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귀족의 난’ 방치하면 이렇게 된다 [논썰]

이재성 기자 2025. 10. 3.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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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해체 1년 유예기간 동안 ‘제2의 조국 수사’ 가능”
검찰·사법개혁 본질은 민주주의 투쟁…노예근성 끊어내야

안녕하세요. 논썰의 이재성입니다.

바야흐로 테르미도르(반동)의 계절입니다. 혁명 뒤에는 반드시 반동이 찾아오기 마련이지만, 우리나라는 사정이 많이 다릅니다. 엄밀히 말해 지난겨울에서 봄으로 이어진 내란 극복 과정은 헌법과 법률을 다시 쓰는 혁명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헌법과 법률을 파괴했던 내란 세력을 헌법과 법률로 진압하는 준법의 과정이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무너진 법을 다시 세우는 중입니다.

무너진 법을 다시 세우려면 법을 무너뜨린 자들을 찾아내어 처벌해야 합니다. 그리고 제도적 허점을 뜯어고쳐, 다시는 민주주의를 침탈하려는 세력이 준동할 수 없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당연한 명제에 토를 다는 세력이 많아졌습니다. 박근혜 탄핵 이후, 문재인 정부 초기보다도 상황이 더 좋지 않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노만석과 특검 파견 검사들의 불법 행위

지난 화요일(9월 30일) 김건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 파견 검사 40명이 검찰 복귀를 요청했죠. 친정인 검찰이 사라지는 마당에 특검에서 열심히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냐는 항변인데요. 이들은 민중기 특검에게 검사의 직접수사 필요성에 대한 언급을 요구했습니다. 국민의 열망이 담긴 수사를 볼모로 민중기 특검과 국민을 겁박한 것입니다. 역시 검사스럽습니다. 부패와 비리의 진상을 밝혀내고 단죄하여 무너진 정의를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역사적 사명감보다 손에 쥔 권력 수호와 퇴직 후의 돈벌이가 중요한 집단이라는 말입니다.

이들의 집단행동은 국가공무원법 제66조를 위반한 것입니다. 그런데 언론은 법 위반 사실을 지적하지 않습니다. 검사들의 집단행동이 늘 있었던 일이기 때문일까요? 호의가 계속되니 권리인 줄 알게 된 겁니다. 노만석 대검 차장은 검찰청 폐지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세 차례에 걸쳐 했습니다. 그중에 한번은 대검 공보관실을 통해 ‘입장문’이라는 형식으로 공식 발표했습니다. 총장이 없으니 차장이 총대를 멨습니다. 내란 우두머리를 탄생시키고 비호했던 검찰의 잘못을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도 부족할 판에 왜 우리한테 책임지라고 하느냐 대드는 꼴입니다.

이번에 이들을 징계하고 잘못을 바로잡지 않으면 검찰청 폐지법이 시행되기까지 남은 1년의 시간 동안 무슨 일을 벌일지 모릅니다. 제2의 조국 수사 같은 일을 꾸밀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옵니다. 검찰 출신 양부남 민주당 의원의 말입니다.

1년의 유예 기간이 있지 않습니까? (중략) 1년의 유예 기간 동안 이런 행동에 대해서 우리가 사전에 철저히 차단하고 근무 기강 바로잡지 않으면 제2의 윤석열이 제2의 조국을 수사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입니다. 1년이나 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 10월 2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임은정한테만 경고한 정성호 장관

그런데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과 정부가 정한 조직 개편 방향에 검찰총장 대행이 공식적으로 반발하는데 징계는커녕 제지하는 시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임은정 동부지검장한테는 공개적으로 경고했죠. 임 지검장은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검찰개혁 5적’이 있다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노만석 차장도 포함된 명단인데요. 거의 전적으로 사실에 부합하는 지적입니다. 물론 현직 검사장의 발언이라고 하기엔 적절치 않은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노만석은 왜 놔두는 겁니까? 검찰개혁을 하자는 발언은 제지하고,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발언은 놔두는 게 이재명 정부의 방침입니까? 특검 파견 검사들의 집단 항명은 이런 분위기가 있기에 가능한 겁니다.

관봉권 띠지를 분실했는데도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은폐한 최재현 검사가 국회의원을 상대로 눈을 부라리며 “지금 답변드리고 있지 않습니까” 위압적으로 대들고, 이화영 모해위증 혐의를 받는 박상용 검사가 ‘아니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고 따질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국회를 무시하고 국민을 우습게 알기 때문입니다. 누가 이들을 이렇게 오만하게 만들었을까요? 저는 우리 국민 자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만든 겁니다. 너무 오랫동안 저들의 특권을 용인해 온 결과입니다.

검찰 독립이라는 거대한 허구

군부독재 시절에는 검찰의 특권이 별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독재정권 자체가 법이었고, 검찰은 하수인에 불과했으니까요. 사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재정권이 시키는 대로 나치의 아이히만처럼 아무런 반성 없이 주문생산하듯 판결을 찍어냈습니다. 그런데 민주화가 이뤄지고 독재정권이 사라지자 사법부와 검찰이 스스로 절대권력이 되었습니다. 법치주의라는 허울 아래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언터처블이 되었습니다. 그 핵심 키워드가 ‘독립’입니다. ‘검찰 독립’ ‘사법부 독립’인데요.

사법부 독립은 요즘 자주 들리는 말이라 익숙하시죠. 검찰 독립은 조금 낯설게 느껴지실 겁니다. 여러분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 기억하시나요? 형사부 검사라는 검찰 내 아웃사이더 경험을 바탕으로 ‘검사내전’이라는 재밌는 책을 썼죠. 참신한 검사 출신이라는 이미지로 서울 송파갑에서 당선됐었는데, 윤석열·김건희·한동훈이 관련된 이른바 ‘고발사주’ 사건에 연루되면서 사실상 정치생명이 끝났습니다. 김웅이 2020년 총선에 출마하면서 내걸었던 공약이 바로 ‘검찰 독립’이었습니다. 검찰 예산 독립과 검찰총장 임기 6년 등을 주장했는데요. 검찰이 성역 없는 수사를 하려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논리였습니다. 실제로 이 주장은 87년 민주화 이후 20년가량 상당한 설득력을 얻었습니다. 검찰총장 2년 임기제도 그래서 마련된 제도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검찰의 독립을 보장했던 노무현 정부에서 검찰이 어떻게 했는지는 굳이 말씀드릴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이명박·박근혜·윤석열 정부 검찰의 행태도 복기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독립은커녕 중립조차 스스로 지키지 못한 오욕의 역사로 오늘날 해체라는 운명을 맞았으니까요.

언론과 검찰의 협공으로 이뤄진 검찰 쿠데타

윤석열의 쿠데타는 성공한 1차 쿠데타와 실패한 2차 쿠데타로 나눌 수 있습니다. 2019년 조국 가족 수사로부터 시작한 검찰쿠데타가 1차, 2024년 군대와 경찰, 정부 조직을 총동원한 친위쿠데타가 2차입니다. 검찰을 활용한 1차 쿠데타는 2022년 대선까지 이어집니다. 이때 윤석열이 내세웠던 슬로건이 이른바 ‘살권수’, 살아있는 권력 수사였습니다.

법을 활용한 쿠데타는 언제나 합법이라는 외투를 쓰고 옵니다. 그래서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채 끝나기도 전에 조국의 부인 정경심 교수를 기소했습니다. 대통령의 인사권을 침탈한 행위이자, 국회의 검증 권한을 침해한 무도한 행위입니다. 법전 어디에도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 없으므로 합법이라고 우길 수 있겠지만,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비정상적인 권력 남용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대부분의 언론은 윤석열의 살권수 프레임에 갇혔습니다. 검찰이 던져주는 먹잇감을 좇아 우르르 몰려다니는 승냥이처럼 굴었습니다. 조국 수사 이후 문재인 청와대를 겨냥한 일련의 수사도 언론과 검찰의 협공으로 이뤄졌습니다.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유재수 감찰 무마 및 탈원전 비리 의혹 등 표적수사는 끝이 없었습니다. 윤석열이 대통령이 된 뒤에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통계조작 사건 등을 만들어 냈습니다. 거의 모두 무죄 판결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검찰쿠데타는 대선 과정의 대장동 수사를 비롯한 일련의 이재명 죽이기 수사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대장동 개발 의혹의 핵심은 이른바 ‘50억 클럽’과 유동규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개인 비리인데, 검찰은 이재명과 측근들의 뇌물 의혹으로 프레임을 전환합니다. 역시 언론은 별 의심없이 검찰을 따라갔죠. 최근 잇따라 나오고 있는 정영학 회계사와 남욱 변호사의 진술 번복(검찰이 시켜서 한 진술이다!)을 기성 언론이 보도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재판의 판도를 180도 바꿀 수 있는 중대한 진술 변화인데도 언론은 모른 척합니다. 언론은 검찰쿠데타의 부역자입니다. 진중권 교수를 비롯한 기회주의적 지식인 역시 윤석열과 검찰 편을 들며 쿠데타에 일조했습니다. 그 결과, 훗날의 내란 수괴가 대통령이 됩니다.

2025 사법 쿠데타, 2019 검찰 쿠데타 데자뷔

그렇다면 2025년 조희대와 지귀연의 사법쿠데타에 대한 언론과 지식인들의 태도는 어떻습니까? 검찰쿠데타 당시와 비슷하지 않습니까? 사법부 독립을 내세우며 사법부를 감싸고 민주당을 비판합니다. 보수언론만 그렇다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경향신문 편집국장 출신의 언론인 이대근 칼럼을 보시죠.

“민주당은 근거 없는 의혹으로 대법원장 축출을 주장하며 사법부를 흔들었다. (중략) 민주주의 가치를 따르는 정당이라면 삼권분립 훼손에 저항하고 사법부 독립을 옹호해야 한다. (중략) 민주당은 헌정질서 파괴에 책임이 있는 국민의힘을 민주주의 수호자로 일으켜 세우고 있다.” (경향신문 9월 30일 치 이대근 칼럼 ‘민주당만 모른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과 정치 판결, 지귀연 부장판사의 불법적 구속취소 결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습니다. 조희대·한덕수 등 이른바 ‘4자 회동’에 대한 민주당의 의혹 제기가 아무리 거칠었다 하더라도, 이 의혹 제기는 조희대 원장에 대한 근본적 불신과 사퇴 요구라는 국민적 의지에 근거한 것입니다. 집권 여당의 의혹 제기 방식이 투박하다고 비판할 수는 있지만, 의혹이 제기된 맥락을 제거하는 건 공정하지 않습니다.

누가 조희대와 지귀연을 오만하게 만드나

엄밀히 말해서 사법부 독립은 틀린 말이지요. 헌법에 따르면, 법관 독립 또는 재판 독립이 맞는 말입니다. 법관 독립과 재판 독립을 먼저 무너뜨린 건 조희대입니다. 본인이 대법관으로 임명하는 등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대법관들을 동원해 정치에 개입했습니다. 그 행위에 대한 사과와 책임을 요구하자 사법부 독립이라는 허울 뒤에 숨었습니다. 국회의 청문회 출석 요구에는 ‘불출석 사유서’가 아니라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하고 보이콧했습니다. ‘국회 너희가 뭔데 대법원장한테 오라 가라야? 내가 불출석하는데 사유를 대야 해? 내 의견은 이러하니 의견서나 받고 떨어져!’라는 말입니다. 대놓고 국회를 무시하고 국민을 우롱하고 있습니다.

어쩜 이렇게 오만할 수 있을까요? 대법원이 국회 위에 있는 존재입니까? 국회법에 따라 대법원장이 청문 대상인 건 잘 아실 겁니다. 삼권분립을 존중하라고요? 삼권분립의 핵심은 견제와 균형입니다. 법원은 국회의원을 재판하고 의원직을 박탈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국회는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을 상대로 질문(청문회)도 하지 말라는 겁니까?

이렇게 자명한 사실을 외면하고 민주당을 비난하는 언론과 지식인이 있기 때문에 조희대와 지귀연이 저렇게 오만하게 굴 수 있는 겁니다. 대법원이 지귀연의 룸살롱 술접대 의혹에 대해 넉 달이나 질질 끌다가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면죄부를 내놓을 수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귀연이 없앤 휴대전화에 담겼던 비밀

민주당은 곧바로 반박했는데요.

제보자는 1년에 한 번이 아니라 지난 수년간 본인이 직접 20여차례 룸살롱 접대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지귀연과 해당 룸살롱인 그레이스에서 최소 7회 갔으며 그 외에도 10여차 이상을 현재는 폐업한 다른 룸살롱에 갔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정의찬 민주당 원내대표실 정무실장, 9월 30일 국회 기자회견)

해당 술자리를 접대한 변호사가 지귀연 판사에게 20차례 이상 룸살롱 접대를 했고, 우리가 사진으로 알고 있는 ‘그레이스’라는 곳에서만 최소 일곱번 접대했다는 내용입니다. 대법원은 공수처 수사 결과를 보고 징계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는데요. 하지만 공수처가 대법원에 세 차례나 감찰 자료를 요청했는데 대법원이 협조하지 않아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대법원이 지귀연을 지키려고 국민을 속이고 있는 것 아닌가요?

지귀연 판사는 윤석열이 구속취소를 청구한 날 휴대전화를 교체한 데 이어, 술접대 의혹이 제기되자 석 달 만에 한 번 더 교체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유심을 이 폰에서 저 폰으로 번갈아 끼우는 이상한 짓도 했습니다. 도둑이 제 발이 저렸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지귀연은 누구와 주고받은 통화와 메시지를 지우려고 휴대전화를 바꿨을까요? 혹시 조희대 대법원장 아닙니까?

지귀연은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잃었습니다. 구속취소 결정만이 아닙니다. 윤석열 출석 첫날 촬영 불허 결정부터 이례적인 지하 출입 허용, 피고인석을 뒷줄에 배치한 특혜, 인정신문을 대독해주는 친절함, 재판 출석을 거부하는데도 강제구인을 하지 않고, 고의적인 지연을 의심하게 할 정도의 느슨한 재판 진행 등 윤석열 봐주기 혐의가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재판장이 이렇게 대놓고 편파적이어도 되는 겁니까? 구속취소 청구일 당일 지귀연이 없앤 바로 그 휴대전화에 비밀이 숨어 있었을 겁니다.

국민 스스로 노예근성 끊어내야

쏟아지는 비난과 사퇴 압박에도 불구하고 지귀연이 버틸 수 있는 이유는 조희대라는 뒷배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동훈이 2020년 채널A 검언유착 의혹 사건으로 수사와 감찰을 받을 때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적극적으로 수사와 감찰을 방해했던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당시 윤석열과 한동훈이 한몸이었듯이, 지금 조희대와 지귀연도 한몸입니다. 서로를 감싸고 지탱하며 버티고 있습니다.

2019년 검찰쿠데타와 2025년 사법쿠데타는 내란이라는 역사적 범죄로 연결돼 있습니다. 특검 파견 검사들의 집단행동과 박상용·최재현 검사의 안하무인 태도에서 보듯이 검찰쿠데타의 잔불이 여전히 남아 있는데, 사법쿠데타라는 제2의 전선이 추가됐습니다. 결국 국민 여론이 결정할 겁니다. 4자회동이나 술접대는 본질이 아닙니다.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이 민주주의 수호 투쟁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법이라는 영토에서 영주처럼 군림하는 법조귀족을 우리 헌법과 법률은 허용한 적이 없습니다. 검찰 독립과 사법부 독립이라는 거짓말에 속아 우리 스스로 무릎을 꿇었던 노예근성을 끊어내야 합니다. 지금까지 논썰이었습니다.

기획·출연 이재성 논설위원 san@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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