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뇌 닮은 컴퓨터 만듭니다”...5배 빠른 칩 향한 서울대의 역습[한국을 바꿀 질문]
연산·저장 한번에 처리가능
기존 컴퓨터 병목 현상 해소
뉴런 400개로 구성된 칩 개발
엔비디아 GPU보다 5배 빨라

최근 서울대 관악캠퍼스 연구실에서 만난 전동석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는 “인간의 뇌가 얼마나 경제적인 시스템인지 아느냐. 우리는 그 장점만 골라 ‘뇌에 가까운 컴퓨터’를 개발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언론에 종종 등장하는 반도체 칩(실리콘 기판) 위에 ‘뇌 지도’를 그린다는 표현도 썼다. 흔한 비커나 스포이트 같은 실험 도구 하나 없는 연구실에는 회로 기판이 가득했고, 연구원들은 각자 컴퓨터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었다.
모니터에는 ‘매트릭스’ 같은 공상과학(SF) 영화가 떠오르는 설계도가 빼곡했다. 엄지손톱만 한 크기의 칩 내부는 슬쩍 봐도 꽤 복잡해 보였다. 전 교수는 “이 설계도는 뇌를 묘사한 인공 신경망”이라며 “우리는 뇌처럼 경제적이면서 효과적인 연산도 가능한 칩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오른 ‘뉴로모픽 컴퓨팅’이란 분야다. 전 교수팀은 그중에서도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이를 구현하려는 ‘뉴로모픽 아키텍처’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전 교수는 “뇌 전체를 그대로 흉내 내기보다는 핵심 구조를 모방해 컴퓨터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러한 아키텍처가 실제로 상용화된다면 AI 인프라스트럭처 시장의 판도가 한순간에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전 교수팀이 개발한 뉴로모픽 프로세서는 뇌를 닮았다. 뉴런 400개로 구성된 초소형 칩인데, 엔비디아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대비 5배 이상 빠른 학습 속도를 달성하며 실용성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인간의 두뇌와 유사한 방식으로 대규모 인공 신경망 학습을 할 수 있는 뉴로모픽 알고리즘도 개발했다.
1980년대 카버 미드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칼텍) 교수가 처음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뉴로모픽 컴퓨팅은 현재 컴퓨터 등의 설계 원리인 폰 노이만 구조와는 전혀 다른 발상에서 출발한다. ‘컴퓨터를 사람의 뇌처럼 만들자’는 것이다.
뇌는 약 860억개 뉴런과 100조개 시냅스를 통해 정보를 병렬적으로 처리한다. 각각의 뉴런은 ‘신호가 올 때만’ 반응하며,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사용한다. 인간의 뇌가 온종일 생각과 연산을 하는 데 사용하는 전력량은 불과 20W(백열전구 1개 소비량)에 불과하다.
만약 뇌 구조를 모방한 뉴로모픽 아키텍처를 컴퓨터로 구현할 수 있다면 AI는 물론 산업 전반에 경천동지할 만한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데이터센터와 같은 대규모 컴퓨팅 환경에서 전력 소비를 크게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량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는 물론 드론·로봇 같은 산업에 곧바로 적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AI 시스템의 학습·추론 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어 자연어 처리, 이미지 인식, 음성 인식 등 다양한 AI 응용 분야의 성능도 극대화된다. 무엇보다 아직 아무도 성공하지 못한 분야인 만큼, 엔비디아가 장악한 AI 반도체 시장에 도전하는 것도 가능하다.
AI시대 게임체인저로 떠올라
세계 연구자들 줄줄이 도전
![뉴로모픽 아키텍처를 개발하고 있는 전동석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가 매경과 인터뷰하면서 연구실 학생들과 개발한 뉴로모픽 아키텍처 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03/mk/20251003171803229xqxt.jpg)
전 교수는 “입력부터 연산, 출력까지 모두 아날로그 방식으로 처리하면 뇌처럼 빠른 계산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 효율도 높아질 수 있다”며 “이런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많은 연구자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 저장 방식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기존 AI 반도체에서 사용하는 메모리보다 크기는 작으면서 용량은 커야 한다. 현재 인텔, IBM을 비롯해 퀄컴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뉴로모픽 컴퓨팅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연구개발(R&D) 수준이다.
전 교수는 “이 시장을 선점하는 기업이 향후 수십 년간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있다”며 “AI 시대의 하드웨어는 더 빠르게, 더 정밀하게, 더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폰 노이만 아키텍처가 더 이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해답은 ‘뇌를 닮은 컴퓨터’일 수 있다”며 “분명한 것은, 이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모방’이 아닌 ‘혁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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