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몇 주 연속 상승?…못 믿을 주간 집값 통계, 왜?

이세중 2025. 10. 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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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 몇 주 연속 상승’, ‘마포·성동 꿈틀’, ‘서울 곳곳에서 최고가 경신’

매주 목요일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기사 제목입니다. 한국부동산원이 주간동향지수를 발표하면, 대부분의 언론사가 비슷한 방식의 기사를 작성합니다. 물론 KBS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동산원의 주간동향지수는 매주 발표되는 유일한 국가공인통계입니다. 집값의 추이를 가장 빠르게 볼 수 있는 지표로 언론, 학계, 정부 등 각계에서 적극 활용됩니다. 매수자와 매도자, 모든 시장 참여자에게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중요한 역할 만큼 주간동향지수는 요동치는 집값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을까, 주간동향지수를 둘러싼 논란은 수년째 지속되는 중입니다.

■ 실거래가는 요동치는데 평온한 통계..."아파트는 일주일마다 사고팔지 않아"

한국부동산원은 매주 각 아파트의 시세 범위를 발표합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전용 76㎡의 6월 넷째 주 하한가는 30억, 상한가는 32억입니다. 하지만, 이때 실제 거래된 실거래가는 36억 원으로 부동산원의 시세보다 4억 원 더 비쌉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거래된 이 아파트 76㎡짜리는 모두 24건입니다. 이 가운데 부동산원의 시세 범위에 포함된 것은 단 4건에 불과합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역시 비슷합니다. 올해 3월 첫째 주 전용 84㎡의 시세는 18억 7,000만 원~20억 2,000만 원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3월 3일 21억 3,000만 원, 3월 4일 18억 원에 거래되며 상한가와 하한가를 모두 넘나듭니다.

이 아파트의 전용 84㎡는 올해 1~7월 모두 34건 거래됐는데 단, 11건만 부동산원의 시세에 포함됐습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실거래의 변동률이 주간 동향을 측정하는 주택 가격에 비해서 훨씬 더 크다는 뜻”이라며 “실거래는 올라갈 때는 더 많이 올라가고, 내려갈 때는 더 많이 떨어지는 그런 특성을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KBS는 한국도시연구소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서울 전체 아파트 실거래가를 주간 단위로 지수화한 실거래가지수를 산출해 부동산원의 주간동향지수와 비교했습니다.


아주 미세하지만, 꾸준히 상승하기만 하는 주간동향지수와 다르게 실제 거래는 3월 넷째 주 135.1로 최고점을 기록한 뒤 큰 폭으로 떨어지고, 이후 6월에 오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최 소장은 “아파트는 일주일마다 사고파는 게 아닌데 주간동향지수는 '몇 주째 오른다, 내린다'고 한다. 실거래가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질 수가 없다”며 “주간 동향으로 어떻게 팔리는지 가격을 내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습니다.

■ 왜곡된 통계로 정책결정?..."국민에 큰 혼란"

이처럼 실제 거래 가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매주 공표되는 주간동향지수의 근본적인 문제는 부동산 시장이 흔들린다는 점입니다.

2013년부터 국가 공인 통계로 매주 공표되는 주간동향지수는 시장 상황을 보다 발 빠르게 판단하고, 정책 대응을 제대로 하기 위해 도입됐습니다.

하지만, 취지와 다르게 주간동향 통계가 발표될 때마다 시장은 요동치고, 시장 참여자들이 실제와는 다른 방향으로 잘못된 의사 결정을 하도록 부추기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시장이 혼탁해지면 잘못된 정책이 수립될 가능성은 커집니다.

지난 1월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 토론회에서 “부동산 가격이 2~3개월 정도 하향 안정화 추세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한 달 뒤 서울시는 이를 근거로 강남 일부 지역에 설정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했습니다.


실제로 토지거래허가제가 해제되기 전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부동산원의 주간동향지수를 보면 변화가 거의 없는 안정된 상태로 보입니다. 그러나 실거래가지수를 보면 등락을 반복하며 가격이 오르는 추세였습니다. 오 시장의 판단과 달리 집값이 상승세를 타 요동치고 있던 셈입니다.

부동산 정책이 시장에 반영되는 과정이 주간동향지수에 제대로 담기는지 알아보기 위해 6·27 대책 이후의 흐름도 살펴봤습니다.


소폭 상승하는 부동산원의 주간동향지수와 달리 실거래가지수는 7월 중순까지 반등했다 이후에는 큰 폭으로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주간동향에서는 확인되지 않는 부동산 시장의 변화가 실거래가로 나타난 겁니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실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함으로 인해서 국민들에게 혼란을 줄 수가 있다”며 “이런 통계자료를 갖고 정책들을 수립하다 보니까 정책에 오류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거래 없으면 옆 아파트로 대체?...해외에는 없는 주간 통계

한국부동산원의 주간동향지수가 실제 아파트값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이유는 조사 방식에 있습니다.

주간동향지수는 한국부동산원이 선정한 전국 아파트 약 3만 3,000호 표본을 대상으로 전문 조사원 300여 명이 조사하는 방식으로 산출됩니다.

표본 아파트의 실거래 사례와 인근 아파트 사례, 호가, 부동산중개업소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합니다.

아파트 거래가 한 달에 한 건도 없는 곳도 부지기수인데 매주 조사하다 보면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표본 아파트의 거래 사례가 없으면 인근 비슷한 아파트를 찾아 대체하기도 합니다.

또, 1명의 조사원이 맡고 있는 아파트가 100개가 넘다 보니 입력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 있고, 조사원마다 판단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개개인의 주관적인 생각이 개입될 여지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매주 집값을 발표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대부분 월간, 분기별 통계를 발표합니다.

이에 대해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거래가 되지 않더라도 호가가 바뀐다든지 시장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며 “이런 시장 변동성을 보여주는 게 주간동향지수로 통계마다 장단점이 있어서 상호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 정부 보고서 "주간동향 공표 폐지해야"...필요하면 '격주'로 개편

이런 이유로 부동산원의 주간 통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지속돼 왔습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2023년 12월 국토연구원에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 방식을 개선하는 연구 용역을 발주했습니다.

현재 보고서가 작성돼 마무리 작업 중인데 취재 결과 주간 아파트 공표를 ‘폐지’하자는 의견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만약 유지해야 한다면 조사 주기를 개편하고, 공표 범위도 축소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현재 매주 공표하는 방식에서 2주에 한 번, 격주로 개편하자는 겁니다. 매주 조사하는 부담을 줄이고, 2주로 기간을 넓히게 되면 활용할 수 있는 실거래가 정보 등이 더 다양해져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또, 조사 범위를 전국에서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과 광역시 등 주요 지역으로 한정하자는 제안도 담긴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 "시장에는 여전히 수요 존재"...정확성이냐, 시의성이냐

물론, 부동산원의 주간 동향 통계를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주간 통계를 원하는 시장 참여자들이 적지 않다는 주장입니다.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주택가격 통계 개선 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기존에 주간 시세를 발표하는 부동산원, KB부동산, 부동산R114 등 세 개 기관이 발표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스타트업에서 주간 시세를 추출해서 발표할 것”이라며 “시장에는 여전히 수요가 존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도 고민이 적지 않습니다. 실거래가는 30일 이내 신고하게 돼있습니다.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려면 적어도 한 달 이상의 시차가 걸린다는 의미입니다. 정확성 논란은 있지만, 지속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데 주간동향 통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외면하기 힘듭니다.

만약 폐지할 경우 KB부동산 등 민간에서 발표하는 주간 통계에만 의존하게 되는 것도 또 다른 고민 지점입니다. 정부가 직접 생산하고, 관리하는 데이터가 있어야 정책을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일부 학계에서는 데이터 자체가 필요하다면 조사는 하되 '공표'는 하지 말자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이유리 국토부 주택정책과장도 “통계는 정확성과 시의성이 상충관계인데 빨리 시장 상황을 알 수 있을까에 대한 관심도 무시할 수 없다”면서도 “주택 가격 동향 조사와 관련 제도 개선 방향을 어떻게 이끌고 갈지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부는 연구 용역 보고서가 마무리되는 대로 주간동향지수의 개편 방안을 마련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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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중 기자 (cent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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