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M 인사이트 경영 <58>] 안전은 규정이 아닌 경쟁력…듀폰 모델로 본 안전 역량 혁신

이준희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2025. 10. 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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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차별화와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제품·기술·업무 혁신을 꾀한다. 이와 함께 핵심 역량(core competency)을 정의하고, 진단·역량 개발을 위한 관리 프로세스와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용하고 있다. 최근 마케팅·개발·제조 역량에 더해 ‘안전 역량’이 주목받는다. 안전 역량에 대한 정의, 또 안전 역량을 어떻게 확보하고 강화해 미래 세대에 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접근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안전 역량의 계승은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필요한 요소이며, 그 중요성은 향후 더 커질 전망이다.

이준희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현 로쉬(Loshe) 안전리더십 연구원 부대표, 현 커니(Kearney) 파트너

기업 생존을 위한 안전 역량

기업의 안전은 단순한 규정 준수를 넘어, 조직 구성원의 행동 변화와 현장 적용으로 완성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의 안전 교육이 형식적이고, 일회성인 탓에 현업에 적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역량 기반 설계→역량진단→맞춤형 교육 제공→현업 적용’의 선순환 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선진 기업은 이미 교육을 ‘프로그램’이 아닌 ‘역량 관리 프로세스’로 본다. 특히 업무 맥락 속 학습(learning in the flow of work) 개념을 강조한다. 듀폰(DuPont)이나 셸(Shell)이 안전 교육을 현장 작업 프로세스에 내재화하는 게 대표적이다. 일상의 업무가 곧 학습이 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안전 역량 시스템 구축한 듀폰

듀폰은 ‘듀폰 안전 역량 모델(DuPont Safety Competency Model)’과 ‘듀폰 브래들리 곡선(DuPont Bradley Curve)’을 중심으로 안전 역량을 체계화하고, 발전시키고 있다. 먼저 듀폰 안전 역량 모델은 안전을 기술이 아닌 역량으로 보는 관점이다. 조직·리더·근로자별로 필요 역량을 정의하고, 역량에 행동(behavior)·태도(attitude)·리더십(lead-ership)을 포함한다. 이 모델의 핵심 목표는 사고를 예방하는 안전 행동(safe behavior)을 개인과 조직에 내재화하는 것이다. 이를 조직·리더·개인 차원으로 나눠 구조화한 것도 특징이다.

듀폰 브래들리 곡선은 조직의 안전 문화 성숙도가 어떻게 발전해 나가는지를 보여주는 모델이다. 안전 의식이 성숙할수록 사고율이 낮아지는 과정을 네 단계로 설명하고 있다.

첫 번째 반응적 단계(reactive)는 안전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간주한다. 두 번째 의존적 단계(dependent)는 안전을 규칙과 규정, 관리 감독에만 의존한다. 세 번째 독립적 단계(independent)로, 개인이 스스로 안전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실천하는 단계다. 마지막 상호 의존적 단계(interdependent)는 안전이 조직 전체에 내재한 핵심 가치가 되는 단계다. 결국 듀폰 브래들리 곡선은 개인에게서 조직과 문화 수준으로 안전 역량이 성숙하는 걸 보여준다.

많은 글로벌 우수 기업은 듀폰 모델과 관련한 프로그램을 운용 중이다. 국내 건설, 석유화학·화학, 자동차 기업도 최근 안전 문화나 안전 역량, 특히 안전 리더십 관점에서 계층별(직급별) 역량 설계와 진단, 교육 제공, 현업 적용 효과성을 높이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안전 역량은 직무와 경력 단계에 따라 달라진다. 신입·현장 작업자는 기본 안전 규칙 준수, 위험 인지(tool box meeting·일일 안전 회의), 개인 보호구 착용 습관화가 필요하고, 관리·감독자는 위험성 평가, 팀 안전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춰야 한다. 경영진과 리더는 안전 문화를 주도하고, 전략적으로 안전 의사 결정을 해야 하며, 핵심 성과 지표(KPI) 관리 등의 역량 설계가 필수다.

독일 화학 기업 바스프(BASF)는 모든 직무에 안전 역량 매트릭스(matrix)를 정의, 채용부터 승진까지 경력 경로(career path)와 안전 역량을 연계한다. 이를 통해 안전이 추가적인 업무가 아니라 성공적인 경력 개발의 필수 역량으로 자리 잡도록 하고 있다.

셰브론, 맞춤형 안전 교육

정기적이고 상시적인 안전 역량 진단은 개인별 교육 필요 정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불필요한 교육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정기 진단은 연 1회 이상 평가를 통해 직무·레벨별 핵심 안전 역량을 점검하고, 상시 진단은 모바일 앱 등을 통한 자가 진단과 실시간 피드백이 가능하도록 한다.

미국 에너지 기업 셰브론(Chevron)은 디지털 기반 안전 역량 대시보드(safety com-petency dashboard)를 운용, 직원이 모바일 기기 등을 통해 즉시 자기 역량을 체크하고, 부족한 부분은 자동으로 맞춤형 교육이 될 수 있게 하고 있다.

안전 교육은 시간 단위별로 설계할 때 현업과 가장 밀착되고, 교육 효과가 뛰어나다.

일본 도요타는 근로자에게 ‘한 장 위험 예지 카드’를 매일 작성하게 해, 작업 전 위험 요소를 스스로 기록하고, 공유한다. 이는 안전에 대한 개인 참여도를 높이고, 안전을 습관화하는 효과를 낳는다. 안전 교육의 효과성은 단순한 만족도 조사(레벨 1), 시험·평가(레벨 2)를 넘어야 한다. 또 현업 적용도(레벨 3, 안전 교육 후 실제 작업에서 안전 행동 변화가 나타났나), 성과(레벨 4·사고율 감소, 품질개선, 비용 절감으로 이어졌나)로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안전 교육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경력 개발과 연결된 지속적 역량 관리 체계에서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 ‘진단-교육-적용’의 선순환 구조로, ‘교육-행동-성과’로 연결되는 학습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경영진은 안전 교육을 ‘규정 준수’가 아닌 기업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로 인식해야 한다.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안전 교육 혁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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