 중심의 구조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그 결과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었고, 이로 인해 개인과 집단의 불만이 점차 축적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불만과 갈등이 단순한 의견 차이를 넘어 혐오 시위라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표출될 때, 그것은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고 공동체의 신뢰를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는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다른 나라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혐한 시위 장면을 떠올려 보면, 그 부당함과 상처가 얼마나 큰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우리 사회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결국 혐오를 키우는 사회가 아니라, 갈등을 대화와 공감으로 풀어가는 성숙한 민주 사회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는 법과 제도, 교육과 문화가 함께 어우러져 더 나은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송성환 앵커

아이들이 극단적인 메시지에 혹여나 영향을 받게 되지는 않을지도 걱정이 됩니다. 


학교에서도 적절한 교육이 필요할 것 같아요. 


어떻게 대처하고 계십니까? 


허성무 교사  / 서울 동구로초등학교 

교육청이나 학교 차원에서는 학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위와 관련해 혹시라도 피해가 발생할 경우 즉각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공식 창구를 운영하고 있으며,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부모의 협조와 지도를 요청하기도 합니다. 


또한 정규 수업 시간 속에서도 관련 주제를 다루며, 학생들이 균형있는 시각과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도록 예방적 차원의 지도를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시위 현장에서 시위대와 직접 부딪히거나 단순히 구경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물리적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만약 시위대의 욕설이나 부적절한 언행을 듣게 되더라도 대응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안내하며, 필요 시 즉시 교사나 학교 관계자에게 알리도록 지도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교육적 지원과 심리적 도움을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학급 단위에서는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단순한 가치판단을 내리기보다는, 각 집단이 어떠한 의견을 주장하고 있는지를 균형 있게 살펴보고, 갈등 상황을 어떻게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학생들이 함께 대화하고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송성환 앵커

학교 근처에서는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혐오시위를 아예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허성무 교사  / 서울 동구로초등학교 

저는 혐오 시위를 제한하는 것은 큰 틀에서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물론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 사회의 기본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점에서 무조건적인 금지나 과도한 규제는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시위의 구체적인 형태나 사용되는 언어, 그리고 사회적 파급 효과를 고려했을 때, 일정 수준의 제한과 조정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러한 혐오시위가 법률의 적용만으로 완전히 해결되기는 어려우며 한계가 존재한다고 봅니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교육과 사회적 성숙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는 태도를 기를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통해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지도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동시에 사회 전체적으로는 어른들이 솔선수범하여 극단적인 혐오와 차별이 우리 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자각하고, 이를 자정하려는 목소리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다층적인 접근이 있을 때 비로소 혐오를 넘어서는 성숙한 민주 사회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송성환 앵커

극단적인 혐오의 언어는 어린 학생들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깁니다.


교육 현장만큼은 차별과 배제가 아닌 존중과 공존의 공간으로 지켜져야겠죠.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Copyright © E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