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주법주 김동구 대표, 회사에 자기 집 팔아… 31억 트리마제 '셀프 거래'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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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2023년 5월 25일, 서울 성동구 트리마제 아파트에서 30억 9,500만 원짜리 부동산 거래 계약서에 도장이 찍혔다. 매도인 란에는 '김동구', 매수인 란에는 '경주법주 주식회사'. 얼핏 보면 평범한 거래 같지만, 여기엔 묘한 비밀이 숨어 있었다. 김동구는 바로 경주법주의 대표이사 본인이었다.

본지가 입수한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분석한 결과, 경주법주는 2023년 5월 30일 김동구 대표 명의의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718번지 트리마제 아파트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다. 매매대금은 정확히 30억 9500만 원. 대표이사가 자신의 집을 자신의 회사에 판 '셀프 거래'였던 셈이다.
문제는 이 아파트의 매도인이 다름 아닌 경주법주의 김동구 대표 본인이라는 점이다. 김 대표는 2017년 9월 해당 아파트를 최초 분양받아 약 6년간 소유해오다, 자신이 경영하는 회사에 되판 것이다. 대표이사 개인이 매도인이고 그가 운영하는 회사가 매수인인 전형적인 '셀프 거래' 구조다.
경주 회사가 왜 서울 31억 아파트를?
경주법주의 본사와 공장은 모두 경상북도 경주시 산업로(시래동)에 위치해 있다. 회사 홈페이지나 지도 검색 결과에도 서울에는 별도의 사업장이나 지점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왜 경주에 뿌리를 둔 전통주 제조업체가 서울 한복판의 초고가 아파트를 매입한 것일까.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수도권 부동산을 매입하는 경우는 출장 임직원을 위한 관사, 외국 바이어 접객용 공간 등의 명목을 내세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굳이 대표이사가 살던 집을 회사가 사들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결국 회삿돈으로 대표의 주거 비용을 해결해주거나, 대표 개인의 자산 처분을 도와주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트리마제 아파트는 전용면적 84㎡로 실거주용으로 보이는 중대형 평수인 것으로 추정된다. 단순 출장 숙소로 보기에는 크다는 평가다.
과거 A 그룹 사례와 유사
"미국이었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
이번 경주법주의 거래는 과거 A 그룹의 부동산 거래와 구조적으로 유사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당시 A 그룹은 "해외 출장 직원 숙소용"이라는 명목으로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오너 일가로부터 부동산을 사들였는데, 오너 일가에게 사실상 시세차익을 보장해준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거셌다.
B 변호사는 "사용 목적은 둘러댈수 있으니 수사기관도 '실제 사용 목적'을 명확히 입증하기는 어려울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대표이사와 회사 간의 거래는 절차와 명분이 투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주에게 손해를 끼치는 배임 행위로 비칠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투명성이다. 경주법주가 어떤 내부 절차를 거쳐 대표이사 개인의 아파트 매입을 결정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특수관계자 거래(Related Party Transaction)'를 매우 엄격하게 규제한다. 대표이사 개인의 자산을 회사가 매입할 경우, 거래가 회사에 실질적 이익이 된다는 점을 독립적인 이사들로 구성된 이사회가 철저히 검증하고 승인해야 한다. 또한 상장사의 경우 상세한 공시 의무도 따른다.
한 기업법무 변호사는 "미국이었다면 복잡한 승인 절차와 공시 의무 때문에 오너가 자신의 부동산을 직접 회사에 파는 경우는 상상하기 힘들다"며 "이해충돌 소지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제3자를 통해 거래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경주법주는 모기업이 대구경북 지역 주류 업체 금복주인 비상장 기업이다. 상장사의 경우 공정거래법과 자본시장법에 따라 특수관계자 거래를 공시해야 하고, 주주 소송 등을 통한 견제도 가능하다. 하지만 비상장 중소·중견기업은 사실상 감시의 사각지대다. 소액주주 권리 행사는 거의 불가능하고, 언론 보도가 없으면 문제 제기조차 어렵다. 결국 비상장사의 경우 주주 견제와 감시가 어렵기 때문에 내부 통제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거래로 이익을 본 쪽은 명백하다. 김동구 대표 개인이다. 2017년 분양받은 아파트를 6년 만에 30억 9500만 원에 처분하며 개인 자산을 현금화했다. 정확한 분양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부동산 시세 변동을 고려하면 상당한 차익을 실현했을 가능성도 있다.
반면 경주법주 회사는 어떤 이익을 얻었을까. 본업인 전통주 제조와 직접 관련이 없는 서울 고가 아파트 매입으로 회사 자금이 사용됐다. 향후 재산세, 관리비 등 유지비용도 회사가 부담해야 한다. 실제 업무용으로 활용되는지도 확인하기 어렵다.
이 같은 논란과 이사회 의결 여부에 대해 경주법주 관계자는 "부동산 거래 내역을 알지 못했다.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추가적인 답변은 받을수 없었다.
경주법주는 어떤 회사인가
경주법주는 1972년 9월 설립된 전통 주류 제조업체다. 모기업인 금복주의 곡주 제조 계열사로, 대표 제품인 '경주법주'는 1972년 박정희 정부 시절 제럴드 포드 미국 대통령 방한을 앞두고 내세울 만한 전통주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만들어진 제품이다. 경주법주, 화랑, 경주법주 쌀막걸리, 천수 등 제품이 있다.
최근에는 '경주법주 초특선'이라는 고급 청주 제품으로 몽드 셀렉션 7년 연속 금상을 받으며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3년 5월 한일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실이 이 제품을 대접하기도 했다. 다만 경주법주 초특선은 전통주가 아닌 사케(청주) 방식으로 제조된다는 점에서 "전통주로 포장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 내용의 언론보도가 나온 바 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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