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유튜브 속 말벌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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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온몸에 붕대 두르고 목발 짚은 말벌 캐릭터가 '제발 괴롭히지 말라'고 호소했다.
"벌초하러 오면 풀만 깎고 가지, 왜 우리 집을 부수냐제발 우리 그냥 냅둬산에 올 때 향수 뿌리지 마, 나는 향수 냄새가 그렇게 좋더라." 불쌍한데 귀여운 말벌의 우스갯소리에는 추석 성묘 길에 사람들이 지켜야 할 안전수칙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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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1970~80년대 언론계에서 특종 기자로 명성을 떨친 한국일보 원로를 며칠 전 만났다. 고희를 훌쩍 넘긴 연세에도 강골(强骨) 풍모가 여전했다. 최근까지도 한 매체에 정기적으로 글을 게재하던 이 원로는 최근 유튜버 활동에 푹 빠져있다고 말씀하셨다. 버튼을 눌러 56번째 구독자가 된 뒤, 살펴본 채널에는 도심 속 새와 꽃, 때로는 귀여운 손자의 재롱을 담은 영상이 모여 있었다. ‘너튜브’로도 불리는 이 매체가 우리 일상 깊숙이 파고들었음을 실감했다.
□ 2005년 2월 미국 캘리포니아의 에인절 기업으로 출발한 유튜브는 이듬해 11월 구글에 16억 5,000만 달러에 매각되면서 글로벌 성장의 기회를 맞았다. 저마다의 영상을 올리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사세가 급속 팽창,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영상 플랫폼이 됐다. 올해 8월 말 현재 유튜브에 개설된 채널은 1억1,500만 개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약 6,000만 개 채널에는 매월 1개 이상의 영상이 새로 올라오고 있다.
□ 유튜브는 국내 공공기관의 홍보수단으로도 떠올랐는데, 예금보험공사의 최근 영상이 인상적이었다. 물리학자와 역사학자가 등장해 숫자 ‘1억’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물리학자는 우주적 관점에서 1억은 지극히 사소하다고 주장한 반면, 역사학자는 인간에겐 무게감이 크다고 맞선다. 짐짓 다투던 두 사람이 돌연 ‘1억 원은 우리 삶을 바꿀 수 있는 액수’라고 합의하더니, 예보가 5,000만원이던 예금보호한도를 1억 원으로 올린 것도 그 때문이라고 소개한다.
□ 추석을 앞두고 유튜브 알고리즘에 이끌려 전북소방청의 ‘말벌이 인간에게’ 영상으로 인도됐다. 인간의 퇴치 작전 때문일까. 온몸에 붕대 두르고 목발 짚은 말벌 캐릭터가 ‘제발 괴롭히지 말라’고 호소했다. “벌초하러 오면 풀만 깎고 가지, 왜 우리 집을 부수냐…제발 우리 그냥 냅둬…산에 올 때 향수 뿌리지 마, 나는 향수 냄새가 그렇게 좋더라.” 불쌍한데 귀여운 말벌의 우스갯소리에는 추석 성묘 길에 사람들이 지켜야 할 안전수칙이 담겼다. 말벌도 사람도 다치지 않는, 온 국민이 행복한 추석 연휴를 기원한다.
조철환 오피니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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