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뜨기 전, AI 알아본 '마도로스 김'…인공지능 이끌 김재철 키즈
카이스트 544억·서울대 250억 원 기부
"대한민국 AI 산업 뿌리 되어 달라" 당부

인공지능(AI) 기술을 실감한 건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었다. 이후 인공지능에 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2019년부터 인공지능 얘기를 했지만 그때는 진지하게 귀 기울이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동원그룹을 세운 김재철(90) 명예회장은 올해 펴낸 경영 에세이 '인생의 파도를 넘는 법'에서 AI에 빠진 계기를 이렇게 회고했다. AI 대중화를 연 챗GPT가 등장한 2022년보다 몇 년 빠른 2010년대 중반, 1935년생으로 이미 80대였던 그는 여느 젊은이보다 앞서 AI의 진가를 알아챘다. 20대 때 국내 최연소 선장으로 바다에서 미래를 찾은 '마도로스 김' 김 명예회장의 눈에 AI는 새로운 미래가 펼쳐질 다른 바다였다.
김 명예회장은 평소 한 시대에 큰돈을 버는 건 전통 산업에 첨단 기술을 접목한 인물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1982년 동원그룹 뿌리와 같은 동원 참치를 만든 김 명예회장부터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당시 원양어선에서 잡은 참치를 보관·가공 기술을 활용해 만든 통조림은 현재까지 40년 넘게 사랑받는 국민 먹거리가 됐다.
김 명예회장은 한국이 최신 첨단 기술인 AI 분야에서 큰 투자를 하고 있는 주요국에 비해 뒤처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엔비디아의 젠슨 황, 딥시크의 량원평 등 지금 AI 시대를 이끄는 건 미국과 중국의 회사, 기업가다. 그가 개인 재산을 쏟아 AI 인재 양성에 팔을 걷어붙인 이유다.
김 명예회장은 2020년 12월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에 사재 500억 원 기부를 결심했다. 또 올해 최첨단 장비를 마련할 수 있게 44억 원을 추가로 내놓았다. 카이스트가 이 재원을 바탕으로 연 '김재철AI대학원'에서 공부한 석·박사는 '김재철 키즈'로 기업, 학계 등에서 AI 산업의 토대가 되고 있다.
김재철 AI클래스, 중국처럼 천재 키운다

김 명예회장의 거액 기부는 카이스트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1일 서울대에 250억 원을 기부했다. 서울대는 이 기부금으로 2026년부터 '김재철 AI클래스'를 가동한다. 석·박사를 기르는 카이스트와 달리 서울대는 5년 만에 학사, 석사를 마치는 학·석사 연계 과정을 운영하기로 했다.
서울대는 1학년 학부생 중 30명을 선발해 AI 인재로 집중 교육한다. 세계적 석학이 소수의 천재 학생을 가르치는 중국의 베이징대 투링반, 칭화대 야오반, 저장대 주커전반 등을 떠오르게 하는 학습 프로그램이다. 전액 장학금은 물론 미국 스탠퍼드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등 저명한 과학자, 기업가를 끊임없이 배출하고 있는 대학과 교환학생 교류 프로그램, AI 본고장 실리콘밸리 기업 인턴십 등을 경험할 수 있다.
동원그룹도 김 명예회장의 뜻을 따라 AI 확산에 적극적이다. 최근 AI 인재 육성을 위한 대국민 경진대회 'AI 컴피티션'을 연 게 한 예다. '대규모언어모델(LLM) 기반 소비자 유형 생성 및 신제품 수요 예측'을 주제로 내건 경연에 135개 팀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동원맛참과 리챔 오믈레햄 등 동원F&B의 신제품 구매 의사 예측 모델을 내놓았다.
김 명예회장은 "우리 젊은이들이 마음 놓고 연구할 수 있는 환경 조성과 토대 마련은 꼭 해야만 하는 일이기에 다시 한번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며 "서울대의 스승과 제자들이 힘을 모아 대한민국 AI 산업의 뿌리가 되어 달라"고 서울대에 전했다.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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