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자원 화재에 장애인 바우처 단말기도 먹통… 속 타는 장애인과 활동지원사들

부천시에 사는 시각장애인 강모(30)씨는 지난달 27일 인근 병원에서 건강 검진을 받기 위해 활동지원사와 동행했다가 당황했다. 서비스를 이용한 뒤 활동지원 바우처 카드를 사용하려고 했지만 카드 단말기가 먹통이 된 것이다. 나흘이 지나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의아함을 느낀 강 씨는 인근 장애인활동지원센터에 연락을 취하고 나서야 사건의 전말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뉴스를 접하기 어렵다 보니 며칠이 지나서야 바우처와 관련된 시설(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불이 났다는 것을 알았다”며 “센터에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되느냐고 묻자 지원사가 활동 내역을 수기로 기록하는 수밖에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정부 주무 부처의 정보 저장소인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보건복지부 전산망이 마비되면서 장애인 의 일상생활을 돕는 복지 사업인 장애인 활동지원사업 시스템도 먹통이 됐다. 상황이 이렇자 바우처를 사용하는 장애인과 활동 내역을 기록해야 하는 활동지원사 모두 불편을 겪고 있다.
앞서 지난달 26일 대전시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불이 나면서 정부 행정 서비스 전반이 마비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피해를 입은 정부 시스템 647개 중 537개 시스템이 아직까지 복구되지 못했다.
보건복지부의 전산망도 멈추면서 장애인 복지 사업에도 제동이 걸렸다. 장애인활동지원사업 바우처가 대표적이다. 해당 사업은 활동지원사가 장애인의 옆에서 신체활동을 지원하거나 보조하는 서비스다. 서비스를 이용한 뒤 바우처 카드를 단말기에 대면 내역이 기록되는데, 단말기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
활동지원사들은 지원 내역을 전부 수기로 입력하느라 곤욕을 겪는다고 토로했다. 신체 지원, 가사 지원, 사회활동 지원 등 다양한 지원 내용을 일일이 다 적어야 해서다. 일반 사무서비스와 달리 장애인의 옆에서 외출이나 활동을 도와야 하는 상황에서 기록까지 손으로 빠짐없이 작성하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명절을 앞두고 급여를 제대로 지급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미숙 전국활동지원사노동조합 조직국장은 “활동지원사들은 활동 시간에 따라 급여를 받는다. 이번달은 기록이 누락되면서 한달치가 아니라 20일치나 25일치가 급여가 나올 수도 있는 것”이라며 “추석 연휴를 앞두고 평소보다 지출이 많은데 다들 생계를 걱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활동지원사의 경우 서비스 평균 지원 내역 등을 참고해 임금을 먼저 지급한 뒤 사후 정산할 계획”이라며 “장애인 서비스 지원과 임금 지급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주영 기자 mang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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