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식비 내줘”…전파인증센터 공무원들 무더기 재판행
과기정통부, 청탁금지법 위반 결론

민간업체에 회식비를 전가한 국립전파연구원 소속 전파시험인증센터(인증센터) 공무원들이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3일 과기정통부로부터 제출받은 감사 결과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인증센터 과장 A씨와 직원 4명의 청탁금지법 위반 사실을 확인하고 관할법원에 과태료 재판을 통보했다.
청탁금지법과 관계 법령에 따르면 금품수수액이 100만원 미만일 경우 기소 절차를 거치지 않고 관할법원에서 ‘과태료 재판’으로 다뤄진다.
인증센터의 ‘회식비 전가’ 논란은 민간업체 직원이 익명 SNS ‘블라인드’에 글을 올리면서 불거졌다. 이 직원은 “이 기관의 한 부서에서 5월에만 세 차례에 걸쳐 (직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민간업체들에 돈을 내게 해 회식을 하게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회식에 참석한 공무원은 본인 인스타그램에 회식 장면을 찍어 올렸다”고 고발했다. 그러면서 “이 기관은 아직도 90년에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썼다.
‘회식비 전가’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다. 전파연구원은 블라인드를 통해 불거진 논란을 조사해 사실관계를 확인했지만, 내부적으로는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만 주의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과기정통부는 사안이 중대하고 조사가 미흡하다고 보고 감사를 벌였고, 그 결과 세 차례 중 두 차례의 회식이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결론지었다.
과기정통부 감사결과에 따르면, 인증센터의 A씨는 올해 3월 과장으로 부임한 뒤 협회와 기업 관계자들로부터 식사 제안을 받았다. 이후 A씨는 지난 5월15일 이천에 있는 고깃집에서 직원들과 회식을 가졌다. 이때 청구된 비용 54만원을 전파인증 관련 민간협회 부회장 B씨가 결제했다. 같은 달 21일 장어집에서 열린 두 번째 회식의 비용(53만6000원)과 뒤이은 노래방 비용(12만8000원)은 전파인증 관련 기업 관계자가 지불했다.
두 차례 회식의 1인당 비용은 각각 6만원, 13만2000원이다. 청탁금지법이 정한 음식물 제공 한도(5만원)을 모두 초과한다.
A씨는 감사 과정에서 ‘지인들이 제안한 자리였고 1인당 비용이 5만원을 넘을 줄 몰랐다’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과기정통부는 “고가의 식사를 직무 관련자와 함께하면서 대금을 확인해 법 위반 행위를 보완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직원들은 “일반 회식인 줄 알고 참석했다”, “분위기를 해칠 수 없어 참석했다”고 해명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과기정통부는 인증센터 직원들에게 부정한 접대를 한 정보통신 관련 협회 회장·부회장, 민간기업 관계자들도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과태료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국립전파연구원장에게 인증센터 과장 A씨와 직원 4명의 징계도 요구했다. 아울러 청탁금지법 관련 교육을 강화하고 별도 청탁방지담당관을 지정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인증센터에 요구했다.
박충권 의원은 “이번 사건은 단순히 개인의 일탈이 아닌 조직 내부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갑질 문화가 아닌지 철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과기부 산하기관 직원들의 도 넘은 기강 해이 문제에 대해 이번 국정감사에서 엄격히 따져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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