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맹목적 혐중, 한국의 미래에 무슨 소용 있는지 생각해봐야
추석 연휴 첫날이자 개천절인 3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극우 보수단체의 반중집회가 열렸다. 무비자로 한국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들을 겨냥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 등을 들고 “차이나 아웃(China Out)”을 외쳤고, 중국인과 북한 주민을 비하했다. 차마 글로 옮기기 민망한 내용이다. 참가자들은 ‘표현의 자유’ 운운하지만 맹목적이고 저열한 ‘혐중(중국 혐오)’ 선동에 불과하다. 헌법이 보장한 집회·표현의 자유는 특정 집단을 인종·국적을 이유로 모욕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중국 현지에서 한국 관광객을 겨냥한 ‘혐한 집회’가 벌어진다면 기분이 어떨지 처지를 바꿔 생각해 볼 일이다.
집회 참가자들은 최근 국정자원 화재 사태 배후에 중국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이들이 비판한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정책도 국민의힘이 여당이던 지난 3월20일 최상목 권한대행이 발표한 조치다. 그런데도 야당 정치인들은 무리한 논리로 무책임하게 혐중을 조장하고 있으니 개탄스럽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국가정보망 화재 발생 직후 “철저한 대책이 마련되기 전까지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시작을 연기할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했고,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인해 불법 체류·취업, 범죄조직 침투, 전염병 확산, 마약 유통 등 범죄 확산이 우려된다”고 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은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8년 만에 시행되는 것이다. 이번 조치로 내년 상반기까지 중국 관광객 100만명이 추가로 방한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 경기 침체로 외국 관광객 한 명이 아쉬운 상황에서 반가운 일이다. 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올 상반기부터 중국 단체관광 특수를 준비해왔다. 이런 가운데 중국 관광객을 겨냥한 반중시위는 민생 경제와 국익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달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주 APEC 참석을 앞두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외교적으로도 우려스럽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전횡으로 전 세계 경제·무역 환경이 급변하고 국제 질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개방형 통상국가인 한국은 이럴 때일수록 최대한 많은 선택지를 가져야 한다. 중국과의 협력도 포기할 수 없다. 내수가 부족하고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제 현실에서 ‘배외주의’는 금물이다. 보수 언론마저 최근 들어 “거대 중국시장은 결코 포기할 수 없고, 다시 중국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형국이다. 미국과의 경제 마찰로 한국 경제는 비상한 국면에 들어서 있다. 이런 시점에서 혐중이 한국의 미래에 무슨 쓸모가 있는지 시위 참가자들은 성찰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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