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7개 시·도 중 ‘이중화’ 갖춘 건 대구뿐···나머지 지자체 “예산 없어 엄두 못내”

권기정·강정의·김태희·김현수 기자 2025. 10. 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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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 지자체는 일부만 이중화, 나머진 ‘백업’ 수준
지자체들 “이중화 공감하지만 예산부족, 지원 필요”
29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관계자 등의 화재 정밀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16곳이 재해재난 등으로 주 서버가 마비되더라도 다른 서버를 통해 이를 복구할 수 있는 ‘이중화 시스템’ 구축이 제대로 안되어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발생한 국가행정·업무시스템 마비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도 이중화 시스템의 부재가 꼽힌 바있다.

2일 경향신문이 지방행정시스템 운영현황에 대해 17개 광역지자체에 문의한 결과 “이중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응답한 곳은 대구광역시 한 곳에 그쳤다. 나머지 16곳은 “시도행정시스템이나 세무·도시관리·민원시스템 등 일부만 이중화되어 있다”고 응답했다.

중앙정부처럼 각 지자체들도 자체적으로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데이터를 보관하고 지방행정에 필요한 각종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국정자원 화재로 ‘국민신문고’ 등 중앙정부와 연계된 서비스는 중단됐어도 지자체 개별 홈페이지나 대민·민원서비스 등이 정상 운영된 배경이다.

대구의 경우 달성군에 재해복구서버를 두고 이중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2022년부터 3년간 68억원을 투입해 이중화를 구축했다”며 “재해재난 발생 시 4시간 이내 시스템 재가동을 목표로 관리 중”이라고 밝혔다.

28일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해 불에 탄 리튬이온 배터리가 소화수조에 담겨 있다. 연합뉴스

다른 16개 광역지자체는 이중화 시스템 구축 여부와 범위가 제각각이었다. 광주와 전북, 제주 등 3곳은 정부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활용 시범사업’을 통해 지방행정시스템 일부를 민간기업에 이관해 관리 중이다.

광주는 시스템 중요도 등을 평가해 102개 시스템 중 36개를 NHN클라우드에 이관했다. 제주는 지방공기업 시스템을 포함한 230여개 시스템을 KT클라우드를 통해 관리 중이다. 전북도 서울에 서버가 있는 삼성SDS클라우드에 이관했다. 민간 클라우드의 경우 이중화가 구축되어있다. 다만, 이들 지자체 역시 직접 관리하는 시스템의 경우 이중화가 안되어있어 순차적으로 이관 관리를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서울·경기·부산 등 나머지 13곳은 시스템 운영 구조가 비슷했다. 법률에 따라 재난복구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인 일부 시스템만 이중화하거나 한국지역정보개발원에 위탁해 이중화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나머지 시스템들은 백업 데이터를 저장해 관리하는 수준이다.

서초구와 마포구 등 2곳에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인 서울시는 행정안전부가 ‘1등급’ 시스템으로 지정한 세무·공공서비스예약 등 16개 시스템만 이중화로 운영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 외 다른 시스템은 데이터를 백업해 관리 중”이라며 “시스템 중요도에 따라 이중화 구축을 늘려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수원에 데이터센터를 둔 경기도 역시 “중요도에 따라 주단위, 월단위로 데이터를 백업하지만 이중화 시스템은 없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시도행정망이나 건축·건축행정지원시스템 등 일부만 이중화해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행정정보 시스템 화재 관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6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자체들은 예산 문제를 들어 이중화 시스템 구축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시도행정시스템을 제외하면 지자체 대부분 데이터를 백업하는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예산이 많이 들기때문에 이중화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자원 화재 사태를 계기로 시스템 안정화를 위한 정부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남도 관계자는 “시스템 이중화에 필요한 비용을 국비로 지원해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나마 다행인건 17개 광역지자체 모두 시스템 배터리로 화재 위험성이 덜한 납축전지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국정자원과는 달리 배터리는 서버 등 네트워크 장비와는 별도의 공간에 마련돼 관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이미 아마존, 구글과 협력해 정부 데이터의 70%를 민간으로 넘기고, 반드시 정부가 관리해야 하는 30%만 정부가 관리하고 있다”며 “이중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많은 예산이 들기때문에 민간에 시스템을 위탁하면 정부 예산도 아낄 수 있고 민간산업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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