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뜨기 전, AI 알아본 '마도로스 김'…인공지능 이끌 김재철 키즈

박경담 2025. 10. 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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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동원 명예회장, AI 인재 뒷바라지
카이스트 544억·서울대 250억 원 기부
"대한민국 AI 산업 뿌리 되어 달라" 당부
1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김재철 AI클래스 기금' 협약식에서 김재철(오른쪽) 동원그룹 명예회장과 유홍림 서울대학교 총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동원그룹 제공
인공지능(AI) 기술을 실감한 건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었다. 이후 인공지능에 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2019년부터 인공지능 얘기를 했지만 그때는 진지하게 귀 기울이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동원그룹을 세운 김재철(90) 명예회장은 올해 펴낸 경영 에세이 '인생의 파도를 넘는 법'에서 AI에 빠진 계기를 이렇게 회고했다. AI 대중화를 연 챗GPT가 등장한 2022년보다 몇 년 빠른 2010년대 중반, 1935년생으로 이미 80대였던 그는 여느 젊은이보다 앞서 AI의 진가를 알아챘다. 20대 때 국내 최연소 선장으로 바다에서 미래를 찾은 '마도로스 김' 김 명예회장의 눈에 AI는 새로운 미래가 펼쳐질 다른 바다였다.

김 명예회장은 평소 한 시대에 큰돈을 버는 건 전통 산업에 첨단 기술을 접목한 인물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1982년 동원그룹 뿌리와 같은 동원 참치를 만든 김 명예회장부터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당시 원양어선에서 잡은 참치를 보관·가공 기술을 활용해 만든 통조림은 현재까지 40년 넘게 사랑받는 국민 먹거리가 됐다.

김 명예회장은 한국이 최신 첨단 기술인 AI 분야에서 큰 투자를 하고 있는 주요국에 비해 뒤처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엔비디아의 젠슨 황, 딥시크의 량원평 등 지금 AI 시대를 이끄는 건 미국과 중국의 회사, 기업가다. 그가 개인 재산을 쏟아 AI 인재 양성에 팔을 걷어붙인 이유다.

김 명예회장은 2020년 12월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에 사재 500억 원 기부를 결심했다. 또 올해 최첨단 장비를 마련할 수 있게 44억 원을 추가로 내놓았다. 카이스트가 이 재원을 바탕으로 연 '김재철AI대학원'에서 공부한 석·박사는 '김재철 키즈'로 기업, 학계 등에서 AI 산업의 토대가 되고 있다.


김재철 AI클래스, 중국처럼 천재 키운다

1969년 제31동원호 출어식에 참석한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 동원그룹 제공

김 명예회장의 거액 기부는 카이스트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1일 서울대에 250억 원을 기부했다. 서울대는 이 기부금으로 2026년부터 '김재철 AI클래스'를 가동한다. 석·박사를 기르는 카이스트와 달리 서울대는 5년 만에 학사, 석사를 마치는 학·석사 연계 과정을 운영하기로 했다.

서울대는 1학년 학부생 중 30명을 선발해 AI 인재로 집중 교육한다. 세계적 석학이 소수의 천재 학생을 가르치는 중국의 베이징대 투링반, 칭화대 야오반, 저장대 주커전반 등을 떠오르게 하는 학습 프로그램이다. 전액 장학금은 물론 미국 스탠퍼드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등 저명한 과학자, 기업가를 끊임없이 배출하고 있는 대학과 교환학생 교류 프로그램, AI 본고장 실리콘밸리 기업 인턴십 등을 경험할 수 있다.

동원그룹도 김 명예회장의 뜻을 따라 AI 확산에 적극적이다. 최근 AI 인재 육성을 위한 대국민 경진대회 'AI 컴피티션'을 연 게 한 예다. '대규모언어모델(LLM) 기반 소비자 유형 생성 및 신제품 수요 예측'을 주제로 내건 경연에 135개 팀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동원맛참과 리챔 오믈레햄 등 동원F&B의 신제품 구매 의사 예측 모델을 내놓았다.

김 명예회장은 "우리 젊은이들이 마음 놓고 연구할 수 있는 환경 조성과 토대 마련은 꼭 해야만 하는 일이기에 다시 한번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며 "서울대의 스승과 제자들이 힘을 모아 대한민국 AI 산업의 뿌리가 되어 달라"고 서울대에 전했다.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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