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의 책과 미래] '희망의 사도' 제인 구달

2025. 10. 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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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영국의 생물학자 제인 구달이 세상을 떠났다.

'창문 너머로'(사이언스북스 펴냄)는 구달의 침팬지 연구 성과를 집약한 책이다.

구달은 침팬지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그 행동을 이해하려고 애썼다.

"함께라면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침팬지가 도움행동에 나서 불쌍한 어린 침팬지를 구했듯이 구달은 인류 역시 연민과 희생의 연대를 통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꿀 수 있음을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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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영국의 생물학자 제인 구달이 세상을 떠났다. 그를 생각하면 우선 침팬지를 안은 채 환히 웃는 말간 얼굴이 떠오른다. 평범했던 구달의 운명은 스물세 살 때 케냐에서 고인류학자 루이스 리키를 만나면서 크게 변했다. 리키는 비서학과를 졸업한 후 제 소명을 찾지 못해 방황하던 구달을 아프리카로 이끌었다. 1960년 구달은 탄자니아 곰베에 도착했다. 그가 침팬지의 친구이자 영장류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로 발돋움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구달은 침팬지 연구와 보호에 평생을 바쳤다.

'창문 너머로'(사이언스북스 펴냄)는 구달의 침팬지 연구 성과를 집약한 책이다. 구달은 침팬지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그 행동을 이해하려고 애썼다. 그 과정에서 그는 풀 줄기로 흰개미를 잡는 등 침팬지도 인간처럼 도구를 사용하고, 모계사회를 이뤄 투쟁하고 협력하는 등 정치적 행동을 한다는 걸 밝혀냈다. 그 덕에 침팬지에게도 마음이 있고, 지능이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가장 감동적인 이야기는 부모를 잃은 새끼 침팬지를 성체 침팬지들이 입양해 돌보는 장면이다. 침팬지에게도 연민이 있고 이타적 사랑이 존재함을 발견한 것이다. 구달은 말한다. "연민과 자기희생, 이타적 행동은 어려움에 빠진 친구를 돕고자 하는 침팬지 특유의 도움행동과 같은 뿌리를 공유할 것이다." 이로써 인간은 이 지구에서 홀로 떨어진 외로운 생명체가 아니게 됐다.

1970년대 들어 구달은 침팬지가 멸종위기에 처했음을 알고, 환경보호 운동에 뛰어들었다. 전 세계 곳곳에 연구소를 설립해 야생동물 연구와 보호에 나서고, '뿌리와 새싹'이라는 청소년 풀뿌리 모임을 조직해 희망의 씨앗을 뿌렸다. '희망의 책'에서 구달은 희망이 어려움을 당했을 때도 삶을 포기하지 않는 생명체의 자질이라고 말한다. "희망은 살아남은 것들의 특징이고, 생존의 본질이에요." 어둠 속에서도 끝내 빛을 보려고 하는 것, 어려움과 위험 속에서도 좋은 일이 생기리라고 믿고 행동에 나서는 일이 희망을 일군다.

기후 재앙과 대량 멸종의 위기 속에서 구달은 숱한 고난을 이겨온 인류의 굴하지 않는 정신력에서 희망의 근거를 본다. 자연의 회복 탄력성, 이타적 협력의 가치를 이해하는 인간의 지능, 이전 세대의 잘못을 바로잡고야 마는 '젊음의 힘'이 이를 도울 것이다. "함께라면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침팬지가 도움행동에 나서 불쌍한 어린 침팬지를 구했듯이 구달은 인류 역시 연민과 희생의 연대를 통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꿀 수 있음을 알려줬다. 이로써 그는 인류의 가슴속에 영원히 '희망의 사도'로 남았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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