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조 언론 소송’ 트럼프, 소장엔 자화자찬 가득…노림수는? [미디어니언]

전종휘 기자 2025. 10. 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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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WSJ에 손배 소송 등 올해만 6건 미디어 소송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함께 연 기자회견에서 웃고 있다. 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50억달러(21조원) 소송으로 뉴욕타임스를 문 닫게 할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그린 라이트’가 들어온 것 같지는 않다. 트럼프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접수한 플로리다 연방지방법원은 “소장이 지나치게 길고, 혐의를 모호하게 늘어놓고 있다. 소송은 적대적인 이들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플랫폼이 아니다”란 냉정한 평가와 함께 소장을 다시 작성하라고 명령했다.

3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트럼프가 올해 언론을 상대로 제기하거나 언론이 트럼프를 상대로 낸 소송이 적어도 6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중순 뉴욕타임스를 상대로 거액의 명예훼손 손배 소송을 내어 세상을 놀라게 한 트럼프는 올해 내내 미디어와 소송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7월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가 연루된 미디어·명예훼손 소송이 올해 중반을 지났을 뿐인데도 이미 지난 한해 통틀어 휘말린 소송 건수만큼 많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올해 트럼프의 미디어·명예훼손 소송이 (지난해와) 동률 기록을 세우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관련 미디어·명예훼손 소송이 2024년 5건이었는데, 올해는 7월22일을 기준으로만 5건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트럼프가 9월에 뉴욕타임스를 상대로 접수한 소송까지 더하면 현재 알려진 것만 6건이 되는 셈이다. 악시오스는 트럼프의 미디어·명예훼손 소송이 정치 행보를 시작하며 극적으로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실제 처음 대권 도전을 선언한 2015년 이후 미디어·명예훼손 소송 이력만 34건이 쌓였는데, 그 전 30여년 동안은 7건에 불과했다.

올해 트럼프는 주요 언론사들을 상대로 천문학적 금액의 명예훼손 손배 소송을 연이어 제기한 상태다. 먼저 지난 7월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소유주인 루퍼트 머독을 상대로 100억달러(14조원) 손배 소송을 냈다. 별도로 징벌적 손배도 인정해달라고 법원에 요구했다. 미성년자 성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나중에 밝혀지는 제프리 엡스타인의 50번째 생일에 트럼프가 성적인 암시를 담은 편지를 2003년 보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기 때문이다. 이어 트럼프는 뉴욕타임스의 대선 전 보도가 자신의 평판을 해치려는 악의적 의도로 작성된 것이라며 지난달 15일 150억달러 손배 소송을 냈다. 트럼프는 85쪽짜리 소장을 냈는데, 이 사건을 담당하는 플로리다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원고가 주장하는 2가지 명예훼손 혐의 중) 첫 혐의는 80쪽에, 두번째 혐의는 83쪽에 가서야 나타난다”고 짚었다. 고소장에 트럼프가 자신의 정치적 업적에 대한 극찬 등을 과도하게 담은 점을 꼬집은 것이다. 이 판사는 민사 소송 규정에 맞게 새 소장을 40쪽 이하로 다시 작성해 4주 이내로 제출하라고 지난달 19일(현지시각) 명령했다. 앞서 트럼프는 2020년과 2021년에도 러시아와의 연루 의혹, 재정 문제를 보도한 뉴욕타임스를 상대로 소송을 낸 적이 있는데, 모두 패소했다.

트럼프가 연루된 미디어·명예훼손 소송은 직접 제기한 것만 있는 게 아니다. 그는 올해만 해도 에이피(AP) 통신, 공영 라디오 엔피아르(NPR)와 공영 방송 피비에스(PBS), 공영방송공사(CPB)로부터 언론 탄압을 이유로 소송당했다. 엔피아르와 피비에스의 논조가 편향됐다며 이들에게 연방 자금을 공급하는 공영방송공사까지 싸잡아 지난 5월 자금 지원을 끊었다가 ‘언론 자유 침해’를 이유로 피소된 것이다. 취임 직후인 1월엔 멕시코만을 아메리카만으로 바꿔 부르는 데 동의하지 않은 괘씸죄로 에이피 통신을 백악관 기자단에서 제명했다가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을 근거로 에이피가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했다.

트럼프가 미디어 등을 상대로 이런 소송전을 무릅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입맛에 맞지 않는 언론을 상대로 소송 압박을 하고, 길들이기를 하려는 의도를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 트럼프는 소송을 통해 실제 거액의 돈도 쏠쏠하게 챙기고 있다. 앞서 유튜브는 2021년 1월 트럼프 지지자들이 연방 의회에 난입하는 사건을 벌였을 때 ‘폭력에 대한 잠재적 우려’를 이유로 트럼프의 계정을 차단하는 조치를 했다. 이후 트럼프는 소송을 제기했고, 구글은 지난달 29일 2450만달러(344억원)를 트럼프에게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는 또 시비에스(CBS) 방송이 대선 전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에게 유리하게 편집된 프로그램을 내보냈다며 지난해 100억달러(14조원) 손해배상 소송을 냈는데, 올해 취임 뒤 2월엔 소송가액을 200억달러(28조원)로 끌어올렸다. 시비에스는 결국 지난 7월 트럼프에게 1600만달러(225억원)의 합의금을 주는 데 동의했는데, 시비에스의 모회사인 파라마운트 글로벌이 대규모 인수합병 승인 건을 앞둔 시점이어서 뒷말을 낳았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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