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케데헌 더피, 미술관서 만나볼까…추석 맞이 전시 잇달아 [아트마켓 사용설명서]
가나아트선 ‘호랑이’ 기획전
전통서 현대로 이어진 상징
민화 ‘호작도’ 속 호랑이 조명

삼성문화재단 리움미술관은 ‘케데헌’ 속 더피와 수지로 그려진 호랑이와 까치의 다양한 의미와 그 원류를 찾아 떠나는 상설기획전 ‘까치호랑이 虎鵲(호작)’를 오는 11월 30일까지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 M1 전시장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까치·호랑이 관련 작품 7점을 펼친다. 특히 1952년작 ‘호작도(虎鵲圖)’는 이번에 처음 대중에 공개된다. 관람료는 무료로 리움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 뒤 관람이 가능하다.
한국의 호랑이 미술은 그 기원을 찾자면 선사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실제 호랑이를 보고 그린듯한 사실적 표현의 호랑이 미술은 조선시대에 이르러 성행했다. 이 시기 산신신앙(山神信仰)이 불교에 편입되면서 호랑이는 산신의 화신으로 신격화됐다. 여기에 한반도에 호랑이가 많았던 현실적 배경은 호랑이를 공포의 대상이자 신앙의 대상으로 자리잡게 했다. 호랑이 그림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으나 중국 명나라에서 전래돼 한국에 정착했다는 견해가 가장 유력하다.
특히 호랑이는 액운을 막아준다고 알려져 이런 의미를 담은 전통미술의 대표 주제 중 하나였다. 당대에는 호랑이 가죽을 그린 호피도(虎皮圖)를 방에 걸어 액막이로 사용했을 정도다. 포악한 맹수의 본성은 용맹스러움으로 치환됐고 호랑이는 수호와 벽사, 나아가 길상의 의미까지 동시에 상징하는 존재로 삶 속에 깊이 스며들게 됐다. 특히 까치와 함께 그려진 호랑이는 조선 후기 민화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소재였다.
우리나라에서 까치호랑이 그림은 19세기에 이르러 민화로 이어지며 크게 유행했다. 초반에는 까치가 생략되거나 단순한 배경 요소로 여겨졌으나 후대로 갈수록 까치를 백성으로, 호랑이를 양반, 관리로 빗대어 풍자하는 해석이 더해졌다. 여기에 ‘산신이 까치를 시켜 호랑이에게 신탁을 전달한다’ ‘영리한 까치에게 골탕 먹는 호랑이’ 등 민담이 반영되면서 까치가 여러 마리로 늘어나거나 호랑이의 얼굴이 어수룩하게 해학적으로 표현된 까치호랑이 그림이 등장하게 됐다.


이 작품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여우와 이리가 호랑이를 가장해 위세를 부리는 것을 바로잡기 위해 산에서 내려오는 ‘출산호(出山虎)’, 호랑이가 새끼를 낳자 놀라며 기뻐하는 새를 그린 ‘경조(驚鳥)’, 호랑이가 새끼를 키우는 모습을 태어날 때부터 비범한 군자의 모습으로 해석한 ‘유호(乳虎)’ 등의 요소가 결합된 형태다. 즉, 전형적인 까치호랑이의 모습을 담고 있으면서도 까치호랑이 형식의 원류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인 호돌이의 모티브가 됐던 호작도도 관객과 만난다. 이 작품은 추상적이고 단순화된 표현법이 파블로 피카소의 화풍을 연상시킨다는 데서 ‘피카소 호랑이’로도 불린다. 호랑이의 얼굴에는 둥근 표범 무늬가 있는 반면 몸통에는 길다란 호랑이 무늬가 있어 표범과 호랑이가 결합된 형태로 그려졌는데, 이는 당시 표범과 호랑이를 동일하게 인식했던 시대적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조선 사람들은 호랑이와 표범을 다른 종으로 구분하기보다는 ‘범’이라는 큰 틀 안에서 한 가족단위, 암수 혹은 성체∙유체 정도의 차이로 인식했다. 호랑이와 표범의 특징을 하나의 동물로 결합한 이미지는 중국이나 일본의 호랑이에는 없는 조선만의 독창적인 특징이다. 맹수로서의 위상은 호랑이가 더 대표격이기 때문에 표범 무늬는 얼굴, 배, 꼬리 등 일부에만 적용하고 전체적인 이미지는 호랑이로 표현되는 게 일반적이다.
또 다른 전시작인 19세기 후반의 ‘호작도’의 경우 호랑이의 털까지 비교적 사실적으로 그려졌는데, 동시에 우스꽝스러운 얼굴 표현이나 나무와 호랑이의 비례가 무시된 듯한 표현에서는 민화적인 특징이 잘 나타나 눈길을 끈다. 1874년 신재현이 그린 ‘호작도’와 호피 무늬 장막을 그린 ‘호피장막도’와 함께 단원 김홍도의 ‘송하맹호도’도 볼 수 있다. 김홍도의 작품은 소나무 아래에서 몸을 돌려 서 있는 호랑이의 자세가 까치호랑이의 원형인 ‘출산호’ 도상과 맞닿아 있어 정통 회화와 민화가 상호 간에 영향을 주고받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할 까치호랑이 그림은 두 폭 가리개 형식으로 장황된 ‘용호도(龍虎圖)’ 속 까치호랑이다. 이 작품은 한국 민화의 시조로 불리는 민속연구가이자 에밀레 박물관의 창설자인 조자용(1926~2000)의 구장품으로, 1971년 그가 펴낸 책 ‘한얼의 미술’, 1974년 ‘한호(韓虎)의 미술’에서 공개된 것을 시작으로 1988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1984년 서울 올림픽 주경기장 특별전시장에서 개최된 ‘한국 호랑이 민화대전’에도 출품됐다. 조자용 관장은 생전에 이 작품에 대해 “이조민화의 까치호랑이 그림을 대표한다고 해도 좋을 만한 걸작”이라고 평가했다.
가나아트 전시작 중 가장 오래된 것은 18세기 초반 작품으로 추정되는 ‘호도’다. 이는 ‘출산호도’ 계열의 작품으로 최근 공개된 리움미술관 소장의 1592년작 ‘호작도’와 화면 구성이 유사하다. 호랑이의 동세나 오른쪽으로 치켜 뜬 눈에서도 비슷한 특징을 보이지만, 이 작품에는 까치가 등장하지 않는다. 가나아트 측은 “중국에서 조선으로 전래되는 과정에서 화원회화 계열의 작품들은 의도적으로 까치를 그리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호랑이의 묘사는 명대 호랑이 그림 화풍을 충실히 따랐으며, 배경의 소나무 표현에서도 17세기 말~18세기 초 화풍이 관찰돼 김홍도의 ‘맹호도’ 이전에 그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리움미술관 전시의 ‘피카소 호랑이’와 화면 구도와 얼굴 표현이 닮은 가나문화재단 소장 ‘호작도’도 함께 비교해볼만 하다. 두 작품은 서로 데칼코마니 같이 대칭되는 형태를 보이고 있으며, 발과 수염의 표현과 자세가 매우 유사해 같은 작가가 그렸거나 같은 모본에서 파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작품도 유수의 민화관련 도록에 수록돼 있고, 지난 2021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전 ‘DNA: 한국미술 어제와 오늘’에 소개되기도 했다.
가나아트 전시는 시대에 따른 그림 속 호랑이의 자세 변화를 한 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가장 이른 것은 걸어 내려오는 듯한 ‘출산호도’ 계열이며, 17세기 중반에 등장해 20세기 초까지 가장 보편적으로 쓰인 형식은 출품작 ‘백호도’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앉은 자세 ‘좌호(座虎)’다. 18세기 중반 경에 나타나는 것이 사선형 자세인데, 화면 하단에 앞발과 머리를 두고 몸통을 사선으로 뻗어 상단에 뒷발과 꼬리를 배치하는 구도다. 이런 자세는 거친 필치의 소나무와 호랑이를 함께 그린 ‘호도’와 달빛 아래 대나무와 호랑이를 감각적으로 배치한 조선 말기 목판화 ‘월하죽호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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